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식 열도 2
다카스기 료 지음, 이윤정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유사 이래로 한 나라나 거대 조직이 무너질 때는 상층부의 도덕적 해이가 징후로 나타난다. 흔히들 쉽게 간과하지만 도덕적 해이야말로 가장 두려워해야 할 몰락의 징조이다. 도덕적 해이는 한 두 가지가 아닌 복합적 요인으로 출현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1980년대의 거품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거품경제는 경제 전반에 걸쳐서도 많은 부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거품경제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땀의 의미를 경시했으며, 과열과 투기는 이음동의어가 되었다. 그러나 영구할 것 같던 거품은 그리 길지 않았고, 그 후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된다. '금융 부식 열도'는 그 시기 붕괴되는 거품의 현장을 금융권을 통해 그려낸 소설이다.

 

 

 

 

거품경제 때 조직 폭력단은 부동산업과 종합 건설 분야에 깊이 침투했다. 그 중 한 회사가 교산 파이낸스다. 교산 파이낸스는 은행출자를 받기 위해 교리쓰 은행의 이케부쿠로 지점장인 아키야마를 바지사장으로 앉힌다. 교산 파이낸스의 회장인 오쓰는 처남인 이시미즈 부사장과 함께 그들이 다이산 파이낸스 시절 교메이 흥산에 융자해 준 850억엔의 부실 채권은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1년이 지나 아키야마는 교산 파이낸스가 파산 직전인 것을 알게된다. 부실 채권은 이외에도 더 있어 2200억엔에 달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이시미즈는 교메이 흥산의 부실채권을 편법 양도하는 꼼수를 부리고, 다케나카와 아키야마는 교메이 흥산 그룹의 제 3자 파산 신청을 감행한다. 이 일로 인해 다케나카와 아키야마는 교메이 흥산의 공격을 당하는데 가두 선전차까지 동원한 협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더 이상 견딜 수도, 야쿠자에게 휘둘릴 수 없었던 다케나카는 고마다 유키오를 찾아간다.

 

고마다의 중재로 협박은 멈춰졌지만 교메이 흥산의 아라마타 사장과 교산 파이낸스의 전 부사장 이시미즈는 또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들은 미인계를 써서 아키야마를 꼼짝 못하게 한 후 대어인 교리쓰 은행의 스즈키 회장을 협박한다. 자신의 비리가 폭로된 유인물을 비롯해 가두선전차까지 동원된 협박에 스즈키의 신경질은 도를 넘어섰고 결국 아라마타와 이시미즈에 대한 형사 고소는 취하된다. 그러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은 터진다. 다마키 겐자부로라는 '그룹 21'의 오너인 거물 총회꾼이 아키야마를 찾아간다. 다마키는 이시미즈로부터 입수한 아키야마의 정사신 테잎을 꺼내며 2~3억엔의 돈을 융자해달라고 협박할 뿐 아니라 이외에도 무리한 요구를 들이댄다. 겁이 난 아키야마는 다케나카에게 도움을 청하고 다케나카는 고마다를 다시 찾는다.

 

고마다는 이 일의 해결을 위해 뒤에서 사주하는 간슈 연합의 회장 나미키와 교리쓰 은행의 스즈키 회장, 그리고 자신의 3자 회담을 제안한다. 그러나 스즈키 회장과 조직폭력단과의 만남에 부정적인 사토 비서 실장의 반대로 회담은 무산되고, 이 일로 다케나카는 고마다로부터 출입불가 조처를 당한다.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다케나카의 노력으로 스즈키 회장 대신 사이토 은행장이 대타로 나가게 되고 회담은 잘 마무리 된다. 한편 스즈키 회장의 큰 딸인 마사에와 내연관계에 있는 가와구치가 또 10억엔의 융자를 부탁한다. 사토는 다케나카에게 이 일을 부탁하고 다케나카는 융자가 불가함을 말한다. 그러나 다케나카의 의견은 사토에 의해 이번에도 묵살됐고 이 일은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온다. 

 

오랜만에 휴가를 다녀온 다케나카에게 '주간 조류'의 요시다 슈헤이 기자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요시다는 교리쓰 은행의 요코하마 지점이 M&K 코퍼레이션이라는 페이퍼 컴퍼니에 10억엔을 융자했는데 알고 있냐며 물어본다. 불법 대출로 울분을 참지 못한 요코하마 지점의 야마기시라는 직원이 내부 고발을 한 것이다. M&K 코퍼레이션은 스즈키 회장의 딸인 마사에가 가와구치의 불법 융자를 위해 만든 유령회사였다. 이 일로 교리쓰 은행은 발칵 뒤집히고 결국 '주간 조류'의 톱 기사로 일면에 실린다. 자신의 건물에 이중삼중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고 담보능력이 제로인데다 회수 불능상태임에도 가와구치에게 지금까지 25억엔이 대출된 것이다. 스즈키 회장의 건의와 사토 비서실장의 지시로 이뤄진 일인데 이 일을 맡은 요코하마 지점의 지점장이 덤터기를 쓰게 됐다. 기사가 실려 극도로 이성을 잃은 스즈키 회장은 요코하마 지점장에게 책임을 물으라 하고는 다케나카까지 자르라 한다.

 

드디어 전직 행장 출신인 상담역들이 나섰다. 더 이상 스즈키 회장의 독단과 전횡을 볼 수 없다며 자신들과 함께 동반사임을 촉구한다.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는 스즈키 회장은 이 기회에 상담역들을 몰아내겠다 마음 먹는다. 이제 은행엔 스즈키 회장 뿐 아니라 사토 비서실장까지 규탄하는 괴문서가 나돈다. 다케나카는 사토 비서실장을 통해 스즈키 회장의 사임을 권유하며 한편으론 고마다에게 협조를 구한다. 고마다는 스즈키 회장을 설득하고 4인은 동시사퇴하게 된다. 스즈키 회장의 몰락으로 그토록 잘 나가던 사토 비서실장은 끈 떨어진 갓이 되었고, 스기모토는 사토 비서실장과 거리를 두려고 측은할 정도로 안간힘을 쓰게 된다. 다케나카는 그런 스기모토를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라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금융부식열도'는 그래도 희망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그 후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시기를 맞게 된다. 극심한 장기침체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했으며 0%의 성장률을 10년 넘게 기록하고 있다한다. 거품의 달콤함을 맛본 댓가 치고는 너무 혹독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이 재생 시나리오이다. 제목 그대로 나는 그들의 경제가 하루 속히 재생되었으면 좋겠다. 마치 따라하듯 우리 경제가 그들의 전철을 밟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경고음과 같은 책이었다.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도 거품경제의 폭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같은 측면에서 꽤 유의해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이미지 사진 출처: http://cafe.daum.net/dieselmania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내용 참조: 위키디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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