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꿍 바꿔 줘! 푸른숲 새싹 도서관 5
고토 류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었을 즈음, 나는 부모로서 설레기도 했지만 걱정도 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단체 생활을 했고, 친구들과도 잘 지낸 편이라 그런 점에서는 별 걱정이 없었다. 아이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좋아해서 유치원 가는 시간을 아침부터 기다렸다. 밥을 먹자마자 빨리 가있겠다고 해서 선생님들 아직 안나오셨다며 붙잡아 앉히기도 여러 번 했다. 유치원 졸업식 때는 딸 아이가 가장 많이 울었다. 퉁퉁 부은 눈을 한채 친구들이랑 선생님과 찍었던 사진은 지금 봐도 가슴이 찡해진다. 외동이고 나이 많은 부모 밑에서 자라는 딸 아이를 볼 때마다 나는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유아에서 학생으로 진입되는 그 시작점에 나는 선생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배움의 세계에 첫 발을 딛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그 자체로 한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 그대로 좋은 선생님이 배정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1학년 선생님 중에서도 30대 초중반의 젊고 예쁜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호리호리한 몸에 쌍거풀 진 눈, 얌전하고 담담한 성격이 애 아빠와 흡사해 딸 아이와 나는 선생님이 좋았다. 성별과 나이만 다를 뿐 선생님은 이미 우리에겐 낯선 분이 아니었다. 우리 때와 너무 달라 모르는 것 투성이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친구, 동네 친구조차 없던 반에서 딸 아이와 그에 딸린 나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의지하고 일학년을 잘 넘길 수 있었다. 이제 딸 아이는 3학년이 되고 초등학교 입학도 마치 오래 전 얘기같이 느껴지지만, 입학을 앞둔 부모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일본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들의 필독서라 불릴 만큼 친숙한 책이란다. 1984년 출간된 이래 100만 부 이상 팔렸고, 현재 25 권까지 나왔다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반에서 일어남 직한 이야기들을 작가 고토 류지는 재미있고 실감나게 표현해 놓는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울보 신이다. 그러나 주인공보다 구로사와의 이야기가 신의 입을 통해 더 많이 들려진다. 신은 구로사와의 짓궂은 장난으로 노상 울지만,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땅꼬마 고지마는 구로사와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다른 친구에게 지나친 장난을 하는 구로사와를 시라카와 선생님은 한 번도 혼내지 않고 잘 품어준다.

 

 

이 반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돌발 상황은 구로사와의 장난에서 비롯된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라고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예민할 수 있는데도, 구로사와가 이렇게 기세등등히 지내는 것은 선생님이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구로사와는 좋게 말해 장난꾸러기지 사실은 골칫거리에 가까운 아이다. 이런 아이가 반에 있으면 선생님의 일은 늘어날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정말로 예뻐한다. 어떻게 보면 편애에 가깝다. 엄마도 없이 아빠와 지내고 있는 구로사와에게는 사랑만이 답이라는 걸 선생님은 잘 아는 것 같다.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지만, 선생님의 배려 덕에 구로사와는 건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로 자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랜 만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떠올려 봤다. 아이의 학교 첫 선생님이라서 그런지 그 선생님에겐 남다른 감정이 있다. 이 참에 선생님께 문자라도 드려봐야겠다. 학부모에게 부담주는 걸 싫어하셔서 자주 뵈었지만 커피 한잔 대접해 드린 적이 없다. 학교에 갈 때 마다 오히려 맛난 커피를 대접해 주신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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