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주하는 일 - 완벽하지 못한 내 몸을 사랑한다
김주원 지음 / 몽스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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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인생에서 공연에 미쳐 지낸 몇 년의 시간이 있다.
뮤지컬과 연극으로 시작한 취미가 정신을 차리니
각종 무용 분야까지 넓어져 있었다.

무용에 대해 기초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언어가 없는 무대 위 무용수들의 몸짓에 늘 황홀경을 느꼈다.
그중 발레 공연을 특히 좋아했는데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으로 높이 솟아오르는 발레리나, 발레리노의 모습에
입을 떡 벌린 채 자주 숨 쉬는 걸 잊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대에서 멀어졌다
최근에 스테이지 파이터에 푹 빠져 살았다.
모든 무용이 다 압도적인 매력을 뽐냈지만
역시 발레에 가장 마음이 끌렸다.
당연한 수순으로 고고한 백조처럼 우아한 자태와
부드러운 미소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는
김주원 마스터에게도 푹 빠지게 되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한
유명한 발레리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발레 인생을
처음부터 현재까지 같이 걸어올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

부산 태생이란 점에서 진한 친밀감을 느끼며 시작된 독서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당시 소련이란 이름으로 교류도 별로 없던 낯선 나라로
발레 하나만 믿고 유학을 떠난
당찬 소녀 김주원도 만나게 되었다.
볼쇼이 발레학교 시절,
어릴 때부터 거르고 걸려져 들어온 최정예 발레 엘리트 학생들 사이에서
언어도 서툴고 체형도 상대적으로 아쉬운 동양의 어린 여자아이는
좌절도 맛보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부지런히, 오래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자신을 단련했다.

이후 그녀의 발레 인생에서도 동일한 양상은 드러나고
늘 자신이 안전하거나 게을러진다고 느껴지면
두려움 없이 낯선 환경으로 자신을 내몰아
자발적인 '추방자'가 된다고 한다.
편안함을 한 번이라도 맛본다면
쉬이 모험에 나설 용기를 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주원은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갈고닦는 수행 현재진행형 발레리나다.
누구나 최고가 되고 싶어 하지만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곳에서
그녀의 이름이 긴 시간 오르내리는 건
그녀의 이런 노력 덕분일 것이다.
나이가 들고 주변 환경이 바뀌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현명하게 발레리나 김주원으로 살기 위해
여전히 다양한 움직임에 도전하고
아이들의 예술 교육에도 관여하고 있다.

말과 글로 쓰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삶을 앞선 문장들처럼 살아내는 건
보통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뇌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늘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사람.
김주원은 그런 사람이다.
그녀의 단단함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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