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학교 알맹이 그림책 27
이경혜 글, 김중석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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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란 시.공간의 두 축에 내가 쏟아부은 마음을 나타내는 좌표이다. 아무리 좋은 옷이나 음식도, 때론 사람까지도 질릴 때가 있건만 추억은 몇 번을 돌이켜도 물리질 않는다. 시간의 빈 자리가 문득 문득 느껴지는 순간, 추억이 친구가 되어줄 때 서러운 마음은 사라지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추억을 떠올려주는 게 아니라 지나간 추억이 우리를 지탱케해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경혜의 동화를 읽게 됐다. 동화로 만나는 건 처음이지 싶다. 이경혜는 대상이 무엇이건간에 대상과 자신을 합치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그녀가 써낸 누군가가 아닌 그녀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엔 사람이 아닌 학교다. 그것도 수몰로 사라지게 되는 학교를 말이다.

 

예쁜이 학교라 불리는 조그만 학교가 있었다. 그 학교에 삼대가 다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까지. 이 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이 어떨지 가히 짐작할만하다. 그런데 근처에 커다란 댐이 생기면서 이 학교가 물에 잠기게 될 처지에 이르렀다. 학교가 물에 잠긴다는 건 마을 전체도 잠기게 된다는 걸 의미하고, 이는 동네 사람들 또한 이 마을을 떠나야함을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떠나고 운동장에는 쓸쓸함만이 감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의 시각일 뿐이다. 학교가 비면서 이 학교를 탐냈던 숲속 나라 동물 친구들이 교실에 가득하다. 부러워하기만 했지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던 이 곳에서 동물 친구들은 마치 잔치와 같은 시간을 보낸다. 드디어 학교가 물에 잠기기 하루 전, 동물들은 작별의 노래를 부른다. 이제 정말 모두와 안녕을 하게되는 예쁜이 학교.  

 

 

그랬는데 생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물에 비치던 학교를 쳐다보기만 하던 물속 친구들이 학교를 찾아왔다. 더이상의 만남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쁜이 학교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기억 속에 살아있다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단지 그 정도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경혜는 사라지게 되는 것을 단순히 안타까워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사라짐을 통한 이별로 말미암아 또다른 생명과 조우하게 되는 기쁨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통해 만남의 풍성함을 알려주고 있고, 이 만남이 단회적으로 그치지 않음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었다. 나아가 그녀는 시각만 달리한다면 세상 어떤 것도 이별이 아님을 알려주려 하고 있었다.

 

수몰이 슬픔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감정적 상실이자 현재적 아픔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경혜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자신의 글을 통해 시각을 달리할 수 있도록 마음의 자리를 넓히고 있었다.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아픔을 또다른 추억의 장소로 치환한 그녀의 놀라운 힘에 나는 놀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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