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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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얼굴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 반짝거림이 나에게도 옮겨오길 바랐다.
부러웠다.
나는 너무나 평범하고 별 볼일 없는 흔하디흔한 10대 아이였으니까.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라 더더욱 애를 썼다.
베프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밖에 난 사건을 계기로 내 삶은 무너졌다.
그렇게 오랫동안 깊은 상처가 남은 채로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이지북에서 나온 <마이 가디언>은
흡사 내 초등학교 시절을 그대로 오려다 붙인 것 같은 이야기였다.
너무 좋아했고 내 모든 걸 다 내어준 친구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절교 아닌 절교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타인으로 내던져진 날의 충격과 공포가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되살아났다.

애석하게도 어린 나이지만 사람을 제멋대로 주무르려 하는 아이들은 있다.
보통 아이들보다 좋은 머리와 뛰어난 배경을 등에 업고
어른들 앞에서는 착한 아이로,
아이들 앞에서는 독재자가 되는 그런 아이가.

주인공 은하도 나와 같은 일을 겪었다.
혼자가 되어버린 막막함과 두려움, 슬픔이 내 것과 너무 닮아 있었다.
나는 그 순간들을 어떻게 버티고 지나왔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그때의 기억을 은연중에 봉인해버린 까닭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 은하는 씩씩하고 지혜롭게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주변의 도움도 받아 가며 스스로 일어섰다.

이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사람에게 휘둘리고 중심을 잃는 나는
책 속의 은하를 통해 다시금 관계에 대해, 나에 대해 생각하고
아직 내 안에 있는 상처 받은 아이를 끌어안았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어떤 일들은 결국 벌어지고야 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건 다음의 행동을 정하고 행하는 것뿐이다.
상처받은 채로 그렇게 고여있다 썩어버릴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 다음 챕터로 넘어갈 건지.

지금도 어딘가에 그때의 나처럼 너덜너덜한 상태로 울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그러니 실컷 울고 너도 너를 잘 지키라고.
그렇게 각자 서로를 잘 지키며 살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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