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상처 - 오늘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선생님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심리학, 최신 개정판
김현수 지음 / 미류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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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학교와는 접점이 없는 생활을 한 지 오래라 최근의 교육 현실이 어떤지에 대해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나는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구세대와 신세대의 중간에 끼여있다고 생각한다.

구세대를 통해 배운(혹은 세뇌된) 가치관과 변해버린 세상을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깨우친 자유와 풍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느낀다.

부모님의 말은 낡고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면서도, 어린 친구들의 말은 너무 도전적이고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꼴이다.

그래서 내 안에서는 아파도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이며, 선생님 말씀은 부모님 말씀만큼이나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권력이었다.

그런 나에게 서이초 사건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상은 늘 정신없이 변해가지만 이렇게까지 변해버렸다고?

저자 김현수는 정신건강의 이면서 '성장학교 별(대안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자 사단법인 '별의 친구들' 대표라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얼굴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곳에 아이들이 있다.

10여 년 전에 동일한 제목으로 나왔던 책에 현재의 교육 현실을 반영하고 내용을 일부 수정, 보완하여 이번에 개정판으로 탄생했다.

책 전체에 선생님과 아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하는 작가의 마음이 녹아 있어 진정성이 느껴졌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맞벌이나 오래 일을 해야 하는 가정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홀로 방치되는 시간이 늘었다.

대가족은 이제 멸종했다고 봐도 무방하고 일하러 나간 부모를 제외하면 아이들을 케어해줄 수 있는 다른 가족들이 없다.

학교라는 사회를 경험하기 전에 가정에서 충분한 교육과 정서 발달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전 준비에 공백이 발생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이 공백은 메워지지 않고 부모는 여전히 바쁘고 아이들도 계속 혼자다.

서로 정서적 교감을 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와 아이의 스트레스가 교사에게 옮겨온다.

교사 혼자 보듬어야 하는 학생 수는 여전히 너무 많고 수업과 아이 지도만으로 버거운 업무에 각종 행정 업무와 학교 내 인간관계도 엮여 들어온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부모나 아이들의 민원까지 처리해야 하니 아무 곳에도 기댈 수가 없다.

교사 내부에서의 유대와 연대가 필요하지만 이미 너무 지쳐버려서, 희망을 잃어서,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교사는 고립되고 상처받고 서서히 말라간다.

직접 선생님과 아이들과 대면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자니 모두 너무 고립되어 있어 속이 상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도 사람인데, 그 사실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음을 깨닫는다.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학교 선생님은 인격적으로도 더 안정되어 완성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학원 선생님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슈퍼맨도 아니고 수업도, 아이 지도도, 상담도, 학교 업무도, 인성도 완벽한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사람들의 이런 무의식도 교사들에게는 상처가 된다고 한다.

나와 직종이 다른 직업인으로 바라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공감이 갔다.

고충은 많겠지만 교사들이 아이들을 이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단순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이나 가치관 등에 대한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 후 12년 동안 부모보다 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많다.

교사의 손에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다.

부담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그 미래를 위해 교사도, 아이도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 만들기가 꼭 필요하다는 게 요점이다.

사회적으로도 학교 일은 학교에서, 교사가 알아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교사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

더 이상 무관심하지 않게, 더 이상 무지하지 않게 제대로 들여다보고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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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숨결 가까이 -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자연의 방식에 관하여
리처드 메이비 지음, 신소희 옮김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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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강을 찾았다.
탁 트인 풍광을 찾기 위해 산책로를 한참 걸었다.
인적이 드문 강가 근처 자리에 작은 돗자리를 펴고 드러누웠다.

언젠가 비 오던 날 길가로 나왔다가 미쳐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짓이겨 말라버린 지렁이가 보였다.
아님 누군가에게 밟혔던 걸까?
이름을 알 수 없는 아주 작디작은 벌레들도 보았다.
까맣고 통통한 개미들도 여럿 있었다.
개미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돗자리 가장자리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돗자리에 올라타지도 못하고 돗자리 아래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가느다란 팔, 다리와 더듬이를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이동을 하진 못했다.

아!
내가 너희들의 길을 막고 있구나.
아이고, 이런...
미안해서 어쩐다...
하지만 나도 진짜 큰마음 먹고 나온 거라 우리 서로 양보 좀 하자, 어때?
최대한 생명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후후 바람도 불어보고 장애물을 이용해 진로를 변경해 주기도 했다.

건물에 잘려 조각난 하늘이 아닌 진짜 하늘 다운 하늘은 얼마 만인가?
끝장나는 노을을 기대했지만 지면 가까이로 구름이 두텁게 깔려있어 볼 수가 없었다.
대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대형을 이루다가 흩어졌다가 금세 멋진 문양을 하늘에 새기는 날개 달린 친구들.
마침 읽고 있는 책<야생의 숨결 가까이>에서도 다양한 동물과 자연의 이야기가 담뿍 담겨있던 덕분에 오늘의 외출은 모든 장면이 새롭게 다가왔다.

<1장 둥지를 떠나 날아오르다>에서 작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다.
하여 페이지를 넘기면서 작가의 마음 상태에 동화되고 몰입하기 쉬웠다.

작가는 오래 살던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해야만 했다.
늘 자연을 바라보고 즐거움을 찾던 그였지만 우울증으로 인해 그 모든 것에서 시선을 거둔지 오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대를 거쳐 머물렀던 집을 처분하기까지 해야 했다.

15p
내 발목을 잡아둔 것은 과거, 아니 과거의 결핍이었다.
나는 습관과 기억에 갇혀 너무 오래 한자리에 묶여 있었다.
내가 뿌리를 내렸다는 생각에 얽매여 있었다.
그러다 결국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쓸 수 없어졌다.

22p
우리가 이 집에서 산 시간을 합치면 110년이나 되는데, 텅 비어 휑뎅그렁한 식당에 의지 하나만 놓고 앉아 있노라니 고아가 된 듯했다.
아니, 눈이나 귀를 잃은 기분이었다.
그 장소의 추억은 집이라는 껍데기가 아니라 집 안의 세간들, 일상의 살림살이에 깃들어 있으니까.
두 세대에 걸친 손가락 자국으로 군데군데 움푹 팩 찬장.
어머니가 앉아 네 아이 모두에게 젖을 먹였던 낡고 나지막한 고리버들 의자.
50년 동안 거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부엉이 모양 저금통을 재활용해 만든 문버팀쇠("PAT.SEPT 21&28 1880"이라는 명문이 새겨져있다).
문을 열 때마다 "부엉이 조심해"라고 외치듯 문버팀쇠 소리가 집 안 곳곳에 울려 퍼지곤 했다.
사물은 일종의 외적 기억, 사건과 감정의 구현이 된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부양하기 위해 어떻게든 글을 쓰고 살아내야만 했던 날들.
가끔은 과감하게 오래 머물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어야 하는 순간들이 인생에는 찾아온다.
작가에게는 노년의 그 지점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모두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연의 환희가 서서히 작가의 눈을 다시 뜨이게 만들어주었다.

28p
나는 평생 숲속에서 살아왔다.
봄의 눈부시고 힘찬 폭발, 여름의 짙푸르고 기나긴 황홀, 가을의 호화로운 쇠락, 겨울의 순수하고 헐벗은 나날 - 작업과 절제의 계절.
숲에서의 1년은 메트로놈 움직임처럼 규칙적이다.
숲이라는 공간뿐만 아니라 그곳의 나무결과 갈라진 줄기, 느리게 순환하는 빛과 그늘로 겹겹이 에워싸인 역사의 층에 내가 언제까지나 빠져들 줄만 알았다.
숲에는 수 세대에 걸친 인간의 삶을 넘어 문명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운이 서려 있다.
숲, 즉 원시림은 개인에게나 인류 전체에 있어서나 '자라며 떠나온' 곳이라고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숲에 들어서면 항상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숲은 오래된 기억과 회복력을 지난 장소다.

외국 작가임에도 문장이 수려하고 아름다워서 한국 작가의 글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작가 본인의 능력도 있을 테고 번역가님의 센스도 한몫했다고 생각된다.
물론 낯선 지명들, 처음 듣는 동식물의 이름 앞에서 잊고 있던 사실을 기억해 내곤 했지만 말이다.
그의 묘사가 아주 성실해서 곧잘 머릿속에서 상상의 세계를 그려낼 수 있었다.

16p
아침에 깨어났을 때 다락방에서 갓 태어난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둥지에서 떨어진 아직 날 줄 모르는 새가 초승달 모양 날개를 뻣뻣하게 편 채 누워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아기 새의 깃털은 한여름 하늘을 휙 스쳐 가는 어미 새의 실루엣처럼 신비로운 검은색이 아니라 잿빛과 갈색, 순백색이 어룽어룽 섞여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공중에서 보내는 삶에 완벽히 적응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도 알아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동식물을 검색했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수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늘 막막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나의 무지가 그리 거북하지 않았다.
이 나이가 되어도 새로울 것이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다.

작가가 인용한 다른 작가들의 글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었고 하나같이 아름다워서 감탄하면서 읽었다.

35p
알도 레오폴드는 "해마다 빛과 먹을거리를 맞교환하러" 미국을 찾아오는 칼새 덕분에 "대륙 전체가 어두운 하늘에서 떨어지는 야생의 시를 순이익으로 얻는다"라고 썼다.
칼새는 인간의 신경계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는 기억이자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의 가장 순수한 표현이다.

38p
테드 휴스는 시 칼새에서 새들이 돌아올 때 느끼는 감정("그들이 다시 돌아왔다")에 관해 썼다.
새들은 여름이 돌아왔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라는 걸 보여준다고.

54p
에드워드 윌슨이 저서 아마조니아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듯이 말이다.

다시 태양이 나와서 숲 표면을 빛과 그림자의 요철로 조각냈다.
나뭇잎 앞면에 강렬한 빛이 쏟아지자 나무껍질에 2,3센티미터 깊이로 길게 팬 고랑이 축소판 협곡처럼 보였다.
바닷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위쪽에서 걸러져 내리는 빛이 곧추선 나무둥치의 가장 낮고 움푹한 틈바구니를 끈질기게 비추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자연과 동물 앞에서 인간이 모든 것을 멋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함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작가님.

18p
인생이 기묘하고도 희한하게 꼬이면서, 나는 다른 피조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공허한 대기 속을 떠도는 불가해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인류 전체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30p
산림 파괴와 해양 오염부터 멸종하는 생물이 1,000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저질러온 비참한 실패의 목록은 더 이상 스스로를 동물 세계의 일부로 여기지 않는 생물종의 모든 징후를 보여준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자연의 물리적 명령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자처하지만, 실은 자의식 때문에 자연의 관능과 직접성으로부터 추방된 섬뜩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지구에서 우리 역할이 위태로워진 것은 우리의 위력보다도 이런 오만함, 다시 말해 자의식이라는 특정한 능력이 인간에게 다른 모든 생물종의 삶을 멋대로 평가하고 처리할 유일무이한 특권을 부여했다는 신념 때문이다.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이러다 책 한 권을 다 필사해야 할 기세이기에 이쯤에서 줄이겠다.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치고 상처받고 쪼그라든 당신에게 자연의 기운을 보낸다.
부디 회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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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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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주 동안 지구로부터 2억 4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 다녀온 사람입니다.
네?
무슨 소리냐고요?
인간 주제에 그게 무슨 가당키나 한 소리냐고요?
근데 제가 진짜 갔다 왔거든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자, 여기 증거가 있습니다.

이번에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발간된 하야부사,
저자는 하야부사2 팀 운영을 맡았던 츠다 유이치입니다.
하야부사는 일본어로 '매'라는 뜻입니다.

책머리 부분에는 하야부사2의 활동과 참여 팀원들의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이 장대한 스토리를 접하기 전에 사진을 본 감상과 후에 사진을 본 감상은 전혀 다릅니다.
네, 긴 여정을 함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하야부사 2 프로젝트도 쉬운 여정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해도 계획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돌발 상황은 터집니다.
한 번 우주로 쏘아올려진 이후에는 지구에서 물리적인 수리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비의 순간마다 내리는 판단으로 인해 프로젝트의 성패가 크게 좌우되는 부담감도 장난이 아닙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 대책을 강구하고 준비하는 일은 또 얼마나 고단한지요.
팀과 팀 사이, 소속 집단과 집단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를 넘어 엄청난 양의 커뮤니케이션이 반복되는데 그 부분도 까마득합니다.
수많은 참여자들은 모두 자신의 일처럼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진심으로 몰두하는데 그 모습에 자꾸 마음이 따끈해지는 경험도 합니다.
하야부사2가 연이은 신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온몸에 짜르르르 소름이 돋기도 여러번이었습니다.

10년의 준비 기간, 3년의 탐사 과정.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이 쌓이고 쌓여 하야부사2는 귀중한 자료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결과도 결과이지만 과정의 아름다움과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지금 하야부사2는 지구에서 2억 7천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을 비행하며 프로젝트 성패에 대한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확장 미션을 위해 우주를 탐험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저자는 가능한 쉬운 말들로 기나긴 여정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다소 딱딱해질 수도 있는 기록이지만 중간중간 저자 나름의 유머가 남겨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들이 재미있었습니다.
모히칸 군단의 이야기나 감전사 이야기, 타겟 마커 이야기 등이 그랬습니다.

저자는 일본의 우주 과학 기술의 대단함에 대해 전세계에 말하고 싶다는 한편, 어린이들에게 꼭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어린 자신이 우주를 보며 두 눈을 반짝였던 것처럼, 지금의 어른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런 두근거림을 선사하고 싶다면서요.
그 대목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현재 하야부사2가 보고 있을 우주를 찾아봅니다.
부디 무탈하게 2023년 목표했던 소행성 1998 KY26에 무사히 닿아 또다른 새 소식을 전해주길 기다리겠습니다.

여러분도 멀리 우주 여행 어떠세요?
후회 없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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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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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부상이다.
짐의 종류와 양이 상당하기 때문에 큰 가방을 선호한다.
당연히 중량도 엄청나기 때문에 한쪽으로 무게가 치우치면 허리에 무리가 가 억 소리가 절로 나므로 주로 백팩을 이용한다.

그러다 날이 더워지면 나에게 작은 미니 백이 추가된다.
날이 덥다고 짐이 더 늘어나냐고?
아니.
가벼워지는 옷차림이 되면 휴대전화를 넣을 주머니가 마땅치 않고 백팩에 두면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주머니나 미니 백에 넣어야 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하나, 혹여나 떨어뜨리면 수리에 상당한 출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둘, 평소에는 두 눈이 새빨개 지도록 액정을 들여다보지만 이동할 때는 정말 이동에만 집중해 부딪힘이나 다칠 가능성을 배제시키고 싶다.
셋, 짧게라도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싶으나 시야에 휴대전화가 걸리면 유혹을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에게 미니 백은 외출 필수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사족이 길었다.
본론은 여기부터다.
주머니가 없어서 참 불편하다고만 생각하고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는데 세상에나!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여성 의복의 주머니는 의도적으로 제외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커다란 천을 두르는 형태로 옷이 존재하다가 중세에 들어 갑옷을 만들게 되면서 남자를 위해 바지가 생기고 각 성별의 의복이 다른 갈래로 뻗어나갔다고 추정한다.
남자들의 경우, 칼이나 소지품들을 허리 끈에 차던 것이 의복에 주머니를 삽입하여 붙이는 형태로 발전해 지금의 주머니로 발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에는 별도의 주머니에 끈을 달아 길게 늘어뜨려 치마 위 무릎 언저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형태를 취했다.
이후 이 주머니가 치마 안에서 대롱대롱 늘어뜨리는 형태가 되거나 따로 핸드백을 드는 식으로 변화를 겪었다.
당시 여성의 바지에 주머니가 부착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옷 핏이 망가진다거나 여성들이 주머니를 원치 않는다거나 하는 말들이 있었다는데 정말 속이 뒤집어지는 이야기다.
여성이 인간으로 인정받고 참정권을 얻기까지의 오랜 역사를 생각해 보면 여성에게 주머니가 제공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와서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정말 분노가 차오른다.
지금도 여전히 실제 사용은 불가하고 주머니 모양으로만 존재하는 장식도 여성복에는 많고 주머니가 있어도 너무 얕거나 작아서 주머니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분통은 터지지만 이 책은 이토록 흥미로운 소재로 다각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원래 여성은 마라톤 참전도 불가했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스누피로 국내에서는 더 유명한 찰스 슐츠의 '피너츠' 작품 속에서 여성 캐릭터인 페퍼민트 패티가 운동을 잘하는 아이로 그려진 이야기, 흑인 캐릭터인 프랭클린 암스트롱이 그려진 이야기의 배경도 들어있다.

아직 정식 출간 전이라 맛보기로 이 정도의 이야기를 먼저 읽었는데 하나같이 너무 흥미로워 정식 출간되면 냉큼 전체를 읽어보고 싶어 출간일이 너무 기다려진다.
자신 있어서 대대적인 홍보용 가제본으로 서평단을 100명이나 꾸렸다더니 진짜였다.
뻔한 말이지만 정말 정말 너무너무 완전 완전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널리 가닿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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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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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생각한다.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고.
다들 조용히 있으면 안 되나?
진짜 중요한 말만 하고 쓸데없는 참견은 좀 넣어두고.
서로 선 좀 지키고.
나는 최근 그 세상을 만났다.
조은오 작가가 쓴 '버블' 속에서 말이다.

책은 중앙 지역에 사는 주인공 '07'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있다.
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버블에서 지급받는 물품으로 알뜰하게 산다.
그녀가 사는 곳은 타인과의 교류가 철저히 제한되어 집을 나설 때도 누군가를 만날 때도 눈을 감아야 하고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어선 안 되는 곳이다.
심지어 자신의 보호자와도 예외는 없다.
주인공 '07'은 이 세계가 너무 외로웠다.
사람과는 눈을 마주치고 싶었고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 모든 건 금지된 일이기에 삶이 고통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주민들의 삶과 직업에 대해 평가하는 평가원으로 살고 있는 '07' 앞에 눈을 뜨고 꼭 필요하지 않는 말로 대화를 시도하는 상대 '126'이 나타난다.
그렇게 주인공은 '중앙'에서 '외곽'으로 터전을 옮기게 되고 이제까지 알고 있던 세상이 크게 변모하는 순간들을 마주하며 성장하게 된다.

서두에 말했다시피 사람과의 관계가 버거울 때가 있다.
두더지가 땅굴을 파고 지하로 숨어버리듯 움츠러들 때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상처를 받고 너덜너덜하더라도 영영 철저히 혼자가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에는 나 아닌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그 무엇으로든.

자라오는 동안 보고 들어 알던 세상이 실제 세상과 달라 아프고 깨진 적이 있을 것이다.
설령 그게 팩트였다고 해도 개개인이 겪어내는 세상은 모두 한 가지 모습은 아닐지 모른다.
상처받은 채로 세상을 등질 수도 있고, 붕대를 칭칭 감고 이전의 실패를 복기하면서도 어떻게든 다음 장으로 걸어나가는 사람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

아마 대부분의 우리는 수많은 피딱지를 딛고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자신을 믿고, 자신 곁의 사람들을 믿으며, 내일을 눈부시게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버블의 세상에서,
나는 당신을 떠올렸다.

어렵고 힘든 일이 많은 세상이지만 부디 당신도 나를 떠올리며 잘 살아주면 좋겠다.
나도 형편없는 나를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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