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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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느낌은 원하던 것을 손에 넣은 느낌과 비슷했다.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굶주린 아이가 젖병을 빠는 것 같은 기세로 책을 읽어내려갔다. 뜨겁지 않았기에 더 뜨거웠던 책이었다. 지금까지 눈사람은 집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가정을 나타내는 상징물이었다. 그런데 그 눈사람이 세상과의 절연의 표식이 돼버렸다. 스노우맨. 그가 서있는 집엔 재앙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 보는 것처럼 일부일처제가 아닙니다.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죠. 최근 스웨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가 자신이 아버지라고 믿거나 짐작하는 사람이 친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무려 20퍼센트나요! 다섯 명 중 한 명꼴이죠! 거짓된 삶을 사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눈사람이 서있는 집의 아내들이 실종되거나 죽임을 당했다. 이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그런 사건들이 일어났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고, 경찰의 눈에 띄지 않았을 따름이었다. 실종되거나 죽은 여자들은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과의 사이도 좋았고, 아이도 있는 단란한 가정의 주부였다. 도대체 그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좀 전까지 집에 있던 엄마가 없어졌다. 밤은 깊어가고 아무리 찾아도 엄마는 없다. 두려움에 떨던 아이가 옆집에 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실종 신고 현장에 해리 반장이 보인다. 미모의 여형사 카트리네 브라트를 대동하고. 뭔가 심상치 않다. 그러나 유부녀 실종 사건이 이번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12년 전에도 있었다.

 

라프토 형사는 오늘도 살인 사건 현장에 와있다. 왕년의 인기 형사이자 아이언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나이. 한때 그를 향해 환호하던 언론은 이제 그를 질타하기 바쁘고, 경찰 내부에선 제거해야할 1순위가 되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현장에 있는 그의 마음이 분주하다. 눈 속에 놓인 시신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참혹하다. 시신 저 너머 산 위에 눈사람이 서 있다.

 

한때는 해리의 모든 것이었으나 스스로 그 끈을 놓아버린 여자, 라켈. 라켈에게 해리는 잊혀져야할 대상이자, 곤혹스런 삶으로 자신을 끌어넣을 남자에 불과하다. 지금 라켈의 곁엔 자상한 마티아스가 있다. 마티아스는 좋은 의사인데다 잘생기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녀의 아들인 올레그도 친자식처럼 챙긴다. 그런데 왜 올레그는 해리만 따를까?

 

여자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간다. 스노우맨이 저지른 연쇄살인이라 생각한 해리는 팀을 꾸려 사건을 추적한다. 해리는 요즘 자신의 수척한 얼굴과 삐쩍 마른 몸을 보며, 형사로서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한다. 현장에서 스러져간 동료들의 죽음마저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인양 느껴진다. 최근 들어 누군가 자꾸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다. 사건은 반드시 해결되야 하는데 난제는 쌓여만 간다.

 

 

해리 반장의 시점과 사건들이 교차 서술되면서 이야기는 점차 후반부를 향해 달린다. 서서히 개별적 사건의 윤곽이 잡히면서 기저에 있는 한 남자가 부각된다. 지성인의 시니컬함과 사회적인 지위에 대중적 인기도까지 두루 갖춘 한 남자. 그의 이름은 아르뵈 스테프다. 그가 좀 수상쩍다. 그를 조이면 스노우맨의 정체가 드러날 듯도 하다.

 

그러나 삶이 그리 단순하지 않듯 스노우맨의 정체도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은 쉽게 해독될 듯 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해리의 목숨이 경각에 이르러서도 흐릿하기만 하다. 스노우맨인가 하면 아니고, 마치 해리를 조롱하듯 스노우맨은 찾을 길이없다.

 

사방이 막혔을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던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해리. 모든 것을 비운채 마음의 눈으로 풀어가고 지워간다. 드디어 두 점이 만났다. 그의 눈이 커지고 손이 땀으로 젖는다. 바로 그였다, 스노우맨은. 경악이란 말로도 그의 두려움은 표현할 길이 없다. 해리가 달려간다. 그에게 기적이란 이름을 신이 허용할 것인지.....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herarkd/12015077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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