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줘서 고마워 꼬마 그림책방 32
니시모토 요우 글, 구로이 켄 그림, 권은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조카들을 예뻐했던 나는, 내 아이가 태어나면 무척 좋은 엄마가 될 줄 알았다. 세상에서 최고까지는 아니어도 꽤 괜찮은 엄마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칭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한 결혼에도 임신부터 출산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했다. 입덧도 거의 없었고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몸무게도 10kg밖에 늘지 않았다. 다음 주가 출산 예정인데 사람들은 내 배를 보고 7월쯤 됐냐고 했다. 잘 때 쥐가 나는 것을 빼고는 불편한게 없었다.

 

아이가 태어났다. 의사 선생님이 아기를 보여주셨다. 고개를 들었다.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 내가 생각한 아기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제껏 봐왔던 초음파 사진에 애아빠의 얼굴을 대입해 상상했던 얼굴이 아니었다.

 

시댁에서도 우리 아기가 기대된다고 했다. 애아빠가 막내라 근 20년만에 태어나는 아기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의 얼굴은 다 비슷한데 내가 몰라도 너무 뭘 몰랐다. 그 후로 한동안 나는 아기에게 덤덤했다. 물론 신기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감정이 일지 않았다. 내가 구상하고 계획했던 일이 틀어졌다는 느낌이랄까.

 

우리 딸은 참 착했다. 한번도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아기인데 아기라는 생각이 들지않을 정도로 편안한 아기였다. 나는 우리 아기가 진짜 어린 애기가 맞나 확인하고 싶어 눈을 감고 손을 쥐어봤다. 아기가 맞았다.

 

그후로 나는 우리 딸이 아기인지 아닌지 알고 싶을 때 눈을 감고 손을 만지는 습관이 생겼다. 그 앙증맞은 느낌. 고사리 손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 느낌을 잊지못해 나는 지금도 간간이 손을 만져본다. 

  
너무도 사랑스런 책을 만났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 책을 가슴에 폭 안아봤다. 풍성한 색감이 안정적이고도 은은하게 전달된다. 지금껏 많은 동화 속의 그림을 봤지만 이처럼 보자마자 가슴에 폭 안기는 그림은 처음이다. 좋은 그림은 그 자체로 말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림이 말을 건낸다.

              

엄마를 찾는 아기천사의 여정이 그려진다. 아기천사는 친구들을 찾아가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아냐'며 물어본다. 다들 엄마가 있는데 아기천사만 엄마가 없다. 아기천사의 표정이 좀 슬프다.

 

왜 나만 엄마가 없지?

 
아기천사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드디어 엄마를 만날 시간이 다가온다.

 

이렇게 오랜 준비를 거쳐 아기가 우리에게 오는구나!

 

그림의 색상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을 전한다.

 

모든 준비를 끝낸 아기천사는 엄마에게 안긴다. 아기천사의 얼굴이 무척 평안해보인다. 엄마 또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리라.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만나면 나는 콧끝부터 찡해진다. 뱃속에서의 준비는 누구보다 잘 했다 자부하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 나는 육아서조차 읽을 수 없었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읽긴 읽는데 글과 이해가 부딛치질 않았다. 심봉사가 심청이 키우듯 귀동냥 눈동냥을 하며 아이를 키웠다.

         

이제 우리 딸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부족한 엄마 밑에서도 착하고 이해심있는 아이로 잘 자라 주었다. 나는 지금 눈물 가득한 눈으로 이 책을 아이에게 전한다.

 

내 아가, 엄마에게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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