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1
허영만 지음 / 월드김영사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현세가 만화판을 휩쓸고 있을 때, 내가 기억하는 허영만은 그의 그늘에 가리워져 있었다. 물론 꾸준히 활동하고 있었고 인기도 좋았다. 그러나 이현세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두 만화가는 우리나라 만화계의 양대산맥으로 여전히 자리를 양분하고 있지만, 요즘의 스포트 라이트는 허영만에게로 한층 더 쏠리는 듯하다. 허영만은 이제 국민 만화가라 불린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고 있고, 지난 연말엔 허영만을 사칭한 가짜 허영만도 등장했다. 그의 인기를 반증하는 사건이다.

 

그동안 허영만이 웹툰에 연재하며 높은 관심을 샀던 '말에서 내리지 않은 무사'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동아시아가 낳은 걸출한 인물 칭기스 칸이 그의 그림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된다. 대하서사에 굶주려 있던 사람들의 관심이 상상 이상인 듯하다. 그러나 칭기스 칸은 작품으로 그려내기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인지도와 흡인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많은 사람의 손을 탄 식상함으로 인해 자칫하면 안하느니만 못한 시도가 될 수 있다. 허영만의 역량이 여기서 빛을 발하게 될지, 아니면 뻔한 이야기로 나가게 될지 그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는 식객 이후 8년 만에 선 보이는 허영만의 신작이다. 앞으로 몇 편까지 나올지 예측 불허지만 그의 경향으로 보아 꽤 긴 시간 동안 칭기스 칸과 만날 것 같다. 1편은 칭기스 칸, 즉 테무진의 출생에서부터 아버지의 피살을 거쳐 어린 소년 테무진이 고난의 여정에 들어선 과정까지를 다루고 있다. 중간부 부터 등장하는 자무카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테무진에게 큰 힘을 실어주며 의형제를 맺는다. 향후 테무진의 인생 행로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실상 자무카는 테무진의 어린 시절 정혼자인 부르테의 남자 친구다. 즉 남의 아내가 된 첫사랑 곁을 맴돌며 둘 사이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눈엔 아직은 테무진 보다 자무카가 나아 보인다. 사랑의 삼각관계는 이미 형성됐고, 테무진을 제거하려는 초원의 회오리 바람은 날이 갈수록 거세게 불 전망이다.

 

 

테무진

 

                                                  요 샤프하게 생긴 남자가 자무카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에는 허영만 만화의 해학과 능청스러움이 책 전반에 배어있어, 죽고 죽이는 장면이 많음에도 잔인하다는 느낌없이 볼 수 있다. 또한 철저한 고증과 누차의 현지 답사, 그리고 현지에서의 1년간의 생활로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몽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허영만이 이 작업을 앞두고 얼마나 큰 부담을 느꼈을지, 오랜 시간 얼마나 칼을 갈아왔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기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1권은 충분할 듯하다. 허영만은 그 긴 서사를 어떤 호흡과 긴장감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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