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식물이 사람을 살린다 - 웰빙시대의 새집증후군 치료법
손기철 지음 / 중앙생활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화분을 싫어했다. 그래서 베란다에 화분을 쭈욱 두고 식물을 키우는 친정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쁘지도 않은 녀석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여기고는 오며가며 꽤 눈총을 주었다. 결혼하기 전까지 그 오랜 시간을 물 한 번 줘 본 기억이 없다.

 

8년 전 쯤 일본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올 4월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센다이 근방의 야마가타란 곳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는 다르게 일본은 땅이 비옥하다. 특히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아름드리 나무들은 신령한 기운을 느낄 만큼 높이 자라 있다. 그 때 머물렀던 선배네 집에 작은 텃밭이 있었다. 텃밭에는 선배 시어머니가 심어놓은 아기자기한 식물들과 나무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나는 그 녀석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 나를 보고 선배 언니가 한 마디 하셨다. '네가 그러고도 글을 썼었니? 땅을 보고도, 생명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너에게서 어떤 글이 나올 수 있겠니? 라며 '너의 냉랭한 정서부터 회복해야 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에도 나는 식물을 보고 어떤 감정도 가질 수 없었다. 단지 화원을 갈 계기가 계속 생겼고 화분과 가까이 할 시간들이 생겼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에 무척 힘든 일이 생겼다. 그 때 거리를 거닐다 본 조그만 화초에 내 눈이 갔다. 그 후 몇 달을 하루 종일 화초를 심었다 옮겼다하며 지냈다. 내리쬐는 햇볕을 다 받아가며 베란다에서 어린 식물들을 키우며 내 마음은 나도 모를 위로로 채워지고 있었다. 당시 내 손톱 밑은 매일 같이 녀석들과 함께 하느라 까매 있었다.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모른다. 자기 좀 봐달라는 듯 쑥쑥 자라는 녀석들에게 나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겨울이 되었다. 얼어죽을까 싶어 녀석들을 집안에 들였다.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잎파리는 내 마음을 완전히 빼앗아갔다. 녀석들만 보면 기분이 좋아 잎파리를 만지고 닦아주며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안으로 들여놓은 화분이 우리 집을 얼마나 풍성하게 채웠는지 모른다. 그 해 겨울 화분은 생명이 주는 찬란한 기운 뿐 아니라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인테리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어 내게 많은 기쁨을 선사했다.

 

'실내 식물이 사람을 살린다'는 그런 화분 즉, 실내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 손기철 교수는 대부분의 주거공간이 아파트로 제한된 우리네 삶에서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새집증후군을 퇴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실내 식물 키우기를 역설한다. 이런 이유외에도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데 식물 만한 것이 없음도 강조한다. 그는 "식물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가족과도 같은 존재" 라며 "현대인의 몸과 마음의 질병은 녹색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식물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라 소개한다.

 

그는 식물이 우리네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를 과학적 증거 부족으로 인식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특히 집이나 사무실에서 기르면 좋은 기능성 실내식물 15가지를 사진과 함께 소개해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실내 식물이 단순한 공기 정화 뿐 아니라 새집증후군이나 빌딩증후군을 퇴치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며 실내 환경도 조절할 수 있다는 근거도 대고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는데 식물이 일조한다는 이야기는 나도 경험한 바다. 겨울철 실내에 화분이 있을 때 확실히 추위가 덜 했고 여름에는 한결 시원했다. 식물 내의 수분이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해 주고 녹색이 주는 기운이 집안을 따스하게 채우는 경험은 놀랍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게다가 손기철 교수는 뇌졸중이나 정신분열증, 정신지체나 치매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보여주며 원예치료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페이지를 할애한다.

 

특히 그가 실내에 식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로 내세운 15가지는 되새겨 봄직하다.

 

1. 실내의 공기오염물질(휘발성 유기화합 물질, 오존,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를 정화한다.

2. 실내 먼지나 공기 중 미생물이 감소된다.

3. 여름철에는 냉방, 겨울철에는 난방 및 가습기 역할을 한다.

4. 전기 제품과 같은 유해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으며, 오히려 유해 전자파가 감소된다.

5. 음이온을 발생하므로 건강유지에 효과적이다.

6. 식물에 따라서는 휘발성 물질을 방출하므로 심신을 안정시킨다.

7. 식물을 볼 때 알파파가 증가하고 델타파가 감소되므로 정신생리를 향상시킨다.

8. 피로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며, 원예치료가 된다.

9. 작업 능률을 향상시킨다.

10. 야간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킬 수 있다.

11. 아늑하고 본능적으로 그리워하는 고향과 같은 분위기를 준다.

12. 녹색 건축 재료및 소품 역할을 한다.

13. 심신의 건강을 위한 레저활동으로 최적이다. (녹색의 애완동물)

14. 부작용이 없고 가격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

15. 관리비가 들지 않으며, 설치와 해체가 간단하다.

 

손기철 교수가 소개한 기능성 실내 식물 15가지는 아래와 같다.

 

   

                관음죽                                   파키라                               드라세나

 

 

관음죽, 네프롤레피스, 대나무야자, 드라세나, 벤자민 고무나무, 산세베리아, 선인장 및 다육식물, 스파티필름, 싱고니움, 아이비/헤데라, 왜성대추나무야자, 인도고무나무, 파키라, 황야자, 꽃이 있는 분화식물

 

위의 녀석들은 거리 좌판이나 화원에 들어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식물들로 키우기도 쉽고 자라기도 잘한다. 매우 착하고 순한 아이들로 물만 제 때에 주면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겨울이니실내에만 들이면 된다.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어느 날 내가 왜 그렇게 식물을 싫어했는지를 생각해 봤다. 불현듯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집에 크디 큰 화분들이 줄줄이 들어온 날은 아버지의 사업이 정리된 날이었다는 것을. 그런 기억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초등학교 때였고, 한 번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제서야 내가 왜 그렇게 문주란을 싫어했는지를 깨닫게 됐다.

 

이제 나는 식물을 키우며 행복을 느낀다. 지금은 전보다 덜 키우지만 식물들이 쑥쑥 자라며 내게 주었던 기쁨은 아이가 주는 기쁨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다. 나는 어린 식물을 키우며 어릴 때의 나를 위로했고,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내 나중도 지금보다 자라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몇 년전 어린 식물들이 주었던 위로는 어떤 사람도 줄 수 없는 위로였다. 올 겨울에는 그 위로와 기쁨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넘치도록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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