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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솔거의 죽음 ㅣ 한빛문고 11
조정래 지음, 이우범 그림 / 다림 / 2001년 5월
평점 :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
관심을 넘어 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즉, 글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읽혀지느냐이다.
문체의 유려함을 본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글이 편안하지 못하고 덜커덩 거리는 작가는 내게 요주의 인물인 셈이다.
사소한 것을 넘기지 못하는 좋지 않은 나의 습관이다.
특히 작가가 대중의 지지를 받거나 평론가의 격찬을 받을 경우 더 유의하여 읽는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지 못하는 작가의 글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역시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나의 좋지 못한 습관이다.
책에 관심을 가지는 가진 사람이라면 거반 읽어 보았을 조정래의 책을 이제서야 잡게 되었다.
초반 기대가 커서인지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읽어 내려갈 수록 뚝심이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와 삶은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그의 삶도 그러했으리라.
이 책은 청소년용으로 약간의 손을 보아 나온 책이다.
말이나 생각이 우리와는 다른 세대이므로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부담스럽지 않게 읽히는데 초점을 둔 것으로 생각된다.
삽화는 익살맞으나 가볍지 않고 글 속에 스며있는 맛을 결대로 느끼게 해준다.
불행하므로 고통스럽고
소외받으므로 설자리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나타낸다.
이태준의 소설이 불행한 자들에 대한 사랑을 연민 과 애절함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내었다면
조정래는 우리의 허위의식을 통해 드러낼 뿐만 아니라 덧붙여 실질적인 행동까지도 요구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이 두렵다고 어떤 평론가는 반복하여 말한다.
그는 참 많은 말을 햇다.
문장 속에서, 행간에서.
드러난 글을 통해 작가의 삶을 만나고 그의 생각을 만나고
게다가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됨은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