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국어사전
채인선 지음 / 초록아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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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귀 계열인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말에 나도 모르게 세뇌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原 주인이 따로 있다. 좋아하는 동화 작가 중 채인선도 그 경우에 해당된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 중 한 명이 좋은 동화 작가로 채인선을 소개해 주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채인선은 우리나라 3대 동화 작가중 한 명이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슬그머니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채인선의 글을 찾아 읽었다.

 

채인선은 주제 의식을 녹여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녀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읽고 나면 마치 박하사탕을 먹은 듯한 개운함이 있다. 특히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를 이야기 속에서 풀어내기 때문에 그녀의 책을 읽으면 구체적인 지침들을 얻을 수 있다. 채인선이 자녀 교육을 위해 한국을 떠나 있을 때, 그녀의 글을 당분간 읽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모른다.

 

 

올 초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저학년용과 전학년용으로 나누어 초등학생용 사전 두 권을 구입했다. 저학년용으로 구입한 책이 채인선이 펴낸 '나의 첫 국어사전'이다. 요즘 세상에 사전처럼 인기 없는 책도 드문데, 채인선이 왜 사전을 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가 만들었으니 남다를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일반인이 생각해도 사전은 공은 많이 들고 표시도 안나는 작업인데 그 작업을 책임지고 했다니 보통 사명감이 아니고서는 시도도 못할 작업일 터다. 작가가 되기 전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그녀니 평소 마음 속에 품었던 바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펼쳐보니 어린이들만의 부드럽고 따뜻한 사전을 꿈꾸어 온 출판사와 채인선이 의기투합했음이 서문에 감격적으로 표현돼 있었다.

 

 

이 사전은 읽기만 해도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단어의 뜻을 설명해도 어렵다 싶을 때는 개념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한 페이지에 2~3개의 그림을 넣어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게 편집돼 있다. 사전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는 장치로 보인다.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뜻을 나타내거나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려면 낱말은 많이 아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사전에 있는 모든 글들이 사전 속에 있는 낱말들로만 쓰여졌다는 채인선의 말에서 그녀의 옹골진 생각과 어린이를 위한 좋은 사전에 대한 집념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책도 읽히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런 점에서 이 사전은 주목할 만하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전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느낌을 없애고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도 사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채인선은 인테넷 사이트의 검색창에 밀려 저 구석에 방치됐을지도 모를 사전의 소중한 의미를 이 책을 통해 되새기게 한다. 나 또한 언어의 보고라 하는 사전이 우리 아이 곁에 가까이 올 수 있도록 한 번 더 펼쳐 볼 예정이다. 그래서 채인선의 수고가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데 한 뼘이라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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