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반양장)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4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 윤동주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감정은 어쩌면 민족적 부채의식이 아닐지 모르겠다. 광복을 앞두고 일본의 한 감옥에서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죽어갔다는 비감스런 역사적 사실과, 연희 전문을 나온 시인이었다는 점, 선하고 슬픈 듯한 인상과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가 빚는 감정은 우리의 설명을 불가케했다. 그의 삶을 생각하거나 그가 남긴 자아성찰적이고도 아름다운 시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찡해지거나 먹먹해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런 느낌의 기저엔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맞물려서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들이 여전히 출간되고 있으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를 다시 살게 하고 있다. 이는 윤동주에 대한 우리의 지울 수 없는 사랑을 대변하는 것에 다름 아닐 터다.

 

그러나 비애로 연상되는 그의 생과는 달리 윤동주는 소박하면서도 밝은 동시를 꽤 썼다. 그가 그린 동시를 읽으면 슬픈 윤동주는 사라지고 장난기 많고 호기심 많은 윤동주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햇빛.바람

 

손가락에 침 발라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 발라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우리 아기는

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뚜막에서 가릉가릉

 

아기바람이

나뭇가지에 소올소올

 

아저씨 해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이런 동시 속에서도 윤동주는 시대적 아픔을 시 속에서 적시한다. 당위에서가 아닌 당시 우리 민족의 삶이 그랬기에 자연적으로 풀려나온 감정과 현실이기 때문이다.

 

고향 집-만주에서 부른

 

헌 짚신짝 끄을고

나 여기 왜 왔노

두만강을 건너서

쓸쓸한 이 땅에

 

남쪽 하늘 저 밑엔

따뜻한 내 고향

내 어머니 계신 곳

그리운 고향 집.

 

시대적 환경은 윤동주의 시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운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입학한 해까지 동시를 쓰고는 그 후로는 동시를 쓰지 않았다. 아니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 동시에 마음을 쏟을 수 있도록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래의 두 시는 윤동주가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럼에도 내일에 어떤 기대를 가졌는지를 알게 한다. 그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면 윤동주는 감옥에서 쓸쓸히 아픈 생을 마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조국에 던졌기에 우리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다.

 

내일은 없다-어린 마음이 물은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아보니

그 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건너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사진 출처: http://www.cyworld.com/heebee7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