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좋은 10가지 이유 꼬마 그림책방 33
최재숙 글, 김영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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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엄마께 이런 말씀을 자주 들었다. '콩순아, 세상에 많은 아빠가 있지만 니네 아빠같은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아빠에게 잘해야 한다.' 엄마는 당부하듯 그런 말씀을 하셨다. 정말 우리 아버지는 자식 밖에 몰랐고, 그 중에서도 맏딸인 나를 가장 예뻐하셨다. 앞서 태어난 첫 아이가 태어난지 삼일만에 세상을 뜬 것이 아버지에게는 큰 충격이셨던 듯하다. 엄마 또한 젖 한 번 물리지 못하고 아이를 잃어서였는지, 그 후 젖이 나오질 않아 우리 삼 남매는 분유를 먹고 커야 했다. 당시만 해도 분유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아버지는 우리가 살았던 울산에서 부산까지 수시로 다녀오셨다 한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지극정성이셨고, 우리들에게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이 없으셨다. 우리에게 공부를 하라고 재촉하신 적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 우리를 밀지도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다른 아버지도 다 그런 줄 알았다. 둘러보니 그렇지 않은 아버지가 많은 것 같았다. 간혹 아버지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봤다. 아버지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세월이 흘러 나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다. 아무리봐도 우리 부모님이 내게 하신 만큼 잘 하고 있지 않았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과 내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을 비교해보면 기울어도 너무 기울었다. 남편 또한 우리 아버지와 비교하면 상대가 되질 않았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부터 좋은 데 있으면 다 데리고 다니셨고 좋은 옷도, 맛있는 음식도 우리와 함께 하셨다. 나는 우리 애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덤덤한 사랑이 성에 차지 않았고, 내가 딸이라면 저런 아빠는 별로 일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딸은 우리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자기 아빠의 딸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는 제 아빠의 그런 사랑이 충분했던 거였다. 내가 받았던 사랑과 다른 사랑의 유형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걸 깨닫게 됐다. 사랑이란 비교 불가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식이 해달라는 대로 다해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아빠가 좋은 10가지 이유'는 아이의 관점에서 아빠가 좋은 이유를 소개하고 있다. 대단한 이유도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는 방귀도 잘 뀌고, 장난감을 고쳐준다고 해놓고서는 망가뜨리기도하는 어설픈 아빠다. 놀아주기도 잘 하지만 때론 자기 혼자만 즐겁게 노는 반칙대장이며,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만 골라먹는 철없는 아빠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는 아빠가 좋다. 우리 아빠니까.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았다. 대학교 때부터 아버지라고 불렀기 때문에 내게 아빠라는 단어는 좀 어색하다. 이제 나는 아빠라 부를 사람이 세상에 없지만 우리 아버지, 아니 우리 아빠는 내 가슴 속에 살아있다. 아름다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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