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새벽에 ㅣ 박재삼

이십오 평 게딱지 집 안에서
삼십 몇 도의 한더위를
이것들은 어떻게 지냈는가
내 새끼야, 내 새끼야
지금은 새벽 여섯 시
곤하게 떨어져
그 수다와 웃음을 어디 감추고
너희는 내게 자유로운
몇 그루 나무다
몇 덩이 바위다

.......

땟국에 절은 듯한 시들이 있다.
눈물이 연필이 되어 절절하게 쓰여지는 시들 말이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 막히고 땀이 흐르는데
부모는 돈 벌러 나가고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듯하다.

한여름의 더위는 폭력적이다.
더위엔 어른들도 속수무책이다.
그 더위를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견뎠지 싶다.

어떻게 지냈을까.
애비의 마음은 무너진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아이들을 보살피지 못하는 삶의 비희를
어찌 말로 다하랴.

마디에 옹이가 박힌 손으로 아이들을 어루만진다.
애비는 이제 또 나가야한다.

그러나 이 슬픔은 한시적이다.
아이들은 잘 자라 스스로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아이들이 먹고 자란 더위는 삶의 질료가 되어
애비에게도 굳건하게 뿌리 내린 비상(飛上)이 될 것이다.

...


이미지 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35676960170211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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