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 근현대 우리 민족의 생활사
김경선 지음, 이예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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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민족사에 벌어진 격동의 시간들이 한 권의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몇 백년에 걸쳐 일어나도 힘겨울 역사적 사건들이 숱하게 우리를 찾아왔다. 그 파란만장한 100년의 기록이 '지난 100년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에 들어있다. 근현대사는 우리 역사중 내가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늘 외면해왔다. 굳이 그 답답하고 숨막히는 시간을 찾아가며 읽고 싶었던 마음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순진하게도 외세의 힘으로 개혁을 이뤄보려던 갑신정변을 비롯해 무고한 자기 백성을 끝내 청.일의 총칼 앞에 밀어넣었던 갑오경장, 그리고 제대로 손 한번 못써보고 나라를 빼앗겼던 일,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었던 한국전쟁등 어이없고 기막힌 일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우리의 역사 앞에 나는 어떤 자부심도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어린이 도서를 읽으며 내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꼭 무언가를 성취하고 이뤄내야만 자랑스런 역사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정말 우리에게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일들이 많았다. 그런 일들을 주도할 수 있는 우리에겐 여력도 없었고 속수무책으로 외세에게 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실마리를 찾기 위해 몸부림쳤고 민족의 자존을 위해 끝없이 도전하며 시도했다. 일제의 간악한 수탈 앞에서도 견뎠고, 1919년엔 전세계가 놀랄 정도로 독립 만세 시위를 벌였으며, 물산장려운동을 통해 민족의 경제를 살리고 기상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최초의 근대적 학교, 원산 학사               활동사진과 나운규 감독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대회 시상식의 손기정 선수와 남승필 선수

 

또한 같은 민족끼리 죽이고 죽는 피의 전쟁을 치르는 폐허속에서도 다시 일어섰다. 그 엄청난 고통중에서도 경제 발전을 이뤄냈고 올림픽도 치렀다. 물론 그 와중에 힘든 일도 많았다. 경제 발전에는 큰 업적을 남겼지만 국민의 자유를 제한했던 대통령도 있었고, 서울의 봄을 피로 물들인 대통령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가진 도저한 힘 앞에서는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왔고 IMF의 위기도 헤쳐나왔다. 당시 벌였던 '금모으기 운동'이야말로 어쩌면 국채보상운동의 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곤 오늘에 이르렀다. 이를 어떻게 부끄러운 100년사로 치부할 것인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 책 속엔 지금 이 자리의 대한민국의 기운이 넘실대고 있다. 비록 청년 실업자의 문제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정치로 인해 여전히 골아프지만 그래도 오늘을 이뤄낸 놀라운 힘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지난 시절의 부끄러움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현재의 자리에서 되돌아 보려는 노력이야말로 자신감이 없으면 힘든 일일터다.

 

속에 가득한 우리의 자랑스런 기운이 참으로 멋지다. 훌훌 털고 일어섰던 우리의 놀라운 저력이 어디서 기원하는지를 온 몸으로 느낀다. 한류의 돌풍으로 전 세계가 주목한다는 우리의 보이지 않는 힘이 결국은 격동을 헤쳐나온 우리 윗 세대의 DNA로부터 나왔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 유전인자가 이제는 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어린이 책으로 나는 그동안 가졌던 내 부정적인 역사 인식이 자연스럽게 교정됨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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