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The Collection Ⅱ
마리옹 바타유 지음 / 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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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기보다, 수 개념을 익히는데  좀 더 신경을 썼다. 책을 읽어주고 싶어도 서너 권만 읽으면 금새 목이 아파져 아이가 원하는 만큼 읽어줄 수가 없었다. 열성적인 엄마들은 하루에 10 권도 넘게 읽어준다는데 내겐 버거운 일이었다. 자칭 책을 좋아한다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지 못하는 현실이 기가 막히긴 했지만 책은 조금 천천히 읽히기로 하고 숫자 익히기에 음을 썼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데는 뒤늦게 재미를 붙인 수학의 공이 크다. 학창 시절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인데, 수학에 재미를 붙여보니 꽤 괜찮은 학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학에 내재한 논리성이라든지, 명증성, 한번 증명이 끝나면 영원히 변치 않는 불변성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외에 앞으로의 세상은 이과적 사고방식에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이 활동하기 좋을 거라는 생각도 있어서였다.

 

아이가 서너살 때 함께 다니며 하나부터 열까지를 수도 없이 세고 다녔다. 지하철 계단은 숫자 익히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작은 입으로 오물대며 따라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엄마로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 책을 보자니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이 책이 있었으면 좀 더 재미있게 수 개념을 익힐 수도 있었을텐데 싶어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든다.  

 

 

 

   

 

책을 펼치면 흰색 바탕에 검정 옷을 입은 두툼한 숫자가 등장한다. 숫자들은 팝업 형식으로 돼있어 입체감이 있으며, 책을 넘기는 가운데 숫자가 달라지는 변화를 볼 수 있게 한다. 1이 10이 되고 10이 1이 되는, 4가 7이 되고 7이 4가 되는 숫자들의 조형적 변화가 꽤 신선하다. 단순하지만 여러가지로 변화할 수 있는 방식이 창의성을 키우는데 좋다고 생각해서인지 나는 이 책의 구성이 꽤 마음에 든다. 

 

이 책으로 놀이처럼 수를 익힐 친구들을 생각하니 조금 부럽다. 이 책이 아이의 손때로 닳고 닳을 때까지 아이들 곁에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만의 생각으로 1의 이면에 10대신 다른 숫자를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이표 <10>이 나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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