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 DR mystory 2
김윤담 지음 / 다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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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50일 연속 글쓰기를 했었다.
그때 자주 등장했던 소재로 가족, 특히 엄마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 활동을 지켜보던 지인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어떤 틀을 탁, 깨면 될 것 같은데 스스로 자꾸 검열을 하고 내 감정에 뚜껑을 닫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떤 의미인지 알 것도 같았고 모르는 것도 같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많은 시간을 들여 오래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 뜻을 이해할 것 같은 순간을 맞이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의 사랑을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미워한다.
그리고 종종 치가 떨리게 엄마를 싫어한다.
엄마의 사랑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처받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도망간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강산이 여러 번 바뀌었다.

이번에 다람 출판사에서 나온 김윤담 작가의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를 읽으며
한층 더 내가 품고 있는 엄마에 대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들어가며>를 읽는데 저자가 꼭 내 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문장을 써서
소름이 돋고 왈칵 눈물이 치솟았다.

6p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학대는 가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잔인하다.
시선을 돌려 타인의 입장으로 듣는다면 함께 분노하고 안타까워할 만한 일도,
상황을 자신에 대입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이 된다.

7~8p
나 역시 자라는 동안 엄마의 인생을 가여워하느라, 지난날의 내가 어린 줄도 몰랐다.
(중략)
엄마의 삶에 영문도 모른 채 소환된 나 역시 외발자전거를 모는 영혼이었다.
너무 어렸고, 두려웠고, 사랑이 필요했다.
아이는 불행한 부모의 뒷모습에서 죄책감을 주워 먹으며 자란다.
나 역시 위태롭게 달리는 엄마를 보면서 그랬다.
모진 세상살이에 엄마의 영혼은 자꾸 깎여나가 뾰족해졌고, 엄마 곁으로 다가갈수록 긁히고 피가 났다.
아이의 눈에 엄마는 늘 벗어나고 싶은 동시에 안기고 싶은, 죽도록 미워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은 존재였다.
너무나 원하고 사랑해서 결국은 미워져 버린 존재가 엄마였다.

작가의 환경이 나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나도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장녀로 자랐다.
부친은 늘 부재했고 엄마는 혼자서 아득바득 세 아이를 키웠다.
인간적으로,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나는 엄마가 가엽다.
하지만 본인의 가족에게도, 시댁 누구에게도 남편의 허물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엄마는
첫째인 나를 대나무숲으로 삼았다.
두 손이 다 접히지도 않았을 나이부터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 어린아이 눈에도 엄마는 안쓰러웠고 엄마마저 없어질까 두려워 나는 아무 말 없이 엄마 앞에 있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후에야 알았다.
그 넋두리가 내겐 너무나 무거운 족쇄였다는 것을.

'엄마, 나는 남들처럼 마음이 강하지 않아요.
그 이야기들이 나를 아프게 해요.
말들을 받아낼 수 있을 만큼 나는 충분히 자라지 않았어요.
제발 멈춰주세요.'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깨닫기엔 내가 너무 어렸다.
그저 표현할 수 없는 어두운 덩어리가 목구멍 아래에 차곡차곡 쌓여 내 숨통을 막았다.
그것들의 이름이 우울이라는 걸 훗날에야 알았다.
엄마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식들에게라도 털어놓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사느냐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서 입을 닫았고 연락을 끊었던 시기도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그 모든 마음을 인정하고 내 이상 속 엄마의 모습도 내려놓으며 그럭저럭 지낸다.

진솔한 누군가의 아픈 고백이 다른 무엇보다 효과 좋은 약으로 발휘될 때가 있다.
이번 독서 경험이 그러했다.
작가는 말한다.
부모 때문에 힘들다면 도망쳐도 된다고.
마음이 불편하겠지만 인정할 마음은 인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사랑받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그때 그 아이를,
다른 건 몰라도 마음만은 통통하게, 구김 없게 채워주겠다고, 눈치 보지 않게 마음껏 명랑하게 해주겠다고
본인의 아이를 위해 마음먹은 상처 받고 자란 어른 아이를 간직한 작가님의 몸과 마음이
앞으로도 부디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본인의 과거를 돌아보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가정을, 아이를 응시하며
고민하던 밤들과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다고, 헛될 리 없다고 등을 쓸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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