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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 고아 소녀 ㅣ 청소년시대 1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영미 옮김 / 논장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엄마, 아빠를 포함해 가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 외에는, 없는 것이 없는 소녀가 있다. 이제 겨우 열 여섯 살인데 별 다섯개 짜리 호텔과 맞먹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유명 조리사들이 만드는 음식을 먹는다. 주말이면 유럽 각지의 문화도시에서 지내고, 저녁엔 유명한 연주가나 오페라 가수들과 연주회도 갖는다. 칸 영화제 기간에는 내로라하는 유명 영화배우들을 만나고 그들과 식사도 한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로부터는 새 소프트웨어의 최신판을 선물로 받는다. 이보다 더 근사한 삶을 바랄 수 있을까?
그러나 소녀는 자신이 누리는 호사가 엄마 아빠의 동반 자살, 외할머니의 병사로 인해 촉발된 것을 알기에 받아들일 뿐이다. 소녀는 다른 사람들이 당연해서, 때론 지겹게까지 여기는 가족이란 말에 사족을 못 쓴다.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에 엄청난 불행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이 제 곁에 없다는 사실은 소녀를 쓸쓸하게 했다. 소녀가 있는 기숙사는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은 부자 고아들이 있는 곳이고, 소녀는 지금 프랑스에서 캘리포니아를 향해 가고 있다. 소녀는 '캘리포니아의 가정생활을 삼백 자로 쓰기'라는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탔고, 부상으로 진짜 가정에서 생활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소녀 즉, 클라라 카미유 카라멜은 잠시 후면 제러마이아를 만날 것이다. 그 아이는 큰 키에 근육질의 몸을 한 잘생긴 청년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적어도 일흔 다섯은 돼 보이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반긴다. 할아버지네 집에는 아무도 없단다. 예전에 세 번 결혼한 경력이 있는 할아버지는 지금은 혼자고 자식들은 먼 곳에서 떨어져 산단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짐을 싸고 싶지만 돌아가신 할머니가 자주 들려주신 "끝을 봐야지! 중간에 포기하면 안 돼! 해 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해!"라는 말씀이 클라라의 발목을 잡는다.
클라라는 이제껏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법을 한번도 배우지 못했다. 게다가 혼자 있는 것 또한 배우지 못했다. 전에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할아버지는 마구 시킨다. 할아버지는 운전면허를 따라고 했고, 춤도 배우라 했으며, 집 지을 때 잔일도 거들게했다. 클라라는 비록 보름 정도 밖에 안되는 기간을 머물지만 이곳에서 많은 것을 경험한다. 할아버지의 영원한 첫사랑에 대한 얘기도 듣고, 첫 생리도 시작했으며, 비록 알콜중독자이지만 멋있게 생긴 지미와 첫키스도 하게 된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첫 생리를 축하하는 파티도 열어주었다. 할아버지는 진짜 가족처럼 클라라를 소중하게 대한다.
크리스마스날, 지미네 집에 놀러간 클라라를 데리러 온 할아버지가 갑자기 위중해졌다. 클라라는 할아버지를 위해 운전대를 잡고 병원으로 향한다. 할아버지의 입원으로 멀리 살던 할아버지의 아들 딸이 달려왔다. 병실에서 적적해진 클라라는 할아버지의 지갑을 보게 되고, 그 속에 있는 할머니의 사진을 발견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예전에 무척 사랑했지만 이별하게 된 연인이었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를 평생 그리워했고, 은행금고에서 가져온 할머니의 편지를 클라라는 할아버지에게 읽어 드린다. 클라라는 제러마이아 할아버지가 진짜 할아버지이기를 바랐지만 그리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클라라를 사랑했다고 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보름에 불과했지만 클라라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얻었고 그토록 소망했던 가족이 생겼다.
모든 것을 다 가져도 가족이 없으면 허무하고, 모든 것을 다 주어도 가족은 살 수는 없다. 육친의 사랑을 갈구했던 클라라는 투박하지만 진솔한 할아버지의 사랑 안에 닻을 내리게 되었다. 처지가 같기에 가족처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이 생긴 것이다. 클라라는 지금 할아버지를 떠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특히 할아버지가 주신 연장 통은 클라라에게 가족이 생겼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할아버지에게도 손녀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증표가 되었다. 클라라는 모든 것을 가진 외로운 고아 소녀에서 정말로 모든 것을 가진 행복한 소녀가 되었다.
사진 출처: 나는 시시한 사람이다 http://www.cyworld.com/heebee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