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창작동화 나는 1학년 1
이금이 외 지음, 마술연필 엮음, 임수진 외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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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독서 시장이 확대되면서 요즘은 어린이 책도 기획하에 출판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어린이 책 전문 기획팀으로는 '햇살과 나뭇꾼'이 대표주자인데, 그들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은 이미 출판계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 이제는 출판사나 작가 뿐 아니라 기획팀까지 눈여겨 보게 되는 세상이 됐다.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꽤 꼼꼼하게 책을 고른다는 표징이라 생각된다. 온라인 서점의 확대로 일일이 책을 보고 사지 못 할 경우에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쌓은 신뢰 하나로 책을 고를 때도 있다. 그러나 신뢰가 생기기는 힘들지만 깨지기는 쉽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출판사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지만 등이 서늘해지는 구매행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린이 책 전문 기획팀인 마술연필이 이번에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맞는 책을 펴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작가들의 동화모음집이다. 방정환 선생을 비롯해, 이금이, 이상교, 강숙인, 조장희, 김은의 작가의 글이 수줍은 듯이 친구들을 기다린다. 방정환 선생은 우리 옛 이야기인 '호랑이 형님'을 그만의 색깔로 빚어냈다. 이 글이 80년 전에 씌어진 글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이렇게 오래 전 글이 요즘 아이들에게 읽혀진다니. 좋은 글은 시간도 장애물이 되지 않나 보다. 선생의 은근한 장난끼가 책에도 슬며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금이의 글을 좋아한다.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으로 나는 그녀를 만났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쓸만한 아이들' '소희의 방' '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등 20여편의 글을 통해 이금이는 지금껏 모든 초등학생을 살포시 감싸안아 왔다. 사람들은 그녀를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하지만 나는 '아픈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따뜻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감성과 고운 결에 관한한 그녀를 따를 자가 없지 않을까 싶다. 이금이의 글 '입학식에 온 꽃샘바람'은 맨 앞에 실려있다.

 

이상교는 아이들의 고민을 동화의 소재로 녹여내 재미있게 들려준다. 거울을 달고 사는 소녀의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의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무언가 교훈을 주려는 의도없이 편하게 써내려 간 글로 아이들은 부담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상교가 시인 출신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게다가 여자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동화는 마지막에 실려있던 조장희의 '늙은 밤나무'다. 힘이 없어 열매도 얼마 맺지 못하는 늙은 밤나무는 걸기적거린다며 다른 동물들의 조소와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늙은 밤나무는 서운해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추운 겨울, 갈 곳 없던 동물들이 늙은 밤나무를 찾아온다. 늙은 밤나무는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준다. 춥고 사나운 눈보라가 늙은 밤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렸을때도 꿋꿋하게 버티며, 보금자리를 오래도록 제공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간구한다. 그 밖에 김은의의 '특별 초대'와 강숙인의 '버들치는 내 친구'가 실려있다.

 

 

이 책은 특이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동화 한편이 끝날 때마다, 다음 장에 책에 대한 이해와 함께 생각을 확장하기 위한 과정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읽은 내용을 다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경험까지 할 수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면서, 마음까지 나눌 수 있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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