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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딸랑 딸랑곰 ㅣ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상희 글, 서영아 그림 / 보림 / 2013년 8월
평점 :
'딸랑딸랑'은 읽기만해도 방울 소리가 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어감이 좋은 말은 반복해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몽실몽실, 반짝반짝, 초롱초롱, 말랑말랑, 보슬보슬, 새근새근, 찰랑찰랑, 또르르, 뭉게뭉게.' 얼마나 고운 말들인가. 이렇게 경쾌한 어감을 가진 말이 내 곁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자란다면 아이의 심성도 당연히 곱고 섬세해지지 않을까?
이렇게 귀여운 동화책을 보자니 우리 딸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와 생각해 보면 세상에서 아이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는데, 그 때는 마치 일을 사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겼다. 당시 일 주일에 오 일은 친정에, 이틀은 내가 데리고 있었는데도, 오가는 시간을 제하면 실제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 안돼서인지 그 시기는 흐릿하기만 하다. 유아용 책을 볼 때마다 예쁘고 앙증맞아 좋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보기만해도 만져보고 싶은 느낌이 나는 이 책은 이상희가 지은 책이다. 따뜻하면서도 고운 느낌이 친근해 찾아봤더니,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과 어른을 위한 동화 '깡통'의 저자 이상희란다. '깡통'을 읽고 얼마나 아련한 애상에 젖었으며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으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지 않았던가. 그녀의 책을 이렇게 만나다니.....마음이 마구 설레인다.
그녀의 감성을 잘 담은 이야기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귀엽고 진짜 아기 같다. 돼지도, 토끼도, 새도, 곰도, 집도, 하다못해 나무와 땅까지 아기같다. 귀여운 아기 곰이 친구네 집에 놀러는 길에 만게 된 친구들. 그 친구들이 아기곰을 따라가며 모두 서로의 친구가 된다는 내용이다. 마치 동요처럼 전달되는 '딸랑딸랑 딸랑곰'. 빠르면 생후 3개월부터 읽혀도 괜찮을 것 같다. 그냥 읽어주기만 해도 아이들이 종알종알 반응을 보일 텐데, 아~얼마나 귀여울까?
반복해서 읽어주는 걸 즐겨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제격이다. 나도 딸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같이 읽자고 해야겠다. '엄마, 이런 아기 책을 읽으란 말이야?'하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같이 펴서 번갈아 가며 읽을 거다. 다 읽고 난 후 아이가 계속 읽자고 하면, 이 기회에 아이의 유아기로 돌아가 볼 계획이다. 그래서 남았던 아쉬움을 풀어낸 후 그 비었던 공간을 기쁘게 채울 거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이 말이 자꾸 입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