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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법서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6
장자화 지음, 전수정 옮김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대륙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것 같아도 지표면의 30%가 채 안 된다지요. 실제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바다랍니다. 그런데 바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아요. 경제적 가치 때문인지 예전에 비하면 변화가 있긴 하지만 아직도 육지에 비할 바는 못되지요. 왜 그럴까요? 바다가 무섭고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안에 깊이 내재돼 있어 그런 건 아닐까요? 어쩌면 목숨을 지키려는 우리들의 무의식적 행위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바다와 관련된 소설은 그리 많질 않네요. 제가 알고 있는 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허먼 멜빌의 '백경', 그리고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와 '15소년 표류기' 정도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나라에서도 해양 소설은 찾기 쉽잖습니다. 하지만 바다가 험상궂은 얼굴만 하고 있는 건 아니지요. 고운 체에 받친 것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백사장과 산호초 가득한 파랗고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은 여기가 낙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바다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린 동화책을 만난다는 건 여간한 축복이 아니지요. 게다가 현실과 환상의 이음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독특한 동화를 만난다는 건 말할 나위 없구요.
장자화의 '바다 마법서'는 정말 마법 같은 책입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읽는 순간부터 마음을 끌어당기니까요. 소재도 참 특별합니다. 또한 막연하게 그려지는 머릿 속의 바다가 아니라 역동하는 바다, 뭔가 비밀을 숨긴듯한 바다가 그려져요. 게다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만큼 특이한 이야기들이 실타래의 실 풀리듯 자연스레 줄줄 풀려나오구요. 무엇보다 접근 방식이 남다릅니다. 그래서 색다른 맛이 나네요. 일반적인 동화가 취하는 도식으로 접근하지 않아 신선한 느낌이 들구요.
이 책엔 8편의 동화가 들어 있어요. 그 중 맨 앞에 '돌고래 그림자'와 '유리 고래'가 소개돼 있네요. '돌고래 그림자'는 사람들에게 포획되어 처참하게 죽어간 돌고래들을 위로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간절히 드러난 동화입니다. 수시안이라는 중학생 소녀를 통해 작가는 비록 그림자일망정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유리 고래'도 비슷한 이야기인데 앞의 이야기보다는 좀 어렵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이야기에 신화까지 연결하는 장치가 꽤 매혹적으로 느껴지네요. 해양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동화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이어지는 '바다 상상화'는 자신의 그림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게 된 화가의 이야기구요, '환초 요정'은 산호초를 지키기 위한 요정들의 이야기입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늘 우리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섯번 째 이야기인 '바다로 보낸 편지'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작가는 인어공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만의 색깔로 마무리를 짓네요.
그 밖의 '떠 있는 배'와 '밀림의 신기한 배', 그리고 '바다 마법사'는 남자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바다에 떠 있어야 할 배가 백화점에, 밀림에 떠 있다는 상상 자체가 놀랍습니다. 현실과 가상, 실제와 상상이 리드미컬하게 이어져 읽는 맛이 매우 좋네요. 이 책의 맨 마지막 작품이자 표제작인 '바다 마법사'는 친 형제는 아니지만 친 형제보다 더 끈끈한 소년들의 우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김용의 소설을 축약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장자화는 멀게만 느껴졌던 바다를 우리 곁으로 가까이 불러들입니다. 그리고는 바다의 파괴력에만 집중했던 우리의 관심을 그곳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생명에 주목하게 하지요. 동화 속에 담긴 이야기는 깊이있고 묵중했지만 어둡지 않았어요. 이는 그가 주제를 녹여내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고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히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의 생각과 의식을 끌어올리려는 작가의 문학관이 아름답게 조화된 책이었습니다. 단순히 좋기만 한 것이 아닌 멋지고 격있는 동화를 오랜만에 읽었다는 기쁨에, 이 밤이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