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년 전 한동대 김영길 총장의 부인인 김영애 권사의 '갈대상자'를 읽었다. 책을 읽으며 이루 설명할 수 없는 감동에 젖었다. 하나님의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세우고 이끌기 위해 보내야했던 이분들의 시간은, 고통이라는 말 외에 그 어떤 표현도 적당하지 않지 싶었다.

 

 

 

김영길 장로는 한동대로 오기전 카이스트의 교수로, 또 한국창조과학회의 회장으로 학문과 신앙 생활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충실하게 해오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불러 지역적 연고도, 아는 이도 없는 포항에 대학을 세우게 한 후 하나님은 환경을 열어주기는 커녕 갖은 비난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 집어 넣으셨다. 일을 시키면 고생은 면하게 해주셔야 하는데,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사람의 성정이 어떠한지를 너무 잘 아셨기 때문이리라.

 

학교 설립부터 개교,그리고 2004년 현재에 이르는 10 년의 시간을 '갈대상자'는 그리고 있다. 현직 대학총장의 법정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부를 정도로 한동대는 늘 위기 속에 처해 있었고, 산 넘어 산인 순간들로 점철돼 있었다. 그 때마다 하나님은 우리의 바람이나 방식이 아닌 당신의 방법으로 길을 열어주셨고 이끄셨다. 탁월하거나 유능한 경영자도 많았으련만 하나님은 그들을 선택하지 않으시고, 연구실에만 살아 세상 물정도 모르고 딱히 사업적 능력도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선택하셨다. 그 한 사람을 선택해 이끌게 하셨던 이야기가 '갈대상자'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4년, 김영애 권사가 '구름기둥(가제)'이라는 제목으로 '갈대상자'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후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통이 있지만 그보다는 감동과 감격이 더 많았던 듯 이 책은 학생들과 교직원, 교수들의 간증으로 풍성하다. 19 년의 세월 속에는 김영길 총장의 이임도 들어가있다. 지난 2월 4일 총장 이취임식이 있었고, 자신의 모든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한동대와의 작별은 김영길 총장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세상적인 성공과 경제적 성취를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전부라 여기는 크리스천에게 이 책은 고통과 고난의 다른 측면을 생각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얕고도 피상적인 이해와 인도하심에 대한 오해를 자연스럽게 교정한다. 그런데 참 특이한 것은 김총장 부부의 삶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지는 않아도 두렵게만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광야가 두려워 '믿음 좋은 당신이나 그렇게 사세요' 라고 하기 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렇게 살아보도록 할게요'라는 고백으로 이끄니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은 한동대 이야기가 아닌, 각자의 이야기를 써보지 않겠냐는 하나님의 조용한 초대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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