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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변화시킨 결정적인 한순간
KBS 강연100℃제작팀 지음 / 김영사on / 2013년 3월
평점 :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견딜만한 일이었는데, 지나는 중에는 말할 수 없이 힘든 것이 인생길이다. 다른 사람들은 쉬운 길을 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답답하고 괴로울 때, 같은 여정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힘이 된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닌 누구나 겪고 아파하며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좌절을 딛고 일어날 때 마치 자신이 일어선 듯한 느낌이 드는건, 아마도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제대로 설 수 있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인생을 변화시킨 결정적인 한 순간'은 이런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떻게 삶의 굴곡을 헤쳐왔으며 어떻게 다시 시작했는지를 들려주는 이야기집이다. 이들 가운데는 대학교수와 한의사, 의사도 있고, 대기업 임원을 했던 사람도, 작은 기업의 대표도 있다. 또 운전기사 출신의 은행지점장도, 소년원 출신의 노무사도, 최고령 사시 합격자도 있으며, 사업실패로 한때 노숙자였던 창업지도사도, 구두 수선공도, 산악인도, 의대 출신 요리사도 있다. 이들 23명의 이야기는 인생이 누구에게도 만만치 않았음을 웅변하듯 보여준다.
입을 열지 않으면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자신의 속내를 보였을 때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그랬을까? 또래 친구들이 선망하는 의대를 자퇴하고 그녀가 요리사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명 산부인과 의사가 청국장을 만드는 회사의 대표가 된 이유는, 소년원 출신 노무사가 아픈 과거를 털어놓으며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자기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불편한 몸으로 동생들 돌보길 주저하지 않았던 소년은 어떻게 해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게 됐을까? 자신을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이들의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증이 더해갔다.
23 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같았다.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달랐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려는 목적은 같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했고, 각자가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를 바랐으며, 혹여라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누군가를 붙잡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고통이 영원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언젠가 웃을 날이 있으니 조금만 더 견디라고, 그런 말을 하고픈 마음들이 모였기에 이책은 뜨겁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생의 처절함을 온몸으로 받아냈던 증인들의 고백이기에 희망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스물세 살, 육군 소위로 복무하던 어느 날이었다. 부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데 '펑'하는 굉음과 함께 엄청난 통증이 몸을 덮쳤다. 뿌연 연기와 흙먼지 속에 주위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고,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눈을 뜬 곳은 병원 침상이었다. 내 몸은 미라처럼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침상 곁을 지키고 있던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수류탄 폭발 사고가 났다고 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른손이 잘려나갔다는 엄청난 소식이었다. 용감한 군인으로 당당하게 살려고 했는데 이런 불행이 내게 닥치다니! 환한 세상에서 쫓겨나 어둡고 축축한 지하실에 갇힌 기분이었다. 손 하나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며칠 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p. 153 -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위기는 기회가 된다.' 조서환 전 KTF 부사장
조서환씨가 활동하던 시대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일반 기업에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시대였다. 지금처럼 복지의 개념이 서 있을 때도 아니었다. 몸이 성한 사람도 취직이 힘들다는데, 하물며 한손을 잃은 그가 '마케팅계의 전설'이란 말을 듣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을런지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남편과 헤어진 후 어린 자식과 살기 위해 시장통에서 밤늦게까지 김을 구워 팔며 자립을 꿈꾸었던 한 엄마가 작은 업체를 이루기까지 겪었을 어려움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외에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는 좌절한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북돋워준다.
이 책에 소개된 23 명은 모두 삶으로 말하고, 삶으로 증명했다. 없는 것에 눈 돌리며 좌절하기보다 지금 이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주목했고, 차라리 손쉬울 수 있는 죽음의 길보다 고통스런 삶을 선택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칠 때, 이들이 먼 훗날 누군가를 위로하는 자리에 서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스스로를 돕는 과정이라 되내이며, 날마다 더 좋은 나를 꿈꾸고, 자신이 이룰 꿈을 위해 포기하지않고 한걸음씩 나아갈 때 그들은 미래를 오늘로 만들었다. 그 자취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사진 출처: 나는 시시한 사람이다 http://www.cyworld.com/heebee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