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야기 The Collection Ⅱ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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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여러 색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지켜보며 감탄하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필요치 않았으니까. 제주의 출렁이는 검푸른 바다를 보며 바닷 바람을 맞았을 때,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위로를 느꼈다. 그러나 필리핀의 보라카이에서 만난 바다는 제주의 바다와 영 달랐다. 하늘색이라고 해야 할까, 옥색이라고 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무색이라고 해야 할까. 내 짧은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찰랑대는 앞 바다의 가벼운 움직임 속에 뛰어들었을 때, 나는 그만 자연의 신비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면 하늘에서 보는 바다는 어떤가. 비행기의 조그마한 창문으로 내려다보는 바다는, 그렇게 높은 곳에서 보는데도 하늘과 바다가 본래 하나였던 것처럼, 주의해 보지 않으면 구분도 되지 않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한번 보기만 해도 바다는 일상의 자질구레한 염려와 쓸데 없는 욕심을 사라지게 했다. 그런데 그 바다가 요즘 병이 들었다. 남북한을 합쳐 6배나 되는 쓰레기 섬이 이미 하와이 북단에 자리하고 있고, 일본과 하와이 사이에도 커다란 쓰레기 섬이 있다 한다. 앞으로도 많으면 많아졌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은 이럼 현상은, 그러나 기실 바다 오염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바다이야기'는 무겁지 않게 전한다. 팝업 북이 가지고 있는 각별한 입체감은 아이들을 바다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인도한다. 배 주위를 날라다니는 갈매기와 선상에서 바다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아이들, 고기를 잡으려는 작은 배 위의 아저씨와 요트를 타는 사람들은 바다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그림을 젖히면 바다 밑의 실상은 사못 어둡기만 하다. 우리가 버린 온갖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다는 여전하다.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라는 사실은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마침내 배는 북극까지 나아간다. 한데 빙산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빙산이 자꾸 사라지면 동물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몇 마리 되지 않는 동물이 측은해 보인다. 계속 항해하다 배는 거센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잔잔한 바다가 돌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그때 바다의 흉포함 앞에 떨지 않고 뭔가를 놓지 않고 있는 작은 고기잡이배의 어부가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포기해도 괜찮을텐데, 어부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바다 밑 그물엔 잡힌 고기가 가득하다. 드디어 배는 한 섬에 정박한다. 태초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섬이다. 알록달록한 물고기와 산호초가 바다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이 모습이 바로 우리가 그리던 바다지 싶다.

 

 

바다가 아플 때 우리는 건강할 수 없다. 모든 생태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바다가 요동치고 있음을 우리는 지상 낙원이라 불리는 몰디브를 통해 보고 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가라앉기 시작한 이 아름다운 섬이, 향후 50년 내에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건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바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면서 나긋나긋하게 말한다.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가 우리가 꿈꾸던 바다가 아니겠냐고. 그런 바다를 꿈꾸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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