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졌다! 사계절 그림책
서현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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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키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 같아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저희 딸도 키에 관심이 어찌나 많은지 몰라요. 밤 10시에 성장 호르몬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10시에 자야한다며 시간 지키는데  철저하답니다. 그러나 눕기만 그렇지 실제는 훨씬 더 뒤에 자면서도, 하여간 10시에는 꼭 잘 준비를 하네요.

 

저도 아이가 어릴 때는 그렇게 키에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아이가 키 순서로 3번이 되고서는 제법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당시 바로 앞에서 선생님이 키를 재시는데 1번이 될까봐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요. 딸 아이도 자신이 그렇게 작은 줄 몰랐나봐요. 전에도 틈 날 때마다 키를 재긴 했지만 작년에는 아이가 하루에 몇 번이나 키를 재는거예요. 키가 그렇게 금방 자라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이는 요지부동이에요. 그러더니 2학년이 돼서 4번이 되니까 좀 안심이 되는지 전보다는 키를 덜 재네요.

 

 

 

이 책은 아이들의 관심사를 그대로 반영한 동화예요. 어떻게 하면 키가 클까 싶어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좀 애처롭기도 하네요. 어른들이야 때가 되면 알아서 큰다 고 쉽게 말하지만 아이의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요. 한시가 급한지 아이는 우유도 먹어보고 몸도 늘려보고 별 짓을 다하지만 마음대로 안돼요. 아이에게는 꽤 심각한 고민거리였나 봐요. 드디어 아이가 결심을 합니다. 비를 맞아야겠다구요. 책에서 보니 나무가 비를 맞고 쑥쑥 자라는 거예요. 

 

비를 맞던 아이는 커지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빠르게 커지던지 무서울 정도예요. 한 번 보세요.

 

 

   

 

아이는 자라고 자라 마침내 지구 밖까지 커졌어요. 뿐 만 아니에요. 무시무시하게 커진 아이가 이제 지구까지 삼켜버립니다. 

 

 

이런!  아무리 그래도 지구는 삼키면 안되잖아요? 아이는 그간 삼켰던 것들을 있는 힘을 다해 뱉어냅니다. 그랬더니 온갖 것들이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거예요. 이제 다 뱉었다 생각할 즈음 아이는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작아지고 작아지고 작아지더니......얼마나 작아졌냐면요, 집에서 있기 딱 맞을 정도로 작아져요. 그러니까 원래대로 돌아온거죠. 그러면 속상하겠다구요? 그럴까요? 그건 직접 확인해 보세요. ㅎㅎ

 

 

이 책은 '키'라는 아이들의 관심사를 주제로 현실과 상상이 자연스럽게 접목돼서 거부감이 들지 않아 좋았어요. 다른 책에선 현실에서 상상으로 넘어가거나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종종 어색할 때가 있었거든요. 또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는데 글이 많지 않아서 의외였어요. 사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곳곳이 위트로 가득했어요. 겉 보기에는 유아들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눈여겨 보지 않으면 책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놓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책은 적어도 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죠. 은근히 초등학생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책이었답니다.

 

모처럼 직접적인 교훈을 주지 않으면서 아이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꾸민 책을 만나 기뻤답니다. 저는 그래서 이 책이 진짜 동화라고 생각돼요. 아이들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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