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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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뻐렁쳐서 몇 자 적어본다.

새로 나온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방금 다 읽었다.
4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도톰한 책이지만 정신없이 읽어 내린 며칠이었다.

아마 2016년 너무 한낮의 연애를 시작으로 작가님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후에 발표되는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나의 사랑, 매기
크리스마스 타일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그리고 이 책.

책장을 덮고 나니 조금 울고 싶어졌다.
작가님의 책들은 늘 내게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에는 특히나 전작들과는 다르게
실제 역사에 대한 사전 조사가 많이 들어가
정말 고생이 많이 녹아든 작품이라는 게 문장 사이사이에서 느껴져
나도 모르게 자주 페이지를 쓸어내렸다.

독서 기간 동안 더 글로리 속 문동은과 집주인 할머니가 생각났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동은에게도 집주인 할머니가 좋은 어른이 되어주었듯
소설 속 영두에게는 낙원하숙의 할머님이
산아에겐 영두가 알게 모르게 좋은 어른으로 그들의 등 뒤를 지켜준 것만 같아서.

정식 리뷰는 다시 쓰겠지만 우선은 마음이 너무 일렁여서 짧게나마 감상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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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이 우주입니다 - 안과의사도 모르는 신비한 눈의 과학
이창목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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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자라는 내내 인터넷의 눈부신 발전의 영광을 누린 죄로
고등학교 때 급격히 시력이 나빠지며 겪은 두통과 흐리멍덩한 시야가 그러했고,
시도 때도 없이 안구를 찔러대며 자라는 속눈썹이 그러했고,
환절기 때마다 올라오는 알레르기로 인한 참을 수 없는 가려움과 결막염이 그러했고,
몇 년 전부터는 눈앞에 날벌레들이 여럿 날아다니는 비문증 또한 그러하다.
지금도 고생은 진행 중이고 앞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아, 옛 어른들이 말하던 오복 중에 하나인 눈!
왜 나는 이다지도 그 복을 못 타고 태어나 이리 삶이 고달픈가!
오늘도 투덜투덜 투덜이 스머프다.

하여 눈에 대해 생각할 때가 많았다.
무언가를 보고 뇌가 그 형체나 빛을 인식하는 과정에 대해
오래전 학교에서 배운 과학 책의 그림을 떠올려본다거나
여러 형태로 일렁이는 이 비문증의 형상은 내 눈에 어떤 흔적이 남았기에 이리 보이는가, 하는 식이다.

그러다 이 책 <내 눈이 우주입니다>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눈에 대한 생각은 자주 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눈에 대한 책은 읽은 기억이 없었다.
그래, 이참에 한 번 너란 녀석을 열심히 파보자! 싶어 책을 펼쳤다.

이창목 저자는 실제 안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믿음이 팍팍 갈 수밖에 없으나 간혹 전문가들이 너무나도 전문가적인 문체로 써버려
나 같은 일반인은 이해가 어려운 글들도 여럿 봐온 바 살짝 겁을 먹고 시작했다.

책에는 우선 컬러 사진이나 도표 등이 많이 실려있어
문장에 대한 이해를 쉬이 도와주었고
저자도 가능한 한 비전문가인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풀어쓰고 예시를 드는 등 독서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낮춰주었다.
더불어 한때 세간의 화제였던 드레스 색 논란에 대한 이야기나
왜 매번 셀카는 이상하게 나오는지,
왜 안약은 꼭 흔들어서 넣어야 하는지,
뽀로로가 물안경을 쓰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등
흥미를 확 끄는 주제들도 들어 있어
38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툼한 책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각각 독립된 내용으로 전개되므로 어디를 어떻게 펼쳐 읽어도 무리가 없다는 것도
편견의 허들을 낮춰줘서 좋았다.

눈에 대해 나처럼 궁금증이 많은 독자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봐도 재미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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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정지혜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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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절벽으로 절경을 이루는 '목야'라는 섬을 아세요?
이 책은 그 섬에서 일어난 3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은의 방
강과 구슬
이설의 목야

개별적으로 보이는 흐트러진 이야기의 퍼즐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고
책을 덮을 무렵에는 하나의 커다란 그림이 됩니다.

누구나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붉은색 표지에
물가에서 얼굴을 반쯤 내밀고 있는 검은 머리의 소녀가 그려진 표지.
예, 사실 책을 읽을 때마다 자꾸만 눈이 마주쳐
오싹한 기분에 포스트잇으로 얼굴을 가리고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이 그저 무섭기만 한 이야기가 아님을 금방 알게 됩니다.

처음 실린 '지은의 방'의 지은은 부모와의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육지로 공부하러 나갔던 아빠가 어린 엄마를 만나 대학생 때 사고를 쳐 지은이 생겼고
둘은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아이만 덜렁 목야의 할아버지에게 맡깁니다.
지은은 할아버지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고 부모는 억지로 목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게 지은의 소중했던 평온은 깨졌습니다.
부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네가 목야로 내려오자고 한 거 아니냐고 서로를 탓하며 지겹도록 물고 뜯습니다.
그들에게 지은은 무한한 애정을 쏟아부어야 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지은에게도 그들은 부모다운 부모가 아니었고요.
책 곳곳에 부모를 향해 저주 같은 말들을 퍼붓는 대목이 많습니다.
이건 좀 심한데 싶으면서도 저는 그 문장들에 크게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텅 비어버린 지은의 마음을 저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태풍이 오던 밤, 친한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지은은 강령술을 시도하게 되고
그 목소리를 만나게 됩니다.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것은 지은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유혹합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지은은 그토록 원하는 평온한 아침을 얻게 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게 여간 슬픈 게 아닙니다.

다음 이야기 '강과 구슬'에서는 어릴 때 사고로 동생 한이를 잃은 강과
구슬이라는 혼, 그리고 구슬이를 데리고 무당 일을 보던 구슬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어느 날 구슬 할머니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어 강을 찾아와 구슬이를 찾아달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강은 혼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은 죽은 동생 한이 집 마당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기도 합니다.
구슬이는 할머니 곁을 맴돌지만 할머니는 그 사실을 모르고
강은 자신의 능력을 숨기느라 할머니와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되풀이 중입니다.
초원은 강의 유일한 친구로 목야로 이사 온 사람이며
강의 가족들이 한을 잃었을 때 유일하게 섬에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 모든 사람들의 관계가 목야에서 1년에 1번 열리는 목야제를 기점으로 크게 출렁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이설의 목야'에서 화자 설은 자꾸만 가위에 눌리는 남편이 고민입니다.
그러던 중 '목야'에 용한 무당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고 그곳을 찾게 됩니다.
무당은 설에게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고 운명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오래 가지고 있던 거북이 인형을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며
설을 데리고 오래되어 낡고 초라한 집 앞으로 데려갑니다.
할 일을 다 마치고 돌아오라고 말하면서요.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결핍과 상실 때문에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아프다고, 슬프다고, 힘들다고 제대로 내뱉지도 못하고 속이 곪아가고 있습니다.
그 비탄과 멍울들이 얽히고설킨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매우 좋았습니다.
뭐가 그리 좋았느냐 물으면 글쎄요.
그저 자꾸 제 마음이 철 가루가 되어 책의 자력에 끌려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마음속 커다란 블랙홀이 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품었던 구멍과 잘 맞았기 때문이려나요.

관심이 가신다면 꼭 일독을 권장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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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야마다 무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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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3천 미터에 실험 도시가 세워진다.
그곳의 이름은 헤르메스.
실험 기간 10년, 실험 참가자 900명.
참가자들은 막대한 보수를 받는 조건으로
이 피난용 실험 도시에서 지상과 단절된 채 인류 생존에 대한 실험에 돌입한다.

이 무모해 보이는 실험이 시작된 배경에는 2029년의 사건이 있다.
소행성 충돌로 인해 인류가 멸망의 문턱을 넘을 뻔했던 것이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몇몇 기적적인 요소들이 겹쳐
소행성은 지구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갔고 인류는 살아남았다.

이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호이자 기업가인 윌 영맨이
추후 거대 소행성이 충돌하더라도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하에 거대한 피난소를 건설하자는 '지오 X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하기에 이른다.

이 계획의 실현을 위해 건설될 곳이 바로 앞서 말한 헤르메스다.

화자인 세라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헤르메스의 멘털 케어 전문가로 취업해 10년의 시간을 보냈고
이제 3달 후면 이곳을 떠나 지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상담을 신청한 실험자들 중에서 지상 복귀에 대한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상사의 의견으로는 학생 때 너무 좋은 분위기의 학급을 경험한 아이가 학년이 바뀔 때 다른 반으로 가길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냐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오산이었다.
239명의 실험자가 추가 보수를 포기하겠으니 2년 더 지하 도시에 머무르고 싶다는 뜻을 밝혀온 것이다.
세라는 이 혼란 속에서 지상 복귀 거부를 주장하는 실험자 대표인 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왜 가족들과 연인의 만류에도 자신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갖는다.
이후 최후의 스태프들이 지상으로 복귀하는 마지막 귀국 편을 눈앞에 두고 세라는 다시 지하 도시로 돌아간다.

내게 제공된 서평 책은 여기까지.

지하 도시는 엄청난 지열 때문에 냉각 장치를 사용하긴 하나 늘 장마철 같은 습도가 유지되고
생활이나 살림살이도 매우 단출하게 제한되며 창문도 없고 식사도 아주 볼품없는데 대체 왜 그들은 헤르메스에 남기로 한 것일까?
실험자들의 의중도, 세라의 의중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끝나 애가 탄다.
정식 출간은 12월 1일.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어지럽다.

소행성 충돌이나 지하 도시에 대한 소재를 일본 작가가 쓴다는 것이 흥미롭고
그 작가가 무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쓴 작가라니 더더욱 구미가 당긴다.
갈수록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고 코로나와 같은 전례가 없는 바이러스 등 인류 존속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그저 오락용으로만 소비하기에는 이야기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한 여운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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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 DR mystory 2
김윤담 지음 / 다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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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50일 연속 글쓰기를 했었다.
그때 자주 등장했던 소재로 가족, 특히 엄마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 활동을 지켜보던 지인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어떤 틀을 탁, 깨면 될 것 같은데 스스로 자꾸 검열을 하고 내 감정에 뚜껑을 닫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떤 의미인지 알 것도 같았고 모르는 것도 같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많은 시간을 들여 오래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 뜻을 이해할 것 같은 순간을 맞이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의 사랑을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미워한다.
그리고 종종 치가 떨리게 엄마를 싫어한다.
엄마의 사랑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처받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도망간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강산이 여러 번 바뀌었다.

이번에 다람 출판사에서 나온 김윤담 작가의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를 읽으며
한층 더 내가 품고 있는 엄마에 대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들어가며>를 읽는데 저자가 꼭 내 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문장을 써서
소름이 돋고 왈칵 눈물이 치솟았다.

6p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학대는 가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잔인하다.
시선을 돌려 타인의 입장으로 듣는다면 함께 분노하고 안타까워할 만한 일도,
상황을 자신에 대입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이 된다.

7~8p
나 역시 자라는 동안 엄마의 인생을 가여워하느라, 지난날의 내가 어린 줄도 몰랐다.
(중략)
엄마의 삶에 영문도 모른 채 소환된 나 역시 외발자전거를 모는 영혼이었다.
너무 어렸고, 두려웠고, 사랑이 필요했다.
아이는 불행한 부모의 뒷모습에서 죄책감을 주워 먹으며 자란다.
나 역시 위태롭게 달리는 엄마를 보면서 그랬다.
모진 세상살이에 엄마의 영혼은 자꾸 깎여나가 뾰족해졌고, 엄마 곁으로 다가갈수록 긁히고 피가 났다.
아이의 눈에 엄마는 늘 벗어나고 싶은 동시에 안기고 싶은, 죽도록 미워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은 존재였다.
너무나 원하고 사랑해서 결국은 미워져 버린 존재가 엄마였다.

작가의 환경이 나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나도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장녀로 자랐다.
부친은 늘 부재했고 엄마는 혼자서 아득바득 세 아이를 키웠다.
인간적으로,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나는 엄마가 가엽다.
하지만 본인의 가족에게도, 시댁 누구에게도 남편의 허물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엄마는
첫째인 나를 대나무숲으로 삼았다.
두 손이 다 접히지도 않았을 나이부터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 어린아이 눈에도 엄마는 안쓰러웠고 엄마마저 없어질까 두려워 나는 아무 말 없이 엄마 앞에 있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후에야 알았다.
그 넋두리가 내겐 너무나 무거운 족쇄였다는 것을.

'엄마, 나는 남들처럼 마음이 강하지 않아요.
그 이야기들이 나를 아프게 해요.
말들을 받아낼 수 있을 만큼 나는 충분히 자라지 않았어요.
제발 멈춰주세요.'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깨닫기엔 내가 너무 어렸다.
그저 표현할 수 없는 어두운 덩어리가 목구멍 아래에 차곡차곡 쌓여 내 숨통을 막았다.
그것들의 이름이 우울이라는 걸 훗날에야 알았다.
엄마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식들에게라도 털어놓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사느냐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서 입을 닫았고 연락을 끊었던 시기도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그 모든 마음을 인정하고 내 이상 속 엄마의 모습도 내려놓으며 그럭저럭 지낸다.

진솔한 누군가의 아픈 고백이 다른 무엇보다 효과 좋은 약으로 발휘될 때가 있다.
이번 독서 경험이 그러했다.
작가는 말한다.
부모 때문에 힘들다면 도망쳐도 된다고.
마음이 불편하겠지만 인정할 마음은 인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사랑받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그때 그 아이를,
다른 건 몰라도 마음만은 통통하게, 구김 없게 채워주겠다고, 눈치 보지 않게 마음껏 명랑하게 해주겠다고
본인의 아이를 위해 마음먹은 상처 받고 자란 어른 아이를 간직한 작가님의 몸과 마음이
앞으로도 부디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본인의 과거를 돌아보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가정을, 아이를 응시하며
고민하던 밤들과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다고, 헛될 리 없다고 등을 쓸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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