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승리 스피리투스 청소년문학 4
김송은 지음 / 스피리투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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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망치고 싶다.
아, 사라지고 싶다.

누구나 한 번쯤 힘든 순간 앞에서 이런 상상해 봤을 것이다.
요즘의 나는 자주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정신적 승리>의 주인공 승리는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이뤄냈다.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느라 아빠는 집을 자주 비웠고
베트남이 고향인 엄마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외할머니가 위독하시단 소식에
발만 동동 구르며 울다가
일시적으로 규제가 풀린 틈을 타 잠시 한국을 떠난 상황.

홀로 남겨진 청소년 승리는 코로나에 걸렸고
아주 된통 앓았다.
그리고 코로나 후유증으로 원하는 순간에
투명 인간이 되는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

승리는 말을 더듬는다.
학교의 몇몇 아이들과 선생님은 그런 승리를 비웃고 괴롭혔다.
그럴수록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졌는데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꼭 참가해야 하는 동아리 활동으로
인기가 가장 없어 보이는 봉사 동아리를 골랐다가
유 선생을 만나게 된다.
그의 부탁으로 어마 무시한 양의 책을 정리, 분류하는 작업을 하다가
책의 매력에 빠져들며 마음을 조금씩 위로받는다.

위험 요소가 많아 보이던 승리의 일상에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며 흘러간다.

남들과 다른 특성,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편협한 우리 사회의 사고 등
청소년 소설이지만 묵직한 사회 키워드가 곳곳에 잘 녹아 있어서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책을 접하게 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마음의 빈 곳이 채워져가는 승리에게 공감도 크게 되었다.

마음이 튼튼하면 다 괜찮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힘을 남겨 둬야 슬픔도, 두려움도, 억울함도 다 다스릴 수 있다.

문장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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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
정명섭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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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편집하고 마케팅한 선생님 어느 방향에 계시죠?
작가님은 또 어느 방향에 계시죠?
우선 선생님들 제 절부터 받으시지요, 넙죽.

으아니, 진짜 이 책 못 읽었으면 어쩔뻔했어!

나 조선 좋아했네!
나 미스터리 좋아했어!
나 다크 판타지 좋아했어!

작가님, 빨리 후속편 내놓으세요...
좋은 말로 할 때... ^^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그림자 맞히기 이벤트를 보았다.
알고 보니 이 책 표지 일러스트가 너무 잘 나온 나머지
등장인물들 캐릭터 일러스트까지 판이 커졌고
그걸 이렇게 이벤트로 만든 천재 만재 텍스티 선생님덜!
뿐만 아니라 책 디자인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정말 말을 잇지 못했고...

병조판서 송치인의 외아들인 송현우는
곧 암행어사로 암행을 가야 할 날을 앞두고
절친 이명천의 여동생과 혼인한다.
행복한 단꿈에 빠져도 모자랄 순간
악몽에서 깨어난 그의 눈앞에
아내를 비롯한 일가족이 처참하게 몰살당하는 상황에 놓인다.
누구보다 범인을 잡고 싶었던 송현우지만
우연히 살아남은 집안 노비와 옆집 양반의 증언으로 인해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된다.
이명천에게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호소했지만
여동생을 읽은 친구의 눈에 송현우는 범죄자일 뿐이었다.
그렇게 이렇고 저렇고 그렇고 여차 저차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실마리가 풀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건 책 읽으실 분들의 재미를 위해
정말 입술 꽉 깨물고 언급을 자제하겠습니다.

이 책 진짜 재미있거든요?
저 믿고 한 번 봐주세요!

모든 작품이 영상화를 위한 건 아니지만
이 소설은 특히나 읽으면서
이 역할은 누가 어울리고
저 역할은 누가 어울리고
머릿속 캐스팅하는 맛도 쏠쏠했답니다.
누가 판권 사서 꼭 영상화해주시면
제가 10번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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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주장법
허진희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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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다, 홀려.
책 표지 중앙에 떡하니 자리한 여인의 뒷모습에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호기심이 인다.
거기다 제목이 무려 <악의 주장법>이다.
뭔데, 뭔데.
잔뜩 부푼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귀신에 씌인 것처럼 미친듯이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

멍울독.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테마로 작용한다.
국권 피탈 이후 기록된 적도 본 적도 없는 독초들이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독초에 서린 기운을 망국의 한으로 여긴 조선인들은
비탄하는 심정으로 그것을 멍울독이라 불렀다.

백오교 혹은 시라이시 유이토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식민지의 천재 청년이 어느 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한 달 뒤, 그의 집에서 또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경성을 뒤흔들 만큼 미모가 뛰어났던 미카엘이라는 청년이었다.

이 사건 때문에 멍울독 백과의 저자 구희비가 소환된다.
아주 작은 세포 단위였을 때부터 그녀는 독초와 함께 자랐다.
죽음을 경험했지만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사람이라 그런지
죽음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몸이 좋지 않은 희비는 조수로 차돌이라는 이름의 건강하고 총명한 아이를 고용한다.
그렇게 두 사람과 그들의 주변 사람,
경성의 많은 인물들이 이 사건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구미가 당기지요?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는지 막 궁금하지요?
그럼 저 한 번 믿고 읽어봐주세요.
읽는 동안 시간 순삭해 드릴 수 있습니다.

문장도 수려하고 곳곳에 배치된 유머와
호락호락 당하지 않고 되받아치는 강인한 캐릭터들에
괜히 내 속이 다 시원한 대리경험도 할 수 있다.

소설이 무조건 영상화가 되기 위해 쓰여지는 건 아니지만
읽으면서 자꾸 내 맘대로 캐스팅을 하느라
머릿속이 분주했지만 상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아, 진짜 재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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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의 정원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8
김혜정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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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고도 알아버릴 때가 있다.
아, 사랑에 빠지겠구나.
한동안 이 세계에 푹 빠져 허우적거리겠구나.
<솔라의 정원>이 꼭 그랬다.

자신을 명명할 이름을 스스로 부여하고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타투를 새기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솔라 할머니.

우연히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지만
서로의 가슴속 구멍을 알기에,
같은 결핍을 가졌기에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된 아이들과 할머니와 등장인물들.

기쁠 희, 아이 아를 쓰는 기쁨의 아이 희아.
다들 희야로 부르는데 이 열다섯 사춘기 소녀의 내밀한 심리 변화도 문장에 잘 구현되어 있어 이젠 남의 기억인 것만 같은 10대 사춘기의 내 모습도 다시금 떠올리는 기회가 되었다.

부디 모두에게 따스한 햇살이,
적당한 양분이 계속 주어져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기를.
따뜻하게 데운 손으로 살며시 책을 덮고 그대로 조금 멈춰있었다.

나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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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우리의 삶을 넘어선 본질에 대한 이야기 세스 시리즈
제인 로버츠 지음, 매건 김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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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 태어나고 머리가 꽤 굵어질 때까지
양가의 조부모들은 살아계셨다.
명절 때마다 친가와 외가를 오가며
1년에 최소 2번은 짧게라도 그들을 만나며 자랐다.
친가에서는 내가 첫 손주였기에
나는 부모의 사랑과 더불어
조부모와 친가 친척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외가에서는 내 앞에 많은 손주들이 있었기에
내 존재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많은 형제들이 있음에도
누구보다 살뜰히 부모를 챙긴 엄마 덕에
나름의 관심과 사랑을 먹었던 것 같다.
영원할 것만 같던 그들과의 만남은
지금 모두 끝을 맞았다.
때로는 버거웠고 때로는 벅찼던 그 사랑이
요즘 부쩍 생각이 난다.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준 엄마 아빠의 뿌리가 된 그들이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만 같아
종종 한기를 느끼고 부르르 몸을 떨곤 했다.
내가 운이 좋았구나.
다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토록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던 마음은
이제 영영 사라진 걸까?
죽음 이후의 상태는 어떤 것인지 자주 생각했다.
생각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죽어보지 않았으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닭살이 돋았던 팔을
보이지 않는 손이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 들었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나라는 외형에서 벗어나 아주 작디 작인 분자가 되어
공기 중을 떠도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사물을 이루는 입자들의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깨어있지만 잠들어 있는 듯한 묘한 상태에 빠졌다.
직접 닿을 수는 없지만 나를 만들어준 내 뿌리에게
지금 내 마음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독서 경험이었다.
책의 전편인 세스 매트리얼도 읽어보고 싶다.

조금 덜 외로워졌고
조금 더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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