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생각한다.세상이 너무 시끄럽다고.다들 조용히 있으면 안 되나?진짜 중요한 말만 하고 쓸데없는 참견은 좀 넣어두고.서로 선 좀 지키고.나는 최근 그 세상을 만났다.조은오 작가가 쓴 '버블' 속에서 말이다.책은 중앙 지역에 사는 주인공 '07'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있다.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버블에서 지급받는 물품으로 알뜰하게 산다.그녀가 사는 곳은 타인과의 교류가 철저히 제한되어 집을 나설 때도 누군가를 만날 때도 눈을 감아야 하고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어선 안 되는 곳이다.심지어 자신의 보호자와도 예외는 없다.주인공 '07'은 이 세계가 너무 외로웠다.사람과는 눈을 마주치고 싶었고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 모든 건 금지된 일이기에 삶이 고통스럽다.그러던 어느 날, 주민들의 삶과 직업에 대해 평가하는 평가원으로 살고 있는 '07' 앞에 눈을 뜨고 꼭 필요하지 않는 말로 대화를 시도하는 상대 '126'이 나타난다.그렇게 주인공은 '중앙'에서 '외곽'으로 터전을 옮기게 되고 이제까지 알고 있던 세상이 크게 변모하는 순간들을 마주하며 성장하게 된다.서두에 말했다시피 사람과의 관계가 버거울 때가 있다.두더지가 땅굴을 파고 지하로 숨어버리듯 움츠러들 때가 있다.하지만 아무리 상처를 받고 너덜너덜하더라도 영영 철저히 혼자가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결국에는 나 아닌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그 무엇으로든.자라오는 동안 보고 들어 알던 세상이 실제 세상과 달라 아프고 깨진 적이 있을 것이다.설령 그게 팩트였다고 해도 개개인이 겪어내는 세상은 모두 한 가지 모습은 아닐지 모른다.상처받은 채로 세상을 등질 수도 있고, 붕대를 칭칭 감고 이전의 실패를 복기하면서도 어떻게든 다음 장으로 걸어나가는 사람도 있다.선택은 각자의 몫.아마 대부분의 우리는 수많은 피딱지를 딛고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자신을 믿고, 자신 곁의 사람들을 믿으며, 내일을 눈부시게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작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버블의 세상에서,나는 당신을 떠올렸다.어렵고 힘든 일이 많은 세상이지만 부디 당신도 나를 떠올리며 잘 살아주면 좋겠다.나도 형편없는 나를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