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간질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재숙 글, 한병호 그림 / 보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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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방송에서, 아빠에게 바라는 바를 인터뷰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 아이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의 성격이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아이들의 말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같았다. 아빠가 함께 놀아줬으면 좋겠다는 거다. 초등 고학년이나 됐는데도 '놀러 가자'가 아닌 '놀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가슴이 찡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소박한 바람을 말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인터뷰를 보면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아빠와, 아빠가 생각하는 좋은 아빠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봐도 아빠와 남동생들과 같이 놀았던 시간들만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동생들과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아 별로 배려해주는 누나도 아니었건만, 아빠와 남동생들이 야구한다며 볼을 주고 받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또 아빠가 우리들에게 비행기 태워준다며 놀아주셨을 때 자꾸 더 태워달라며 보챘던 기억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싱그러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비록 힘은 드셨어도 놀아달라는 아이들을 보며 아빠도 그 때가 가장 행복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지나고 보니 아이가 부모를 찾는 시절이 길지 않은데,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라며 오늘을 유예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그런 아빠들에게 행복해지는 법과 좋은 아빠되는 법을 동시에 가르쳐주고 있다. 아이가 아직 어리면 더 좋고, 컸어도 충분히 응용 가능하다. 특별한 도구도, 장소도 필요치 않다. 오직 필요한 것은 아이와 재미있게 놀겠다는 아빠의 마음뿐이다. 책 속 유준이의 얼굴을 보면 아빠와 같이 노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아빠가 놀아줄 때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 된다. 아이가 행복한 것은 단순히 아빠가 놀아줘서만은 아니다. 함께 하는 이 시간을 통해 아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서 노는 아이의 처연한 얼굴을 떠올려본다면, 아빠가 곁에서 놀아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유추할 수 있다. 아이에게 아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이렇게 아이가 행복해하니 아빠의 얼굴도 행복해 보인다. 행복해지는 게 이렇게 쉬운데 우리는 너무 멀리서 행복을 찾았던 건 아닐까 싶다.

 

 

'우주에는 성전이 하나뿐인데 그것은 인간의 몸이다. 인간의 몸에 손을 댈 때에 우리는 하늘을 만진다.' 라는 토마스 칼라일의 글이 떠오른다.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하는 글이다. 아빠가 놀아주면 좋겠다는, 그래서 아빠를 느끼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이 얼마나 간절한 바람인지를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단순한 바람을 가진 아이들에게 아빠가 시간을 내준다면, 아이는 일상의 시간을 잊지 못할 시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아빠 또한 세상의 누구도 부럽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할 때 부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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