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홀리데이 (2014~2015년 최신판, 휴대용 맵북) - 타이베이.가오슝.타이난.타이중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8
우지경.이주화 지음 / 꿈의지도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괌이나 사이판처럼 매혹적이지도 않고 일본처럼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도 나지 않지만, 알면 알수록 정겨운 곳이 대만이다. 우리나라의 반도 채 되지 않은 땅 떵어리에 우리와 비슷한 느낌마저 있어 해외여행지로서 그닥 매력적인 곳은 아니지만, 대만은 어느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묵직함과 여유를 가지고 있다. 대만을 규정짓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대만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토록 하는 건 호의로 여행자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씩 웃으며 느긋하게 대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마치 우리네 농촌의 마음씨 좋은 아저씨 아주머니를 만나는 느낌이다. 그럴 때 여행자의 긴장은 풀어진다. 

 

마치 몇 년전 일처럼 떠오르지만 대만을 세 번 연속 방문하고 안 간지 벌써 10년도 넘었다. 그때만 해도 대만을 그렇게 많이 방문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 일행과 함께 택시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클론의 구준엽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여기가 한국인가 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K-POP의 위력이 상당하지만 그때는 초창기여서 외국에서 우리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다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로 치자면 남대문 시장 같은 야시장에서 우리 가요가 흘러나올 때, 그때 느꼈던 뿌듯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다 좋았지만 두어 가지 어려운 점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커피자판기를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애석한 일이었다. 또 하나 음식이 너무 기름져 여행 마지막 날에는 얼굴에서 기름이 흐를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단체로 간데다 숙소가 대학 기숙사여서 씻는게 어려워 머리를 며칠 간 감지 못한 것도 그런 느낌을 부채질하긴 했다. 세번 째 갔을 때는 불과 일 주일 전 대만에 큰 지진이 났던 터라, 계속되는 여진으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하루 전까지 고민했었다. 막상 현지에 가니 타이페이 공항도 멀쩡하고 괜찮았는데, 두번 째 갔을 때 방문했던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선량하게 웃던 어른들과 외국인이라며 반겼던 아이들의 생사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대만에 안 간지 꽤 긴 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았을 때 '홀리데이 타이완'을 만났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작년에 '꽃보다 할배'를 통해 대만을 만나긴 했지만 책으로 만나는 건 또다른 느낌이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 제공을 넘어, 발품을 판 흔적이 역력한 책을 보니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만에 볼 게 이렇게 많았던가.....알려지지 않은 대만의 구석구석이 다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뭔가 밋밋하다고 느꼈던 대만은 사라지고 없고, 태초의 신비와 역사의 지층을 가진 대만이 있었다. 절경의 연속이라는 타이루거 협곡과 한 폭의 수채화 같다는 아리산이 있었고, 과거를 재현한 듯한 옛 거리인 라오지에와 노천 온천인 힐링을이 있었다.

 

 

또한 여행자의 상황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갖가지 여행 코스와 먹거리도 소개돼 있었다. 타이페이 근교를 여행할 수 있는 3박 4일 코스와, 커플과 아이들 및 기차 여행 마니아를 위한 하루 코스, 요즘 급부상하는 가오슝 3박 4일 코스도 들어있었다. 특히 대만 여행의 호사랄 수 있는 온천과 대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먹거리와 다양한 숙소등이 잘 정리돼 있어 일일이 찾아야하는 수고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왠지 큰 짐을 던 듯한 느낌이었다. 가이드북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실제 여행에서 필요한 요긴한 정보가 잘 어울어져 있어, 이 책만 있으면 대만 여행을 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해외 여행이란 게 말할 수 없는 기쁨이기도 하지만, 단체 여행이 아닌 이상 그만큼의 자질구레한 난관이 솔솔찮게 포진해 있는 것 아닌가.

 

 

대만 첫 방문시, 대만에서는 노점상도 벤츠를 탄다는 말을 듣고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돈 잘 벌게 해달라고 돈을 태우던 사람들, 노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던 사람들, 풀을 하도 씹어 이가 보라색으로 변했던 원주민들. 그들이 주었던 따스함이 생각난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대만도, 그 때 그 사람들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지금의 대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책으로 만난 대만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으리 만큼 잘 꾸며져 있었고,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조감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었다. 작지만 묵직한 나라, 도도한 역사를 대륙에서 섬으로 가져 온 나라 대만은, 저력이 무엇인지를 실증하는 나라다. 그래서 한 번에 다 알 수 없고, 보고 또 봐야 윤곽을 잡을 수 있는 나라다. 그럴 때 여행자는 휴양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안정과 평온함을 일상의 대만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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