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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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자리

기억의 한 켠에서 먼지에 쌓인 시간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이미 나이 들어 있다. 세월의 지층에 눌려있던 시간들은 자신의 때가 되자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커져가는 기억속에 발을 담그려니 어쩌면 함몰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몰려온다. 차라리 기억의 회로를 차단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러나 그 기억이야말로 추억이며, 추억은 세상의 어떤 재화로도 살 수 없다며 나지막히 말하는 소리가 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세상사에 발맞추지 못하는 사람이므로 무시해도 그만이겠다. 그런데 그 울림은 커져만 간다.



청춘의 자락과 삶의 이면

'요노스케 이야기'의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대학 신입생인 요노스케를 통해 80년대 일본의 청춘들과 버블 경제하의 주변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 같지만 실제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없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은 생의 이면을 비추고 있다. 겉으론 희희낙낙하며 재미있게 사는 듯하지만 그들의 삶은 생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는 중이다.

'요노스케 이야기'는 요노스케와 그를 회상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로 교차 진행된다. 나중에 게이가 되는 동성애자 친구, 멋모르던 시절 사고를 쳐버려 20살에 부모라는 이름을 달게된 어린 학생 부부, 부잣집 딸로 태어나 평범한 일상을 무엇보다 동경하는 여자 친구, 미모를 바탕으로 동경에 나와 부잣집 자제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파는 여자등 등장인물들의 사연은 평범하지 않다.

파릇파릇해야 할 인생의 황금기에 부모가 돼버려 학교를 자퇴하고는 직장인이 된 친구의 이야기는 가슴 짠하다. 비록 졸지에 부모는 되었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를 받아들이고 하루 아침에 생활 전선에 뛰어드는 삶을 살게 된다. 요노스케는 그들의 시작에 큰 돈은 아니지만 자신이 모아 둔 돈을 빌려주며 격려한다. 요노스케는 늘 그랬다. 그런 따뜻함을 사람들은 좋아했다.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들만이 줄 수 있는 온기였기에 사람들을 그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 것이다.


가슴이 말하는대로

세상의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 삶을 주관함에도 우리는 보이는 것에만 몰두해 정작 소유하고 있어야 할 것들을 방기한채 그렇게 살고 있다. 보이는 것의 유혹은 어찌 그리 매혹적이던지 우리는 몰입하게 되고 그런 생의 모조품에 속아 넘어가 버린다. 그 결과 인간답게 살지도 못하면서 잘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요시다 슈이치는 사회적 인간으로는 가장 부적격자인 요노스케를 주인공으로 소개하여 자신의 입으로 삼았는지 모른다.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고도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는 사람이 요노스케란 사실은 좀 놀랍다. 세상에 내놓을만한 무엇을 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지 그는 가슴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살았을 뿐이다. 요시다 슈이치는 세상사에 시달리고 지친 우리들에게 지극히 평범하고 어리숙한 한 사람을 통해 자그만한 안락을 준다. 이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에 유일한 안식이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을 요시다 슈이치는 알고 있는 듯했다.

 

사진 출처: 나는 시시한 사람이다 http://www.cyworld.com/heebee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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