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수인가? - Why Jesus Why 시리즈 1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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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정식으로 다니기 시작한지 어느새 26년이 되었다. 초반 다니다 말다 한적도 있었고, 내적 갈등-흔히 말하는 시험-으로 다닐까 말까 고민한 적도 있었으며, 사람들에게 질려서 교회란 곳이 뭘하는 곳인가 회의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당시 교회와 작별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도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삭이고 다녔다는 거다. 믿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속이 깊었던 것도 아니며, 더더욱 교회가 좋아서 다녔던 것도 아닌데 왠지 힘든 마음을 부모님께 말하면 다니지 말라 하실까봐 입을 다물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이 붙잡아주셨다는 것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성인이 되어 교회에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을 때,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게 예수가 내 죄를 위해 이천 년 전에 죽었다는 목사님의 설교였다. 지금도 아니고, 이천 년 전에 내가 알지도 못하는 예수가 나를 위해 죽었다는 이야기는 하도 어이가 없어 거부감조차 들지 않았다. 당연히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니까, 내색하지 않고 들어주었다. 그런데 황당한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예수가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디에도 말할 데가 없어 얼마나 두렵고 떨리고 놀라웠는지 모른다. 집안에서 처음 믿은 사람이 나였고, 이런 경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기 때문에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건지, 과연 입을 열어도 되는건지, 자칫 말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하면 어쩌나 싶어 말도 못한채 전전긍긍했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이런 걸 영적 체험이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예수에 대한 저자 조정민 목사의 체험기이자 고백록이 'WHY JEJUS'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조목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마흔일곱에 교회에 첫 발을 디딘 후 오십이 넘어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늦깎이 목회자다. 온누리교회 목사와 기독교방송 CGN TV 대표이사를 거쳐, 작년 중순경 청담동에 '예수안에서 형제 자매요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중의적인 뜻을 담은 베이직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이 책을 어중간한 신자나 비신자, 교회와 기독교인이라면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 교회를 다니지만 믿는 것도 아니고 안 믿는 것도 아닌 반 신자들을 위해 썼다고 한다. 시원시원한데다 때론 통렬하며 도발적이기까지 해 가독성이 좋다. 비신자가 읽었을 때 다 동의할 순 없어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를 설명하고 배열하는 데 주의하고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조목사는 이 책의 키워드를 12 가지로 나눠, 왜 예수여야 하는지를 소개한다. 그는 첫째로 예수가 종교가 아닌 그 이상임을 설명한다. 그리곤 하나님 나라의 특성을 노 마일리지라는 이해하기 쉬운 개념으로 풀어낸다. 이어서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에게 나타나야 하는 내적 변화인 자유와 기쁨에대해 설명하고 덧붙여 우리가 가야할 길인 사랑의 길을 소개한다. 그리곤 우리의 본질적 문제인 죄에 대해 언급한다. 자기 사랑이 죄고, 남을 판단하는 것이 죄의 뿌리며, 우리 모두가 결국은 용서받은 죄인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교회 내에서의 판단과 구분이 얼마나 허망한 짓인가를 드러낸다. 연이어 은혜로 사는 삶을 설명하고는, 일상에서 우리에게 닥치는 고난의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언급한다. 나아가 거듭나는 것이 무엇이며, 예수님을 따르는 자서로 어떻게 세상을 섬길 것인지를 설명한다. 그리곤 기독교 신앙의 가장 놀라운 비밀인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우리가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며,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교회를 오래 다녔다 하면서도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예수에 대해 무심한 신자들을 적잖이 보게 된다. 입으로는 예수를 찾지만, 실상은 세상이 던져주는 부스러기에만 관심 있는 자신의 모습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랑 공동체여야할 교회가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공동체가 되어 우리만 좋은 교회가 되는 일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음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교회의 머리를 예수라 하면서 예수에 대한 설교보다는 세상에서의 성공과 미담, 문화로 대체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안다. 세속화되고 혼합되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깨달았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회의 교회됨은 예수를 제대로 알고 따라가는데 있다. 알아도 알아도 모자라는 게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예수를 소개하고 소통하는 일에 애정을 기울인 조목사의 이 책이야말로 가장 믿을만한 예수 소개서가 아닐까 싶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교회를 떠난 신자들에게 위로의 통로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조목사의 글은 신자들에게는 자성을, 비신자들에게는 예수를 가장 좋은 친구로 소개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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