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1 강풀 미스터리 심리썰렁물 5
강풀 지음 / 재미주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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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다 처음 보게 된 강풀의 만화다. '순정만화' 시리즈 작가로만 알던 터라 내심 싱그러운 무언가를 기대했었나보다. 물론 표지를 보고 말랑말랑한 내용일 거란 생각은 이미 접었지만, 모호한데다 으스스하기까지 해서 여름에 볼 걸 잘못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 여름에 봤다면 더위를 물리치고도 남았을텐데, 비오는 날 저녁에 보자니 좀 서늘하다.

 

 

                          

 

                  

 

   

 

 

이 책엔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손바닥에 손톱이 있는 여자와 귀에서 쉴새 없이 흙이 나오는 남자, 땀을 비오듯이 흘리는 남자와 골목길에 갇혀 끝없이 노래를 부르는 학생등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하거나 시도한다. 딱히 중요하다거나 의미있어 보이지 않는 행동거지지만 누군가를 향한 그들의 메시지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 기묘한 공간엔 그들 못지 않게 특이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손님이 많지 않을 것 않은 조명가게의 아저씨나, 수시로 전구가 나가 자주 찾는 여학생이나, 홀로 사는 아가씨까지. 그러나 이들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이상하기는 다 매한가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본의건, 본의가 아니건 간에 경계선상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지만 한 부류의 사람들은 산 자가 아니며, 다른 한 부류의 사람들은 살아있으나 죽음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 만화에서는 뚜렷하지 않다. 이는 작가의 의도적인 배치로 보여지며, 산 자와 죽은 자는 현재라는 시간 안에서 소통 아닌 소통을 한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불투명하고도 불확실함이야말로 이 만화의 본령을 넌지시 비춘다.

  

 

이 만화는 3권짜리다. 그러니까 아직은 도입부라는 말이다. 따라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 드러나 있지 않다. 현재까지는 희미하고 흐릿하며 밑 그림만 간신히 그려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 명확하지 않음을 통해 작가는 독자의 자발적 참여를 요구한다. 이 안으로 더 깊이 들어와서 함께 찾아가자고 돌려말하는 것이다.

  

 

1권을 끝냈다. 아직은 개념을 잡기 어렵다. 3권까지 가면 어떤 퍼즐이 맞춰질 것 같다. 느릿하고 느슨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작가는 단단히 결심하고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펴낸 책이란다. '이제야 모든 게, 모든 의문이 풀렸어'라는 뒷 표지의 독자 평은 2권에 대한 내 호기심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어찌할 것인가? 나는 지금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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