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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 똥 쌌어?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9
이서우 지음 / 북극곰 / 2020년 8월
평점 :
하얀 강아지가 천사같은 얼굴을 하고 쳐다보는 사진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한번 만져보고 싶고 키워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하는 그런 사진 말입니다. 그런데 예쁜 것과 실제 키우는 것은 많이 다른지, 그렇게 사랑스런 강아지들도 키울 수 없게 되는 일을 만나게 되나봅니다.
주인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지만 어찌된 사연인지 누군가의 집 앞에 버려진 강아지가 있습니다. 주인은 케이지 안에 강아지를 둔 후 이런 편지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누누는 칭찬을 좋아해요. 특히, 똥을 잘 싸면 온 가족이 크게 칭찬해 주세요!"
똥마저 예쁘게 봐 준 주인은 무슨 사정이 있었길래 강아지와 헤어져야 했을까요? 그 사연을 알 순 없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필경 좋은 주인을 찾았을 테고, 이 집이 가장 적합하다 여긴 듯합니다.
이 집엔 다 큰 자녀들과 육십을 바라보는 듯한 부부가 있습니다. 눈썹이 올라간 북극곰같은 아버지는 뭔가 못마땅 듯한 느낌이구요, 갑작스레 나타난 강아지 누누로 엄마는 당황스러운 듯한 느낌입니다. 한데 누누는 오자마자 눈치 없게 응가를 하려하네요.
아버지는 TV만 보고 있구요, 다른 식구들은 숨 죽인채 누누를 지켜봅니다. 온 힘을 다하여 누누는 응가를 합니다. 마침내 두 덩어리의 똥이 떨어지자, 세상에나 기다렸다는듯 식구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어느새 누누는 가족이 되었고, 어디를 가든 응가를 합니다. 아들의 결혼식장에서도, 딸의 졸업식장에서도요. 그 때마다 축제같은 분위기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제 어른이 된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부모 곁을 떠납니다. 그 때마다 누누는 함께 합니다. 언제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엄마는 고운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누누는 여전히 두 덩어리의 똥으로 엄마를 기쁘게 하구요.
그러던 어느날 생각지도 못하게 엄마가 쓰러집니다. 아버지의 간호도 무색하게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 곁에는 누누만 남습니다. 한결같이 뚱한 아버지는 변함없이 TV만 봅니다. 그 아버지가 어느날 누누의 똥을 보고 춤을 춥니다.
강아지에게 주인은 절대적 환경과 같고, 전부와도 같습니다.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생이 달라지니까요. 주인에 따라 처지가 달라지는 강아지를 볼 때면 애처롭기 짝이 없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어디 사람과 사람만의 일이겠습니까? 『누누 똥 쌌어?』는 반려동물 천만이라는 시대에 강아지라는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떤 삶인지 생각케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