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타 신지의 완벽한 가족 보림문학선 5
구사노 다키 지음, 지만 그림, 고향옥 옮김 / 보림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간혹 내가 없으면 우리 아이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채 꾀죄죄한 차림으로 다닐 걸 상상하면,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측은하기 짝이 없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리 좋은 엄마는 못되지만, 아이가 학교 갈 때 손 흔들어주고 집에 왔을 때 반갑게 맞이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애를 썼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든든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 어릴 적을 되돌아봐도 세상에 엄마만큼 좋은 건 없었다. 아빠가 아무리 잘해줘도 엄마만 못했고, 엄마라는 이름만으로도 그냥 좋았다. 무서웠지만 어린 내게 엄마는 전부였고 늘 그리운 대상이었다. 그런 엄마 없이 살아야하는 아이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구사노 다키는 미야마 신지라는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이를 통해 엄마 없는 가정의 일상을 진지하지만 코믹하게 보여준다.

 

 

앞서 신지에게 엄마가 없다 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사람이 아니라서 문제지 신지에게도 엄마가 없는 건 아니니까. 신지의 엄마는 요코라는 이름의 갈색 털이 함초롬한 암캐다. 오래 전 회사 앞에 버려진 개를 아빠가 데려와 같이 살았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신지라고 아빠는 늘상 말한다. 신지는 사람들 앞에서도 요코를 아내라 하는 아빠 때문에 걱정이다. 그런 신지네 집에 간간이 먼 친척 고모가 들른다. 올 때마다 고모는 아빠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며 다구치듯 말한 다음, 아빠와 신지를 늘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본다.

 

'나는 우리 가족의 생활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다. 물론 더 행복하게 살아도 좋다. 기대도 하고 있다. 가령 가족이 또 한 사람 늘어난다든가……. 그것이 진짜 우리 엄마라면 딱 좋을 텐데. 나는 그런 희망을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 살고 있다.'

 

아빠와 고모 앞에서 철없는 아이처럼 굴지만, 신지의 마음 속엔 늘 엄마에 대한 갈망이 있다. 요코를 데리고 산책 나갈 때마다 신지는 엄마 같은 사람을 찾느라 두리번 거린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요코가 사라졌다. 아빠에게 요코는 진짜 아내였다. 아빠는 회사도 나가지 않은 채 요코를 찾으러 다닌다. 최근 요코는 산책을 다녀온 후 몇 번이나 집을 지나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벌써 며칠이 지났건만 요코는 돌아오지 않고, 시름에 젖은 아빠는 밥도 먹지 않는다. 신경이 예민해진 신지는 아빠와 다투고, 자신에게 주눅 들어있다고 말하는 미우라와도 한바탕 말 싸움을 벌인다. 이제 개를 향해 엄마라 부르라는 아빠에게 더이상 자신을 맞추지 않겠다 마음 먹고, 신지는 친엄마에 대해 알아보려 고모네로 향한다. 그러나 신지의 바람과는 달리 고모가 들려준 얘기는 충격적이다. 나이 어린 엄마가 신지를 키울 자신이 없다며 고모네 집앞에 자신을 두고 나갔다는 것이다. 분명히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신지는 요코만도 못한 엄마에게 깊은 실망을 한다.

 

 

당시 엄마의 가출로 큰 상처를 입은 아빠에게 유기견 요코는 엄마가 돌아온 것과 다름 없었다. 개에게 정을 주는 걸 통해 아빠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고, 신지도 아빠가 없는 시간을 쓸쓸하지 않게 보냈던 것이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된 신지는 자신의 처지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코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애완동물 탐정에 의하면 요코는 집을 나간 게 아니라 길을 잃었던 거란다. 하지만 돌아온지 이틀 만에 숨을 거두고 이제 아빠와 신지 단둘만 남게 된다.

 

엄마의 부재로 생긴 그늘을 구사노 다키는 개가 엄마라는 다소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 속에서 풀어낸다. 우리네 정서와는 차이가 있지만 엄마의 빈 자리를 채우려는 아빠와 신지의 노력은 눈물겹기만 하다. 현실이 버거워 외면이라는 도피처를 택한 아빠와 신지의 대응을 현명하다 할 순 없지만, 살기위해 애썼던 시간들을 폄하할 수 없는 건 그 어떤 당위보다 현실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엄마가 돌아오거나 요코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마무리 짓지 않고, 엄마의 부재라는 벽 앞에 그들을 다시 서게 한다. 록 고통스러울지라도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있으며, 엄마의 부재가 불완전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책을 덮고 나서도 내가 없는 아이, 나아가 엄마가 없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진다. 그러나 큰 걱정을 덜 수 있는 것은 엄마의 부재가 결핍이며 커다란 상처일지언정, 가족의 불완전과 등치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비로소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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