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천 미터에 실험 도시가 세워진다.그곳의 이름은 헤르메스.실험 기간 10년, 실험 참가자 900명.참가자들은 막대한 보수를 받는 조건으로이 피난용 실험 도시에서 지상과 단절된 채 인류 생존에 대한 실험에 돌입한다.이 무모해 보이는 실험이 시작된 배경에는 2029년의 사건이 있다.소행성 충돌로 인해 인류가 멸망의 문턱을 넘을 뻔했던 것이다.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몇몇 기적적인 요소들이 겹쳐소행성은 지구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갔고 인류는 살아남았다.이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호이자 기업가인 윌 영맨이추후 거대 소행성이 충돌하더라도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지하에 거대한 피난소를 건설하자는 '지오 X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하기에 이른다.이 계획의 실현을 위해 건설될 곳이 바로 앞서 말한 헤르메스다.화자인 세라는 20대 중반의 나이에헤르메스의 멘털 케어 전문가로 취업해 10년의 시간을 보냈고이제 3달 후면 이곳을 떠나 지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그런데 최근 상담을 신청한 실험자들 중에서 지상 복귀에 대한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상사의 의견으로는 학생 때 너무 좋은 분위기의 학급을 경험한 아이가 학년이 바뀔 때 다른 반으로 가길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냐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오산이었다.239명의 실험자가 추가 보수를 포기하겠으니 2년 더 지하 도시에 머무르고 싶다는 뜻을 밝혀온 것이다.세라는 이 혼란 속에서 지상 복귀 거부를 주장하는 실험자 대표인 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왜 가족들과 연인의 만류에도 자신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갖는다.이후 최후의 스태프들이 지상으로 복귀하는 마지막 귀국 편을 눈앞에 두고 세라는 다시 지하 도시로 돌아간다. 내게 제공된 서평 책은 여기까지.지하 도시는 엄청난 지열 때문에 냉각 장치를 사용하긴 하나 늘 장마철 같은 습도가 유지되고생활이나 살림살이도 매우 단출하게 제한되며 창문도 없고 식사도 아주 볼품없는데 대체 왜 그들은 헤르메스에 남기로 한 것일까?실험자들의 의중도, 세라의 의중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끝나 애가 탄다.정식 출간은 12월 1일.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어지럽다.소행성 충돌이나 지하 도시에 대한 소재를 일본 작가가 쓴다는 것이 흥미롭고그 작가가 무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쓴 작가라니 더더욱 구미가 당긴다.갈수록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고 코로나와 같은 전례가 없는 바이러스 등 인류 존속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그저 오락용으로만 소비하기에는 이야기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한 여운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