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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평점 :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울이데아 #이우 #장편소설
7p
그저 고향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문제는 그곳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뿐
고향에 대한 향수도, 추억도 없었기에
하지만 고향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지 않으면 낯설고 두려운 이 세상으로부터
영영 버림받은 이방인이 될 것 같았기에
여기 한 청년이 있다.
이름은 준서.
다섯 살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이후에는 모로코로 이민을 가 자랐다.
극성적인 엄마의 영향으로 파리의 명문 고등학교를 다니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유명 대학을 입학했어야 하던 그는
갑자기 모국인 한국의 대학을 간다는 일탈을 시도한다.
항상 자신이 어느 한 쪽과 어느 한 쪽 사이에 끼어있는 존재인 것만 같아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한국에 가면, 그렇게만 하면 고향에 정착하여 자기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2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서
25p
"파리에서는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어요.
마치 유목민처럼 자고 일어나면 어딘가로 떠나야만 할 것 같았어요.
언제든지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그래요, 저는 아직 정착하지 못했어요.
파리에서도, 이곳 리바트에서도...."
26p
"저는 그저 부유물에 불과하다고 말이죠.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공허하게 떠다니는 거죠.
저는요... 살면서 어느 한 곳도 마음 편히 속했던 세계가 없었어요.
그건 마치 마음의 고향이 없는 기분이에요.
제 고향은 도대체 어디인 거죠?"
(중략)
"그럼 네가 생각하는 고향은 뭐니?"
"마음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요.
또 언제든 돌아가고 싶고,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요."
7 비밀의 정원
75p
"어느 나라 사람 같았는데요?"
(중략)
"한국과 유럽 사이의 어딘가에 사는 사람 같았어요."
12 다문화 주의자
128p
"이방인들? 이방인이 무슨 뜻이야?"
"본질적으로 그 세계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야."
129p
"아무튼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에는 이방인들이 있어.
나처럼 외국인도 있고, 너처럼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태어나고 국적도 한국인인데 피부색이 한국인과 다른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과 외국인의 피가 반반 섞인 사람도 있어."
131p
"그렇다면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는 어떤 집단인 걸까."
(중략)
"센터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근본적인 정체성을 공유할 사람들이 없다는 거야.
소속감이 없는 거지.
근본적인 정체성과 소속감이 없다는 공통점이 우리를 엮어 주는 거야.
한국에 우리를 위한 타운은 없어."
부푼 꿈을 안고 시작된 한국 생활.
하지만 준서는 계속 삐걱거린다.
집에서의 흡연 문제로 이웃 및 집주인과 트러블이 생기고
좋아하던 드라마 속 주인공을 따라 피시방에 가지만
사용법도, 게임 조작법도 몰라 간첩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한국 사람들을 흉내 내며 잘 모방하다 보면,
멋진 캠퍼스 생활도 즐기고 친구도 잔뜩 사귀고
꿈에 그리던 한국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버리진 않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처음의 낯섦 때문이라 여겼던 휘청임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부푼 가슴으로 시작한 학과 생활에서도 동기들과의 사이가 틀어지게 되고
우연한 기회로 가까이 지내게 된 대만인 여자친구 은혜와의 감정도 상황에 따라 요동친다.
노력하면 할수록 실타래가 엉키기만 하는 상황.
그리고 어떤 감정은 자꾸 준서를 불편하게 자극한다.
13 함께 하고 싶은 것
137~138p
"참, 준서야. 너 대안학교라고 알아?"
(중략)
"어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어.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대안학교라는 곳을 다닌대.
보통 학교를 다니다가 전학을 가는 친구들도 많다고 하고.
결국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대안학교로 모이는 거지."
"나약한 집단 같아."
(중략)
"다문화는 학교생활조차 자신들만의 바운더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잖아.
아이는 엄마 품을 떠나기 전까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어."
(중략)
"응. 나는 약자가 되지 않을 거야.
한국인들과 친구가 되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거야."
준서의 한국 생활은 어떻게 흘러갈지,
과연 그가 꿈꾸던 한국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지만
뒷이야기는 직접 책에서 확인하는 게 좋으니 여기서 다 밝히지는 않겠다.
나도 이방인의 삶을 안다.
국내로 치자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을,
국외로 치자면 짧게나마 유학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전자는 타 지방 사람에 대한 은근한 서울 사람들의 배척을 느꼈던 과거가 있고
후자는 거대한 다수 안에서 소수가 되니 자연적으로 놓이는 약자의 입장에 대한 설움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준서의 말이 생생하게 다가와 고개를 자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자주 연이 닿는 이우 작가님.
데뷔작인 <레지스탕스>를 시작으로, 얼마 전에는 <야생의 사고>를,
이번에는 <서울 이데아>로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책을 읽으면 <레지스탕스> 생각이 많이 났는데
나중에 작가의 말을 보니 같은 시기가 집필되었음을 알았다.
왠지 흐뭇했던 발견 한 토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