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비, 한옥을 짓다 - 옛날 주생활로 본 우리 역사 처음읽는 역사동화 3
세계로 지음, 이우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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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집은 흔히 말하는 집장사가 지은 집이었다. 우리 동네 입구에 서면 우리 집을 필두로 이층 양옥 다섯 채가 나란히 한 줄로 서 있었다. 그러나 우리 집은 겉 보기에만 그럴싸 했지 우풍이 어떻게나 세던지 바닥은 뜨겁고 코가 시려 겨울엔 늘 애를 먹어야 했다. 게다가 그 때만 해도 연탄 보일러라 이층에서 일층으로 내려가 그 많은 연탄을 가느라 친정 엄마가 고생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 집은 나았다. 그 직전 집은 얼마나 날림으로 했는지 마루를 걸으면 바닥이 출렁댔다. 바닥이 꺼질까봐 나는 늘 겁이 났다. 아무리 돈을 아껴도 그렇지 마루가 흔들리는 집이 어디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간다. 결국 우리 집은 마루를 보강하는 공사를 해야만 했다. 그 후로는 좀 안심하고 살았지만 지금도 나는 개인주택은 살고 싶은 마음도, 엄두도 잘 안난다.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정을 붙이고 마음을 주는 곳이기에 우리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곳이다. 빛, 풍향, 분위기, 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를 생각하면 집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우리 대다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살기에 얼마나 적합하지 않은 환경인가? 편리성에 길들여 살기는 하지만 주거환경으로만 따지자면 결코 마음 편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아파트다.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과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의 급증이 주거 환경과 밀접한 것을 알기에 갖는 생각이다.

 

 

이러한 때 만나게 된 책이 '이선비, 한옥을 짓다'이다. 그간 무심했던 한옥의 좋은 점들이 이선비 이세로의 안내로 친근하게 소개된다. 장원 급제로 과거에 합격한 후 임금님의 어명으로 세자의 처소를 짓는 책임을 맡게 된 이선비. 그는 당대 최고의 목수인 신목수를 찾게 된다. 그러나 신목수는 공사 중 어린 아들을 잃은 후 세상을 떠돌며 살고 있다.

 

이선비는 신목수를 찾으러 길을 떠나고, 신목수의 거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으러 가는 도중에 알게 되는 사실들을 통해 우리 한옥의 좋은 점이 하나씩 소개된다.

 

 

 

우리 옛 한옥의 구조와 집 짓는 과정이 이선비의 눈을 통해 상세히 그려진다. 아파트에 밀려 이제는 큰 맘 먹고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한옥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무런 애정도 없이 조상이 살았던 불편한 집으로만 인식됐었던 그 한옥이, 조용히 내게 손짓 하는 듯 하다. 이선비의 눈으로 보던 한옥이 이제 내 마음으로 들어온다. 계속해서 읽어가다 한옥에 담긴 과학적 원리에 눈이 멈춰진다. 무릎을 친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인가 보다. 정말 무릎이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놀랐다. 우리 선조들은 한옥 앞마당에 하얀 흙을 깔고 뒷마당에 풀 또는 나무를 심어 뒷마당의 차가운 공기가 앞마당 쪽으로 갈 수 있게 해 여름을 났단다. 말로만 듣던 조상의 지혜를 여름나기 방법을 통해 실제 확인한다. 웬지 뿌듯하다. 이 기분은 뭘까? 게다가 바람의 원리를 이용해 자연 냉장고 '찬광'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내심 답답하게 생각됐던 우리 조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마저 생기는 것 같다.

 

연이어 한옥 짓는 과정을 그림으로 들여다 보면서 마치 나도 그 집짓는 과정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차 영차' 마음속에서 힘찬 구령이 솟아난다.

 

 

 

 

이런 과정들을 모두 거친 후 이세로는 지금 조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세로는 처음 입궐해 임금님을 뵀을 때를 떠올리며 감격해 한다. 요기 고개 돌리며 우리에게 아는체 하는 장난꾸러기 선비가 우리의 이선비, 이세로다.

 

 

이 책은 사교육의 메카라는 대치동의 논술 학원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기획하고 이경민이라는 동화작가가 스토리를 썼단다. 그림을 그린 이우창 그림 작가는 이세로의 엉뚱하고 귀여운 느낌과 역사적 현장의 사실적 느낌을 잘 포착해 어린 친구들이 흥미진진하게 읽도록 잘 표현했다. 글과 그림에는 이 책을 위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히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참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개의 동화책이 이야기가 좋으면 학습 효과가 약하고, 학습효과가 좋으면 재미가 덜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 책은 삼박자가 잘 맞는 느낌을 준다. 재미와 학습의 양 축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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