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상처 - 오늘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선생님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심리학, 최신 개정판
김현수 지음 / 미류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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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학교와는 접점이 없는 생활을 한 지 오래라 최근의 교육 현실이 어떤지에 대해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나는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구세대와 신세대의 중간에 끼여있다고 생각한다.

구세대를 통해 배운(혹은 세뇌된) 가치관과 변해버린 세상을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깨우친 자유와 풍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느낀다.

부모님의 말은 낡고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면서도, 어린 친구들의 말은 너무 도전적이고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꼴이다.

그래서 내 안에서는 아파도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이며, 선생님 말씀은 부모님 말씀만큼이나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권력이었다.

그런 나에게 서이초 사건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상은 늘 정신없이 변해가지만 이렇게까지 변해버렸다고?

저자 김현수는 정신건강의 이면서 '성장학교 별(대안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자 사단법인 '별의 친구들' 대표라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얼굴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곳에 아이들이 있다.

10여 년 전에 동일한 제목으로 나왔던 책에 현재의 교육 현실을 반영하고 내용을 일부 수정, 보완하여 이번에 개정판으로 탄생했다.

책 전체에 선생님과 아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하는 작가의 마음이 녹아 있어 진정성이 느껴졌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맞벌이나 오래 일을 해야 하는 가정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홀로 방치되는 시간이 늘었다.

대가족은 이제 멸종했다고 봐도 무방하고 일하러 나간 부모를 제외하면 아이들을 케어해줄 수 있는 다른 가족들이 없다.

학교라는 사회를 경험하기 전에 가정에서 충분한 교육과 정서 발달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전 준비에 공백이 발생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이 공백은 메워지지 않고 부모는 여전히 바쁘고 아이들도 계속 혼자다.

서로 정서적 교감을 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와 아이의 스트레스가 교사에게 옮겨온다.

교사 혼자 보듬어야 하는 학생 수는 여전히 너무 많고 수업과 아이 지도만으로 버거운 업무에 각종 행정 업무와 학교 내 인간관계도 엮여 들어온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부모나 아이들의 민원까지 처리해야 하니 아무 곳에도 기댈 수가 없다.

교사 내부에서의 유대와 연대가 필요하지만 이미 너무 지쳐버려서, 희망을 잃어서,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교사는 고립되고 상처받고 서서히 말라간다.

직접 선생님과 아이들과 대면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자니 모두 너무 고립되어 있어 속이 상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도 사람인데, 그 사실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음을 깨닫는다.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학교 선생님은 인격적으로도 더 안정되어 완성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학원 선생님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슈퍼맨도 아니고 수업도, 아이 지도도, 상담도, 학교 업무도, 인성도 완벽한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사람들의 이런 무의식도 교사들에게는 상처가 된다고 한다.

나와 직종이 다른 직업인으로 바라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공감이 갔다.

고충은 많겠지만 교사들이 아이들을 이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단순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이나 가치관 등에 대한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 후 12년 동안 부모보다 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많다.

교사의 손에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다.

부담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그 미래를 위해 교사도, 아이도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 만들기가 꼭 필요하다는 게 요점이다.

사회적으로도 학교 일은 학교에서, 교사가 알아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교사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

더 이상 무관심하지 않게, 더 이상 무지하지 않게 제대로 들여다보고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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