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의 소설 『숨』을 읽고 있다. 장편은 아닌 소설집이다. 이렇게 우아한 소설이 다 있나 싶다. 작가들에게 이야기꾼이라는 말을 종종 붙이는데, 이 소설은 그 말의 정의를 소설로 보여주는 것 같다.

중국계 작가 혹은 중국 작가들의 책을 드물게 읽는다. 적게 읽고 뭐라 규정하는 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겠지만, 내 독서경험으로 그들은 낙천적이다. 책을 읽자면 피식 웃음이 나와 국민성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중국계 미국 작가로 테드 창과 켄 리우의 소설을 읽었다. 켄 리우는 『종이 동물원』을 썼다. 이 책을 읽었을 때도 속으로 감탄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있구나 싶었으니까. 둘 다 빼어나게 잘 쓰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구성하고 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켄 리우는 하버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후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테드 창은 브라운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과학도다.

이 둘은 이런 학문적 사회적 배경과 중국이라는 문화적 배경을 기저에 깔고 글을 쓴다. 남다를 수밖에 없지 싶다. 둘은 SF소설로 받을 수 있는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이렇게 이질적인 문화를 가슴에 담고 쓰는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방인』을 쓴 한국계 미국인인 이창래의 소설이 그렇고, 훨씬 앞서 노벨상 후보로도 올랐다는 『순교자』의 김은국도 그렇다.









『순교자』를 도정일의 번역본으로 읽었다. 글이 어쩌면 그리 유려한지, 상황의 긴박성이나 두려움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전반에 흘렀다. 게다가 1950년대에 쓰여진 글이 그렇게 세련될 수 있는 건지 감탄하며 읽었다.







일본계 영국인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또 어떤가. 노벨상마저 수상했으니 말할 것도 없다. 전세계를 품었으니까. 그의 책 『나를 보내지마』를 봤는데 그의 소설은 이들과 또 결이 달랐다.






테드 창의 『숨』으로 시작했으니 『숨』으로 마무리 지어 야겠다. 이 책은 500 쪽이 넘는다. 그러니 내 속도로는 얼마나 걸릴지 예측 불가다. 이렇게 멋진 소설을 읽고 감상을 올리지 않는다면 그건 소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첫 작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불과 50쪽이다. 나는 이 단편을 2시간을 들여 읽었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는 것 같은 신비로움과 몽환적인 분위기, 시간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놀라운 서사의 힘에 아주 행복했다.

이 단편만으로도 이 책은 이미 충분했다. 전작 이후 무려 17년 만에 쓴 소설이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오기 힘든 류의 책이지 싶기도 하고. 소설이 주는 기쁨에 오랜만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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