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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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부상이다.
짐의 종류와 양이 상당하기 때문에 큰 가방을 선호한다.
당연히 중량도 엄청나기 때문에 한쪽으로 무게가 치우치면 허리에 무리가 가 억 소리가 절로 나므로 주로 백팩을 이용한다.

그러다 날이 더워지면 나에게 작은 미니 백이 추가된다.
날이 덥다고 짐이 더 늘어나냐고?
아니.
가벼워지는 옷차림이 되면 휴대전화를 넣을 주머니가 마땅치 않고 백팩에 두면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주머니나 미니 백에 넣어야 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하나, 혹여나 떨어뜨리면 수리에 상당한 출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둘, 평소에는 두 눈이 새빨개 지도록 액정을 들여다보지만 이동할 때는 정말 이동에만 집중해 부딪힘이나 다칠 가능성을 배제시키고 싶다.
셋, 짧게라도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싶으나 시야에 휴대전화가 걸리면 유혹을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에게 미니 백은 외출 필수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사족이 길었다.
본론은 여기부터다.
주머니가 없어서 참 불편하다고만 생각하고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는데 세상에나!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여성 의복의 주머니는 의도적으로 제외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커다란 천을 두르는 형태로 옷이 존재하다가 중세에 들어 갑옷을 만들게 되면서 남자를 위해 바지가 생기고 각 성별의 의복이 다른 갈래로 뻗어나갔다고 추정한다.
남자들의 경우, 칼이나 소지품들을 허리 끈에 차던 것이 의복에 주머니를 삽입하여 붙이는 형태로 발전해 지금의 주머니로 발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에는 별도의 주머니에 끈을 달아 길게 늘어뜨려 치마 위 무릎 언저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형태를 취했다.
이후 이 주머니가 치마 안에서 대롱대롱 늘어뜨리는 형태가 되거나 따로 핸드백을 드는 식으로 변화를 겪었다.
당시 여성의 바지에 주머니가 부착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옷 핏이 망가진다거나 여성들이 주머니를 원치 않는다거나 하는 말들이 있었다는데 정말 속이 뒤집어지는 이야기다.
여성이 인간으로 인정받고 참정권을 얻기까지의 오랜 역사를 생각해 보면 여성에게 주머니가 제공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와서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정말 분노가 차오른다.
지금도 여전히 실제 사용은 불가하고 주머니 모양으로만 존재하는 장식도 여성복에는 많고 주머니가 있어도 너무 얕거나 작아서 주머니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분통은 터지지만 이 책은 이토록 흥미로운 소재로 다각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원래 여성은 마라톤 참전도 불가했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스누피로 국내에서는 더 유명한 찰스 슐츠의 '피너츠' 작품 속에서 여성 캐릭터인 페퍼민트 패티가 운동을 잘하는 아이로 그려진 이야기, 흑인 캐릭터인 프랭클린 암스트롱이 그려진 이야기의 배경도 들어있다.

아직 정식 출간 전이라 맛보기로 이 정도의 이야기를 먼저 읽었는데 하나같이 너무 흥미로워 정식 출간되면 냉큼 전체를 읽어보고 싶어 출간일이 너무 기다려진다.
자신 있어서 대대적인 홍보용 가제본으로 서평단을 100명이나 꾸렸다더니 진짜였다.
뻔한 말이지만 정말 정말 너무너무 완전 완전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널리 가닿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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