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 지식은 내 친구 5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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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 일을 하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가는 사람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그런 슬픈 운명을 가진 사람의 글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 이율배반적인 감정은 무엇일까? 이런 양가감정 속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사진작가인 호시노 미치오는 평소 자신이 우려하던 일을 만났고 그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1996년, 한 TV 프로그램의 취재차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를 방문하던 중 호시오 미치오는 이른 새벽 불곰의 습격을 받아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그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책을 읽기 전 작가의 약력부터 읽어선지 애잔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dl 무거워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런 우려와는 달리 호시노 미치오의 글은 마치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친절하고 따뜻한 느낌을 담고 있다.

 

 

호시노 미치오는 자신이 어떻게 알래스카에 발을 디디게 됐는지부터 소개한다. 열아홉 살이 되던 해, 알래스카에 관한 책 속에 들어있던 한 장의 사진은 그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사진을 보고 시슈마레프 마을에 흠뻑 반한 호시노 미치오는 알래스카에 가고 싶어 다짜고짜 그곳에 사는 촌장에게 편지를 쓴다. 그로부터 반 년이 지난 어느날 알래스카의 시슈마레프에서 편지 한 통이 날라든다. 호시노 미치오는 짐을 꾸려 알래스카로 떠나고 그곳에서 대자연이 무엇이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배우게 된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 사진작가가 되어 다시 알래스카로 가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알래스카에서 호시노 미치오는 동물에 대한 공부를 한다. 그러던 어느 새벽, 텐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곰 한마리를 보며 곰의 일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곰을 지켜보며 호시노 미치오는 어미 곰의 사랑이 인간의 사랑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곰은 그렇게 호시노 미치오의 삶에 방점을 찍어 놓는다.

 

 

 

 

 

2년 째 되던 해 여름엔 카약을 타고 빙하 탐험을 나선다. 높은 빌딩처럼 우뚝 솟아 있는 빙하는 갑자기 무너져 내리기 일쑤라 촬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멀쩡하다 한꺼번에 무너지면 커다란 폭발음에 섬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과 집채만한 파도가 밀려든다.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물에 빠지면 30분만에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위험 앞에서도 알래스카의 모습을 담고자 호시노 미치오는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외에도 틈틈이 그는 바다표범과 혹등고래, 순록도 카메라에 담는다.

 

 

알래스카에도 봄은 온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을 수 없던 작은 꽃들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철새들은 둥지를 틀러 들른다. 다람쥐와 여우는 겁없이 텐트를 두드리고, 어미 곰과 새끼 곰은 긴 겨울동안 놀지 못했던 아쉬움을 풀겠다는 듯 눈위에서 논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때론 모닥불이, 때론 오로라가 호시노 미치오의 친구가 되어준다. 절대 고독 속에서 호시노 미치오는 자신에게 팔을 벌리는 알래스카를 더 느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은 어쩌면 인생 최고의 영예일지도 모른다. 가수들은 무대에서, 배우는 촬영지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꿈꾼다. 그렇다면 호시노 미치오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 것일 터다. 자신이 사랑한 알래스카에서, 좋아한 사진 작업을 하다 취침 중 곰으로부터 맞게 된 죽음은 가장 그다운 죽음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 인간이 이해하지 못할 방식으로 자신만의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거두어간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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