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하는 사역이라 할지라도
본질에서 멀어졌을 때 드러나는 결과는 부실함과 참담함이다. 교회가
본질에서 벗어났을 때 벌어지는 현상들을 우리는 한국 교회를 통해 이미 보고 있다. 영적인 부실함을 대체하기 위해 시스템을 가동하지만 결코 대안이
될 순 없다. 하나님의 일로 시작했다가 인간의 일로 마치지 않으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교회의 머리되시는 예수께로 돌아가야 하는 것만이 크리스천이
붙잡아야 할 최선의 답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정말 쉬웠다면 교회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와 같이 곤혹스럽고 난감한 상황에
대해 이 책은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공저자인 매트
챈들러는 능력을 잃어버린 현대 교회와
교인들에게 교회의 출발점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되새겨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교회가 하나님의 약속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교회를 만든다' 는마르틴 루터의 말을 인용해, 이 시대의 교회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리킨다. 더하여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짚으면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복음과 교회에 대한 신앙적 오류를 교정하며 쉽고도 이해 가능하게 이끈다.
'강이 지류를 형성하듯 복음은
교회를 형성한다. 지류가 강을 형성하는 게 아니듯, 교회가 복음을 형성하는 게 아니다. 교회가 이 질서를 오해하면 침 빠진 벌처럼
무기력해진다...중략...복음.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복음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과의 화해 사역이다.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하나님은 회개하고 믿는 자들을 위해 개인적인 측면에서 만물을 새롭게 하신다. 아울러 우주적인 측면에서 문화와 피조세계를
구속하신다. 이것이 복음의 핵심이다.' pp. 20~21
본질에 대한 숙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본질을 놓친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다시금 교회가 강력해지기 위해서는 예수 중심의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다진 후, 매트
챈들러는 3부에 걸쳐 예수 중심의 교회가 어떤 것인지를 들려준다. 이 책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거나 한번도 듣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깊이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야기에 담긴 진심과 각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세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촘촘히 연결된 세상인 동시에 가장 외로운 세상이다. 함께 어울리기는 하되 관계는 없고 모두가 혼자 놀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중요한 문제를
결정한다. 따라서 공동체 형성의 열쇠인 복음이 빠진 곳에는 언제까지고 연결성과 외로움이 공존할 수 밖에 없다. 오직 복음만이 진정으로 하나 된
공동체를 이루어낼 수 있다.' p. 71
함께 있지만 함께 하지 않으며 각기
따로 노는 사람들에게 복음 중심의 교회는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다. 교회의 근본 성격이 공동체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시적인 기초나 이기적
목적에 의해서가 아닌 예수를 중심으로 모였기 때문에 위선으로 자신을 포장할 필요도 없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잘나고 못난 사람이 없으며, 의로운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그런 공동체를 마음 깊이 기대한다. 그곳에서만이 진실한 사랑과 교제,
섬김이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