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2
허영만 지음 / 월드김영사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밥을 굶어보면 하루가 얼마나 긴지 알게 된다. 그 긴 하루를 적당한 시간으로 끊어주는 것이 식사였다는 것을 알면, 밥을 먹는 행위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만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의지를 가지고 밥을 먹지 않는 행위를 흔히 단식, 또는 금식이라 하는데 밥을 안 먹으면 처음엔 몸이 무척 가벼워진다. 그러나 그도 잠시, 육신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진다. 늘어진 육신은 밥을 달라 몸부림치는데, 그 육신을 의지로 다스릴 때부터 정신은 날이 서기 시작한다. 굶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입에선 곱이 끼고, 뱃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냄새는 차마 맡을 수 없을 만큼 지독하다. 자의에 의해 시작된 일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치르는데, 하물며 추위와 싸우고 밥까지 기약없이 굶어야 하는 광야에서의 시간은 어떤 결과를 빚어낼까?

 

 

  

사냥을 못하면 굶어야 하는 곳이 초원이다. 게다가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르는 적으로 신경은 늘 곤두서 있으며 자신의 내일도 장담할 수 없다. 그 곳에서 도덕을 논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다. 생존을 위해 부모도 자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적이 오면 우선 자신부터 도망쳐야 한다. 그리고 난 후 한숨을 돌리는 와중에서야 '아차' 하고 후회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지도자는 그래야만 자신에게 부과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한 여름의 무더운 날씨를 견뎌야 하고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해야 하는 곳이 몽골의 초원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나? 그런 몽골의 초원이 칭기스 칸을 만들었다.

 

 

 1권은 테무진이 자무카와 의형제를 맺는 것으로 끝났다. 테무진에게는 배다른 형이 있는데, 생전에 아버지 예수게이는 이복형 벡테르 대신 오로지 테무진만 장자로 인정했다. 청년이 된 벡테르는 테무진의 엄마 후엘른을 호시탐탐 넘본다. 자신이 후엘른을 취하면 테무진이 자신의 아들이 된다는 것을 노리고는, 후엘른을 범하려다 테무진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 일로 테무진은 형제를 죽인 놈이라는 악명을 얻게 되고 더욱 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 그러던 중 테무진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타 부족의 간계로 인간 사냥꾼에게 잡혀 차마 겪을 수 없는 온갖 모진 일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그 치욕은 테무진을 모멸감에 빠지게 하지 못하고, 더 혹독하게 달금질하는 계기가 된다.

 

 

  

 

이번 2편에서 테무진이 정혼자 부르테를 만났는지, 만났다면 어떻게 지냈을지, 만나지 않았다면 언제쯤이나 만나게 될 지, 난 보았지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 그가 겪은 인간 이하의 멸시도 차마 알려줄 수 없다. 단지 한치 앞을 볼 수 없음에도 운명과 싸우는,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의 테무진의 앞날이 기대된다는 표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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