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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ㅣ The Collection Ⅱ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평점 :
몇 년 전 친구와 함께
어떤 동네를 가게 되었다. 희한하게도 친근한 마음이 들었던 동네였는데, 그날 방문 이후로 그 마음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동네엔 작은 공원은
고사하고 흔하디 흔한 가로수조차 없었다. 주택지와 공용시설이 함께 있는데다 좁은 길에 가로수마저 찾아 볼 수 없던지라 정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나무가 단지 산소만 공급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무가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과 그로 말미암은
평안함이 생긴다는 것을.
내가 자랄 땐 지금처럼 나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산을 떠올릴 때 헐벗었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을
떠올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선지 일상에서 울창한 숲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도
드물었다. 그런데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은 결과 이제 우리 국토의 64%가 산림이 되었단다.
OECD 국가 중에선 네 번째의 산림 국가가 되었고.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와 역행되는 일들이 거리낌없이
자행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지구의 허파라 불릴 정도로 전 지구에
산소를 생성해 주던 아마존 열대림. 그 열대림이 무차별 훼손돼 이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 번 파괴된 열대림은 다시 복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경제적 이득만을 목표로 다국적 기업과 나라들이 움직여 아마존 열대림이 사라지고 없다니 기막힌 일이다.
열대림의 파괴는 생태계를 무너뜨리게 되고 결국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작은 나무늘보를 주인공으로 그에 대한
대안을 조심스레 제시한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생명이 넘치던 숲에 어느날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들린다. 기계소리가 커지면서
나무들은 하나둘씩 잘려 나가고 사람도, 동물도 도망치듯 숲을 떠난다. 무서운 속도로 나무가 베어지자 끝까지 남았던 한 그루의 나무와 나무늘보도
마침내 사라지게 되고, 그들마저 없어지자 숲에는 죽음의 정적만이 감돈다. 아무도 없다. 그 때 한 사람이 나타나 나무를 심기 시작한다. 절망의
땅에 나무가 심겨지면서 생명이 싹트더니 생명체가 하나둘씩 돌아오게 된다. 나무늘보가 돌아오고 숲이 다시 창해 졌을 때 그곳은 생명이 넘치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나무를 베니 생명체가 사라졌고, 나무를 심으니 생명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인간이 자연에 욕심을
냈더니 자연이 망가졌고, 인간이 사랑으로 접근하자 자연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분명한 건 훼손도, 보호도 모두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 결정이 오늘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 나아가 후손들의 삶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진지하게 묻고 있다. 바른 답과 작은 실천만이 이 책을 만든 근본적인 이유가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