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트리플 31
장아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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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일상이 이어지고 있던 터라
책을 읽을 물리적 시간도, 문장을 담을 심리적 여유도 없었다.
지쳐있던 어느 날, 선물처럼 고양이 한 마리가 내게 왔다.

표제작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를 홀린 듯 읽었다.
어디로 닿을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으로 위태롭게,
하지만 그 불확실성의 자력이 강해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고 넘기고 도달한 마지막.
복선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기어코 와르르 무너지는 지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니 우왁, 하고 눈물이 터져서
한참을 울었다.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아
이야기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트리플 시리즈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만난 트리플 시리즈들이 다 좋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좋았다.
새로운 매력의 작가님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다음 트리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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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한예지 지음 / 온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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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조금 안정기에 접어드나? 싶었던 순간
회사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삶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요즘.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참담했고
억울함이 차곡차곡 가슴에 쌓여 매순간 울분이 늘어갔다.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도 마음도 뜨거운 감정에 휩쓸려
눈을 감아도 떠도 자꾸 같은 곳만 맴돌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내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제목을 보고
스크롤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자신의 글이 나 같은 독자에게 닿길 바랐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한다.

무턱대고 응석 부리고 싶게 말랑한 형태의 글은 아니었지만
조금 냉철하게도 보이는 그 글들이
되려 감정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고
정말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줘서
잃어버린 이성을 조금 되찾아올 수 있었다.

아직은 수행이 부족한 어리석은 몸이라
어떤 문장들에서는 반발심도 들었지만
차곡차곡 그 안에 담긴 속뜻을 곱씹어 보니
휘청이던 마음의 무게 추가 조금씩 가라앉아
제자리를 찾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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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기쁨 기쁨 시리즈 3
사니 지음 / 달로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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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人十色
열 사람의 열 가지 색.
사람의 모습이나 생각이 저마다 다르다는 뜻의 말이다.

전비기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가 왜 에세이를 좋아하는지 오랜만에 깨달았다.
누구나가 경험하고 누리고 있을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이야기지만
조금 더 깊이 장면 속으로 들어가
그걸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생각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풀이되는 게 참 흥미롭다.
나와 아주 닮아있기도 하고, 나와 너무 다르기도 한 감정의 모양들.
어떤 때에는 내가 아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주 큰 위로가 되어주고
어떤 때에는 나는 가질 수 없었던 시야를 갖게 해주는 신세계로의 출입문이 되어주기도 한다.

글을 읽으며 내 과거의 치부가 떠올라
발가락이 말려들어가기도 했고
딱 잘라 형용할 수 없던
꽁깃꽁깃했던 감정의 실체를 마주하기도 했다.
혼자 큰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렸고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다시금 들었다.

많이 지쳐있었는데 좋은 환기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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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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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다.
대체 이 사건 뒤에 감추어진 진실은 무엇일까?
호기심을 억누를 길이 없어
틈만 나면 책장을 뒤적였다.
아, 그래서 그다음은요?
서평단 책은 정식 발간본의 반이 조금 넘는 글이 담겨 있어서 아직 마무리를 모른다.
당장 책 사야지!

작가의 이력부터 흥미롭다.
저자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청소년 시절 대부분을 캐나다에서 보냈다.
그러던 2015년의 어느 날, 주인공 정약용이 천주교와 연관이 깊었던 서양 학문에 매료되며 펼쳐지는 이야기인 한무숙 작가가 쓴 '만남'을 우연히 읽고 세상이 바뀐다.
한국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고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이 책이다.

원문을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으나
작가님의 필력도 좋고 번역가님의 실력도 좋은 것 같다.
읽으면서 이 책이 정말 영어로 쓰인 소설이 맞는지를 몇 번이나 의심하며 읽게 되었으니까.

왼쪽 뺨에 지져진 인두 자국 상처를 가진 다모 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양반집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당시만 해도 남성이 직접 여성의 몸에 닿을 수 없다는 유교 사상에 의해 설은 그 여성의 시신을 관찰하고 거두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다양한 인물들이 교차하고 의외의 사실들이 드러나며 진범에게도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이야기다.

미천한 신분임에도 자꾸만 주머니 속 송곳처럼 호기심이 튀어나오는 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를 당신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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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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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이상하다.
야근과 회식으로 매일 귀가가 늦었던 사람이 요즘 칼퇴를 한다.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거기다 이제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해준다고 하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구두에 흙먼지가 가득할 때도 있고
얼굴에 침 자국이 남아 있는 날도 있다.
심지어 낮 시간 극장 영화표까지 옷에서 나왔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여기 우리의 고 대리가 있다.
그는 얼마 전 회사에서 잘렸다.
아니, 정확히는 희망퇴직을 했다.
그거나 그거나...

아무튼 오늘도 그는 정장에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선다.
왜?
아내에게 말을 못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말을 하긴 해야겠지만 너무 미안해서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퇴근시간까지 하루가 너무 길다.
그래서 낯선 곳에 가보기도 하고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해본다.
하지만 차곡차곡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자꾸 쌓인다.
그 미안함들이 4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책 속에 한가득이다.

얼마 전 제 발로 회사를 걸어 나오고서 나도 방황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나라는 존재가 낯설었다.
시간은 차고 넘쳤지만 제대로 활용은 하지 못하고 변두리를 서성이기만 했다.
그러면서 '직장인'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했을 때는 깨닫지 못했던 이상한 부분들에 눈길이 갔다.
나도 북한에서 미사일을 쐈다는데도 출근을 걱정하는 K 직장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생각들이 고 대리의 글 속에도 많이 녹아 있어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읽어나갔다.

고 대리, 내가 그 마음 다 알아, 토닥토닥.

그래서 결국 고 대리는 아내에게 퇴직 사실을 고백하게 될까? 가
이 이야기의 큰 숙제이기도 한데
결과에 대해서는 책을 볼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
여기에 발설하진 않겠다.

이리 와서 수상한 고 대리의 퇴근길을 함께 걸어볼래요?
이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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