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의 힘 -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전략은 모든 것을 잃게 한다
김민태 지음 / 혜화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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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부를 걸고 일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돌아갈 길마저 끊어버린 후 비장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모든 것을 던졌으니 기대하던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하지만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배수진을 칠만큼 절실한 심정이 오죽하겠냐만 간절하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이 시계가 불투명할 때는 더더욱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퇴직한 후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창업했다가 사업을 접은 이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상공업이나 자영업의 비중이 유독 높은데, OECD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G7국가의 13.7%의 2배에 육박하는 25.1%라고 한다.


작년 초 모 기업의 공장 앞에 음식점을 열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직격탄을 맞아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한 채 몸만 나오게 된 이들의 사연을 신문에서 보았다. 아무 상관없는 나도 가슴이 먹먹했는데 당사자와 가족들은 어떠했을까. 피눈물이 난다는 건 저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전략은 모든 것을 잃게 한다'는 부제를 단 이 책을 보면서 이들이 생각났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실패는 조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혹여 실패를 대비한 어떤 전략이나 한 발을 다른 어딘가에 걸쳐두었다면 그토록 가슴 아픈 일은 겪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책은 『양다리의 힘』이란 제목답게 양다리를 걸쳐 성공한 이들의 사례를 들려준다. 그 중에는 스타트업의 신화인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과 '카카오 스토리'의 김범수를 비롯,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아인슈타인, 괴테,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어떻게 오늘의 자리에 다다를 수 있었는지를 짚어준다.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의외로 낯설다. 이들에게서 맨땅에 헤딩이라거나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찾을 수 있다면 절실하지 않음의 역설이다. 그러고보니 부담 되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종종 보았다.


저자 김민태는 한 분야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다며 양다리의 힘을 주창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꾼 독창성은 성취 욕구가 낮은 상태에서 꽃 피웠다며 양다리어가 되라고 권유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안전은 반드시 필요하고, 도전은 위험을 견디는 능력이 아니라 위험을 낮추는 능력이라 설득하며 말이다.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의 경우 배민 앱을 만들기 전 일반 회사의 평사원을 거쳐 오래도록 열망했던 수제 가구점을 차렸다. 그러나 1년 만에 전세 보증금을 까먹고 빚까지 지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지인들과 뜻을 같이해 공동창업으로 배민 앱을 만드는데, 멤버들이 다같이 모인 것은 앱이 완성된 후였다. 다들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가볍게 만든 서비스가 어쩌다 사업으로 전환된 것이었다.

"저는 배수의 진을 절대 치지 말라고 강조해요. 배수의 진이라는 건 어렵고 절박한 상황이잖아요. 왜 스스로 그런 상황을 만드냐는 거죠. 오히려 무언가를 꼭 해내야겠다고 독하게 결심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힘들어져요. 즐기면서 작은 성장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죠. 아주 비장한 각오로 한다? 사업이 나라를 구하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 25쪽

저자는 적극적으로 양다리를 걸친 사람들을 양다리어로 명명하며 그들의 활동상을 보여준다. 솔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권지안은 가수와 화가를 겸하고 있고 아나운서 최송현은 방송국을 퇴사한 후에도 여전히 사회를 보며 스킨스쿠버, 영화배우,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요즘 '준며든다'라는 말을 유행시킨 개그맨 최준은 카페 사장과 쿨제이라는 부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심지어 그는 개그맨도 부케로 그의 본명은 김재준이다.


저자는 이어 천직의 개념마저도 살짝 비트는데 그가 정의하는 천직은 내가 만족해 하는 일이며, 범위는 한시적이고 개방적이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적지 않은 대가들도 처음부터 그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우연하게 시작했던 일이 잘 되어 기존에 하던 일을 접게 되거나, 우연을 기회로 만들어 새 길을 냈다고 한다. 요리 연구가이자 기업인인 백종원도 처음에는 중고차의 딜러였고,어떤 일을 계기로 방향을 틀게 되면서 오늘의 백종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요즘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 하고 싶은 일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그처럼 행복한 것도 없지 싶다.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단순히 돈벌이로만 한정될 수 있겠는가. 일을 통해 자아의 실현이라는 영혼의 갈망까지 이루고 있는데 말이다. 어떤 일을 제한하지 않고 단정 짓지 않으며 하나씩 점을 잇듯 넓혀갈 때, 하고 싶은 일을 더 나이 들어서까지 우리는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삶에 단초를 줄 작은 책을 미래로 걸치며 다리처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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