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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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0년 언저리의 미래.
인간은 새로운 행성 개척에 혈안이 되어
우주의 또 다른 생명체 드랙 종족과
영역 문제로 마찰을 빚게 된다.
이내 인간과 드랙은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고
인간 윌리스 데이비지와 드랙 제리바 쉬간은
치열한 싸움 끝에 전투기가 망가지며
무인 행성 파이린 4호에 불시착하게 된다.

둘은 서로에게 결코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했지만
구조대가 언제 올지,
어쩌면 구조대가 오기는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외딴 행성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동을 같이 하게 된다.

드랙 종족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그들은 두꺼비 같은 얼굴에 코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노란 눈동자와 세 개의 손가락을 가졌다.
그리고 한 몸에 남성과 여성의 생식 기관을
함께 가진 양성체라 홀로 임신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탈만이라는 여러 위대한 스승들의 이야기가 담긴,
인간의 성경과 같은 가르침을 중시한다.

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생명체는
혹독한 무인 행성의 긴 겨울을 버티면서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서서히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 상태였던 드랙 친구가 출산을 하다 죽게 되고
인간은 지식이 전무한 아기 드랙과 덜렁 둘이 남겨진다.
인간은 죽은 드랙 친구의 부탁에 따라
아기 드랙 자비스에게 드랙의 언어와 문화, 탈만을 가르친다.
결코 이해될 수 없던, 이해하고 싶지도 않던 이종족의 생명체들이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잠을 자면서
가족이 된다.

이 이야기는 무려 1979년 중편소설 분량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였고
영미문화권의 양대 SF 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
그리고 로커스상과 존 W. 캠벨 신인작가상을 받았다.
이토록 권위 있는 상을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기록을 가진 작품이고
이 기록은 무려 38년이 지난 2018년에야 겨우 갱신이 되었다고 하니
당시의 위상이 어떠했을지는 쉬이 감이 온다.
이 책은 1979년의 초판 버전이 아닌 분량이 추가된 버전이 번역된 거라고 한다.
영화화된 작품이 있다고 해서 조만간 한국영상자료원 가서 찾아볼 예정이다.

그만큼 이 책이 무지막지하게 흥미로웠다.
이런 상상을 하고 소재를 채택해 이야기로 부풀린 작가의 센스에 감탄하고
인간과 외계인의 외피를 둘렀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심도 있는 논의들에 크게 공감했다.

중반부의 손가락 장면이 후반부에 되살아날 때
눈물이 다 날 정도로 흠뻑 몰입해서 읽었다.

많은 독자들에 가 가닿았으면 좋겠다.
나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운 이야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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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주하는 일 - 완벽하지 못한 내 몸을 사랑한다
김주원 지음 / 몽스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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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인생에서 공연에 미쳐 지낸 몇 년의 시간이 있다.
뮤지컬과 연극으로 시작한 취미가 정신을 차리니
각종 무용 분야까지 넓어져 있었다.

무용에 대해 기초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언어가 없는 무대 위 무용수들의 몸짓에 늘 황홀경을 느꼈다.
그중 발레 공연을 특히 좋아했는데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으로 높이 솟아오르는 발레리나, 발레리노의 모습에
입을 떡 벌린 채 자주 숨 쉬는 걸 잊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대에서 멀어졌다
최근에 스테이지 파이터에 푹 빠져 살았다.
모든 무용이 다 압도적인 매력을 뽐냈지만
역시 발레에 가장 마음이 끌렸다.
당연한 수순으로 고고한 백조처럼 우아한 자태와
부드러운 미소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는
김주원 마스터에게도 푹 빠지게 되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한
유명한 발레리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발레 인생을
처음부터 현재까지 같이 걸어올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

부산 태생이란 점에서 진한 친밀감을 느끼며 시작된 독서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당시 소련이란 이름으로 교류도 별로 없던 낯선 나라로
발레 하나만 믿고 유학을 떠난
당찬 소녀 김주원도 만나게 되었다.
볼쇼이 발레학교 시절,
어릴 때부터 거르고 걸려져 들어온 최정예 발레 엘리트 학생들 사이에서
언어도 서툴고 체형도 상대적으로 아쉬운 동양의 어린 여자아이는
좌절도 맛보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부지런히, 오래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자신을 단련했다.

이후 그녀의 발레 인생에서도 동일한 양상은 드러나고
늘 자신이 안전하거나 게을러진다고 느껴지면
두려움 없이 낯선 환경으로 자신을 내몰아
자발적인 '추방자'가 된다고 한다.
편안함을 한 번이라도 맛본다면
쉬이 모험에 나설 용기를 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주원은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갈고닦는 수행 현재진행형 발레리나다.
누구나 최고가 되고 싶어 하지만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곳에서
그녀의 이름이 긴 시간 오르내리는 건
그녀의 이런 노력 덕분일 것이다.
나이가 들고 주변 환경이 바뀌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현명하게 발레리나 김주원으로 살기 위해
여전히 다양한 움직임에 도전하고
아이들의 예술 교육에도 관여하고 있다.

말과 글로 쓰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삶을 앞선 문장들처럼 살아내는 건
보통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뇌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늘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사람.
김주원은 그런 사람이다.
그녀의 단단함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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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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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깰 때마다 종종 낯선 감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언제인지,
나는 누구인지.
시간이 조금 흐르고 세포들도 잠에서 깨고 나면
이내 정답을 찾게 된다.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언제인지,
나는 누구인지.

여기 고3 남학생인 우연우가 있다.
독감 때문에 체육 시간 홀로 교실에 남아 잠을 자고 있다.
지금은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7월이다.
뻐근한 몸 때문에 잠에서 깬 연우는 세수를 하려고 몸을 일으킨다.
세상이 빙빙 돌고 구역질이 난다.
그런데 몇 발자국 내딛기도 전에 무언가에 부딪혀 밀려난다.
이게 뭐지?

(8p) 슬라임? 하리보 젤리? 유리와 젤리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투명한 물질이었다.
(9p) 창문에서부터 가로로 책상 네 개, 세로로 책상 세 개,
총 열두 개 책상이 놓인 공간이 연우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였다.
투명한 막 같은 게 사방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 떠 있는 빨간 공 하나.
공 한가운데 떠오른 글자.

(10p) 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만 아니라면
아주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거라 생각했겠지만
애석하게도 이것은 그의 현실이었다.
아이들이 교실로 쏟아져 들어와 곁을 스쳐가지만
큐브에 닿는 부분은 사라졌다.
연우의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연우는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채집되어
투명하고 말랑한 큐브에 갇혔다.

처음엔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별짓을 다해봤지만
빨간 공은 안정을 위해 의식을 통제한다는 안내와 함께
이내 강력한 잠을 선사했다.
쓰러지듯 잠들었고 잠에서 깨면
모든 것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리셋.
다른 건 다 상관 없었지만 해고니가 너무 보고 싶어 괴롭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백이나 해볼걸.
결국 그리움이 깊어져 눈물까지 흘리며 괴로워하자
몸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고통에 몸부림치다 깨어난 연우는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왜 갇힌 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듯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아온 것이었다.
해고니를 다시 보게 된 건 너무 기뻤지만
자신이 무려 1년이란 시간 동안 행방불명 상태였음을 알게 된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걸까?

누구에게 말한다 해도 다들 미쳤다고 할 게 뻔하니
연우는 큐브에서의 일들을 비밀로 품고
되찾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전의 삶과 같은 듯
다른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기발한 상상력과 어설퍼서 아릿한 첫사랑의 기억이
담뿍 담겨 있다.
읽는 내내 여름의 햇볕 냄새와 말랑한 포도향이
페이지에서 풍겨 나온다.

연우뿐만 아니라 우리도 모두 각자의 큐브에 갇혀 있을지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흘러가듯 살아도 별 탈은 없겠지만
기왕이면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전력질주해 보는 시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드릉드릉, 당장 어디든 달려나가고 싶은 마음이 시동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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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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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얼굴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 반짝거림이 나에게도 옮겨오길 바랐다.
부러웠다.
나는 너무나 평범하고 별 볼일 없는 흔하디흔한 10대 아이였으니까.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라 더더욱 애를 썼다.
베프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밖에 난 사건을 계기로 내 삶은 무너졌다.
그렇게 오랫동안 깊은 상처가 남은 채로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이지북에서 나온 <마이 가디언>은
흡사 내 초등학교 시절을 그대로 오려다 붙인 것 같은 이야기였다.
너무 좋아했고 내 모든 걸 다 내어준 친구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절교 아닌 절교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타인으로 내던져진 날의 충격과 공포가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되살아났다.

애석하게도 어린 나이지만 사람을 제멋대로 주무르려 하는 아이들은 있다.
보통 아이들보다 좋은 머리와 뛰어난 배경을 등에 업고
어른들 앞에서는 착한 아이로,
아이들 앞에서는 독재자가 되는 그런 아이가.

주인공 은하도 나와 같은 일을 겪었다.
혼자가 되어버린 막막함과 두려움, 슬픔이 내 것과 너무 닮아 있었다.
나는 그 순간들을 어떻게 버티고 지나왔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그때의 기억을 은연중에 봉인해버린 까닭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 은하는 씩씩하고 지혜롭게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주변의 도움도 받아 가며 스스로 일어섰다.

이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사람에게 휘둘리고 중심을 잃는 나는
책 속의 은하를 통해 다시금 관계에 대해, 나에 대해 생각하고
아직 내 안에 있는 상처 받은 아이를 끌어안았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어떤 일들은 결국 벌어지고야 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건 다음의 행동을 정하고 행하는 것뿐이다.
상처받은 채로 그렇게 고여있다 썩어버릴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 다음 챕터로 넘어갈 건지.

지금도 어딘가에 그때의 나처럼 너덜너덜한 상태로 울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그러니 실컷 울고 너도 너를 잘 지키라고.
그렇게 각자 서로를 잘 지키며 살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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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특별전형 1 특별전형 1
지한결 / 황금가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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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니!!!!!
여기서 1편을 마무리 지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뒷이야기 궁금해서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구르고
좌로 구르고 우로 구르고 백덤블링까지 할 판이라고요!!!!!

와, 진짜 기깔나는 이야기 하나 여기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녀본 사람 중
수능, 대학입시란 단어 앞에서
아무런 감정 동요도 없이 평온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 또한 이미 십수 년 전 이야기임에도
괜스레 미간이 접히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지한결 작가의 특별전형은 수능 이후
각자의 이유로 대학의 꿈이 어그러진
이 땅의 고3에게 주어진 마지막 동아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주간 치러지는 시험에 합격만 한다면
원하는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습니다.
벌써 가슴이 벌렁벌렁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모인 2천 명의 고등학생들이
한국 전통 놀이를 활용한 게임을 해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1부에 그려져 있습니다.

익숙한 놀이를 이용해 기똥찬 게임을 만들어 낸 아이디어와
답이 없어 보이는 게임을 돌파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데
와, 이 학생들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네?
넋을 놓고 침 흘리며 읽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고
개인적으로는 그 안에서 성장을 꿈꾸는 아이,
다시금 절망에 빠져버린 아이의 말들이
가슴에 콕 받혀 몇 번을 반복해 읽었습니다.

아, 말이 너무 길었네요.
2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바
저는 이만 글을 줄이고 다음 책으로 달려가겠습니다.

구미가 당긴 당신,
같이 시험 치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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