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 - 평범한 일상을 바꾸는 아주 쉽고 단순한 하루 3분 습관
김민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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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나마 내놓을만한 경력은 그 시간들이 만들어 주었지만, 내게는 인생의 아픈 흑역사였다. 못 써도 어찌 그리 못 쓰는지 죽을 맛이었다. 그만둘 수만 있다면 당장 그만두었을 텐데,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에 탄식을 하며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남들은 잘도 쓰러지더만 내 몸은 왜 이리 건강하냐’는 무언의 절규를 수도 없이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의식의 고매함은 찾을 수 없고, 밥벌이의 곤혹스러움에 늘 발은 종종 대고 마음만 바빴다.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렸고, 세상의 더러움을 말할 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가슴 아팠다.” 라고 말한 김훈의 글은 당시의 내게는 멀어도 너무 먼 그대였다.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기회가 온 듯하자 그 기회를 잡아채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와 별리를 만들었다. 지금에 비하면 가소롭지만 나이도 조금 먹었겠다, 누가 나를 막으랴. 모든 부담과 짐을 내려놓은 듯한 안도감을 느끼며 그 시절의 막을 내려버렸다.


글쓰기가 뭐길래, 글쓰기가 도대체 뭐냔 말이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이나마 잡문이나마 끄적거리며 기쁨을 누리게 된 건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 기적에 글쓰기 안내서도 한 몫 했는데, 산문의 최고봉 이태준과 이제는 드라마 작가 홍자매의 아버지로 더 알려진 소설가 홍성원, 서울대 박동규 교수의 책이 길 안내를 해주었다. 그 후로도 많이는 아니지만 간간이 읽곤 했는데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용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두루뭉술 이런 저런 글들을 가져와 킬링 타임식으로 엮어 내는 경우도 있더란 거다.


『일단 오늘 한줄 써봅시다』는 많은 글쓰기 안내서 중 특별한 상큼함으로 다가온 책이다. 저자 김민태는 글쓰기의 실용적인 부분도 전달하지만 글쓰기가 우리 마음과 영혼에 얼마나 유익이 되는지를 진심을 다해 전한다. 다른 책들이 실효성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글쓰기의 본질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한다. 당장은 기능적인 면이 우세해 보이지만 장구하고 흔들림 없는 결과물의 도출은 본질이 답을 쥔다.


김민태는 “글쓰기를 통해 진짜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글쓰기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전한다. 글쓰기는 나를 다른 세계로 보내는 작업이자 자기 안의 타자에게 말을 거는 것이며, 결국은 자신을 위해 쓰는 행위라 규정한다. 글을 쓸수록 자신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게 돼 솔직하게 쓰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솔직해야 치유의 힘이 강해진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저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심리치료사인가? 무슨 말씀을! 김민태는 EBS의 스타 PD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자. <다큐 프라임>, <시대의 초상>, <아이의 사생활> 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프로그램이지 않나!


그가 쓴 책도 있다. 『아이의 자존감』,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부모라면 그들처럼』 이밖에 그는 강의도 나가고 사람을 부추기는데도 뛰어나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좋은 일에는 보이지 않는 그의 기획이 숨어있다. 현재 김민태는 EBS 모바일 육아학교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일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왜 김민태는 굳이 글쓰기 관련 책을 썼을까? 프롤로그에 쓰인 글을 보자. “글쓰기는 대박이야. 인생이 바뀌어. 그러니까 그냥 막 써 봐. 봐주는 사람 없으면 페북에 써. 쓰다 보면 주제는 나와. 전문성 없어도 돼.”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는 순간 삶이 마법처럼 변하는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라고 했다. 글을 썼더니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커졌고, 정서적으로 좋아졌으며, 새로운 관심사가 계속 생겼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시렸던 내 이십대를 떠올려 본다. 그 때 글쓰기가 밥벌이가 아니라 친구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아니라 지우고 싶지 않은 짝사랑 같진 않았을까? 아마 그랬다면 잘 쓴다는 말은 못 들어도 오히려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엔 해 본 적 없는 생각이다. 모든 좋은 것은 나눠야 한다. 그래서 나도 감상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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