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도하지 않았지만 요새 10대 청소년의 심리를 드러내는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미국 드라마도 10대들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그 누구보다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그들의 삶을 녹여냈다는 평을 보고 얼마전부터 정주행(?)을 시작했다.


엘리너 캐턴의 <리허설>역시 10대 사춘기 소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앞서 말했듯 어떤 세대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시기인만큼, 글은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을만큼 혼란스럽다. 그렇다고해서 마냥 복잡하지만은 않다. 문장의 흐름은 여느 소설보다도 유려하게 구성돼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리허설>의 작가는 28살의 나이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의 첫 소설, 처녀작이다. 10대의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은 첫 작품이었기에 더욱 생동감있게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질풍노도란 대단히 빠르게 불어오는 바람과 미친 듯이 닥쳐오는 파도를 뜻하는데, 이 소설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이다. 


엄청난 파도와 바람 속에서 휘청이는 통통배의 모습처럼 위태롭지만, 결코 나약하지는 않다. 그들도 그들만의 운전법이 있는 것이고 뒤집어지는 것 역시 삶이다. 감성적인 표지와는 다르게 끝없이 휘몰아치는 소설의 내용은 요즘처럼 스산한 바람이 불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함께하는 날씨에 매우 적합하다. 


'보라색=죽음'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남아서일까. 책의 속 커버의 보라색이 왠지 소설 속 수많은 10대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책의 뒷 커버에 있는 단어를 빌려, '그 누구도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그들의 '순결한 거짓말''이라고 이 소설을 정리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즈
서배스천 배리 지음, 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산뜻해 보이는 표지. 그러나 소설 속 배경은 썩 밝지 않다. 한강 작가가 수상했던 맨부커 상의 최종 후보작이었던 서배스천 배리의 <로즈>는 곧 영화 개봉도 앞두고 있다. (영화도 꼭 보고 포스팅 하고 싶다) 소설의 특성상 이 글을 통해 내용을 적어내는 것은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을 뿐더러,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내용보다 구성위주로 글을 적어보려 한다.


책의 뒷면에 은근하게 적혀있듯, 책의 배경은 20세기 중반의 아일랜드 내전을 배경하고 있다. 전쟁 당시의 갈등과 여성 인권에 대해 감정적으로 풀어쓰는 작가와 번역가의 글쓰기 실력은 보통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처럼 몰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풀어쓴 문장들은 꽤 두꺼워서 '올해가 가기 전 읽을 수나 있으려나' 싶었던 것도 잠시, 책을 읽는 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총 22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장마다 시간과 장소가 변화한다. 배경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문장이 짧다. 그렇기에 변화되는 환경에 순식간에 집중할 수 있고, 적응하기 수월하다. 한 문장에 들어가는 단어의 수는 적지만,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문장 속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문장의 깊이는 무척 깊으며 무겁기까지 하다. 이 무거운 이야기를 가상(혹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실제)의 인물에 녹이기까지 어마어마한 자료조사를 했을 생각을 하니, 넋을 놓게 된다.


그정도의 몰입을 이끄는 문장들이기에 영화로 개봉하는 <로즈>가 더욱 기대된다.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로잔느와 그린 박사의 이미지가 작가의 의도와 어느정도 일치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시 서두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 '산뜻해 보이는' 표지는 앞으로 펼쳐질 로잔느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전쟁시대의 이야기를 멋진 이야기로 풀어쓴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며 글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짜 1등 배동구 - 박철범의 국내 최초 공부법 소설
박철범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겐 책의 첫 문장만은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작가의 말로 구성되어 있다. 그 페이지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문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데, 내가 책을 골고루(?) 읽기로 결심한 이유와 흡사했다. 하지만 작가와 나의 차이점. 그는 생각을 현실로 나타냈고, 나는 그렇지 못했다. 꿈을 생각에서 그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현실로 이루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그 드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작가의 말을 앞서 배치한 작가의 의도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작가가 말했듯, '읽고 싶고, 도움도 되는 책'이 되고 싶은 의욕이 책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청소년기에 '공부 잘하는 법'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그 욕구를 '재미'로 치환하는 글쓴이는 처음 접한다. 책을 읽는 내내, '다시 공부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주위에 각종 시험을 준비하거나, 수험생인 동생들이 떠오르면서 '공부에 지쳤을 땐 이 책 보면서 쉬는 거 어때?' 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미래에 내 자식에게 '공부의 필요성'을 흥미롭게 제시하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무조건적인 공부 강요는 '독'이라는 것 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겪어봤기에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공부법'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적용시킬지, 그리고 내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공부가 될 것이며, 무척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궁금할만한 질문을 센스있게 묶어두었다. 나 역시 늦깎이 대학생인 입장에서 꽤 도움이 됐다. 사람마다 성격과 성향이 다르듯, 공부의 방법 역시 다양하다. 일반적인 공부법 서적은 '이렇게 하면 너도 성적 오를거야.'라고 건조하게 말하기에 실제로 실천하기도 두렵고, 무엇보다 막막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짜 1등 배동구>를 읽으며 동구의 모습에 나를 투여하기도 하고,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공부법을 골라 스스로 적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시 글의 초반에 말했던 작가의 말로 돌아오자면, 책이 출판된 후 작가의 마음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가짜 1등 배동구>는 작가가 계획한대로 '잘 빠진' 책이 아닐까 과감하게 추측해본다. 청소년은 물론 청소년의 자녀를 둔 3~50대 성인들까지 아우르는 공부법 도서가 과연 몇 권이나 될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간만에 가볍게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게되는 책을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 내 자서전을 대필해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몰입했다. 귀여운 커버를 열면 색연필로 그린 아련한 그림이 펼쳐진다. 그리고 책 속의 내용은 표지보다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해시태그로 표현한 글의 시작은 짧은 에세이의 연속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정도로 작가의 글 솜씨가 좋다. 마냥 귀여운 수달로만 생각했던 '보노보노'와 그의 친구들의 대사는 왜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어린왕자>만큼 사회생활에 지친 '어른'들이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완벽함보다 충분함'이다. 책에서는 청소를 이야기하며 미니멀리스트를 말했지만, 나는 내 인생에 빗대 생각해봤다. 어느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손안에 가득 쥐려는 내 욕심을 못 이기고 손이 상하거나, 조금 쥔 것만도 못할 만큼 놓친 적이 많다. 현재도 그렇다. 책읽는 걸 손에 꼽을 만한 취미로 말하는 내가 아직 펼쳐지지도 않은 미래가 두려워 이런저런 공부를 시작했고, 그걸 핑계로 책읽기를 소홀히 하고 있다.

 

'그렇다고 행복한가'를 생각해본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내가 선택한 길을 울면서 걷고 있다며 또다시 채찍을 든다. 영 책이 손에 잡히지 않던 요즘, 내게 위로가 된 책이다. '소심해지고 싶지 않아서 소심해진다'니 '싫어하는 것과 사이좋게 지내기'와 같은 이야기들은 이 세상ㅡ너무 멀리갔다면 우리나라ㅡ 사람들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꼽고싶다.

 

나는 고작 세 가지의 이야기만 소개했지만, 전체를 읽기 강력히 추천한다. 책을 읽은 후, 책을 덮으며 정화된 마음이 시간이 지나 다시금 아려올 때면 이 책을 다시 펼칠 수 있는 확신을 가진다. 더불어 <보노보노>에서 말했듯, '무엇이 어떻게 되었다'가 아닌 '무엇이 어떻게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표현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보려 한다. 책의 에필로그의 문장처럼, 솔직한 글을 적기 위해 솔직해지기로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장인을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임해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직장인 4년차, 12월에 입사한 탓에 햇수로는 5년째다. 다양한 직업 중에도 어떤 드라마에서 표현했던 표현으로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전투화를 신고 땀냄새나게 일하는 사무직이다. 나름대로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 바로 모두가 가지고 있는 총, 그러나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문 '글쓰기'가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나 역시 사무직이고 그동안 작성했던 메일은 물론 매일 주고받아 쌓여있는 메일은 수십 기가바이트의 용량을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직업까지 밝힐 수 없지만, 메일 한 통마다 여러 명의 의견과 그 결과를 수십, 혹은 수만 명 이상이 접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글쓰기는 내 숙제로 남아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특히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썬, 부담스럽지 않은 업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책을 접하고 오히려 부담이 생겼다.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부담이다. 마치 갓 성인이 된 20살의 새내기가 된 기분? 그런 이유만은 아니지만, 이 책을 대학생들에게 반드시 추천하고 싶다. 제목이 <직장인을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이지만 사무직에 국한하지 않고, 올바르게 '읽는 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대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일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의외의 복병은 '글쓰기'다. 올바른 맞춤법을 가르쳐주는 시간도 없을 뿐더러, 메일을 작성하는 요령은 물론이고 기획안, 구성안을 작성하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회사는 글쎄, 아무래도 없다고 말하는 편이 맞다고 본다. 나름의 4년차 직장인이다보니 수많은 사람을 접하고 그들의 글쓰기 실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평소 성격도 싹싹하고 조리있게 표현을 잘하던 친구가 메일에 속어나 정체불명의 이모티콘을 썼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다.

 

글쓰기가 어느 누군가의 이미지를 변화시킬만큼 중요함에도,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세세하게 말한다. 물론 일본인 작가의 글이기에 모든 상황에 딱 맞는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직무나 직위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 역시 공부가 될 것이다. 이제는 이 책에서 배운 걸 적용해볼 차례다. 꼭 직장 내 문서 작성에만 국한하지 않고, 앞으로 더 발전하는 글쓰기를 기대하며 블로그 글쓰기에도 적용해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